브런치 포도송이 작가님 에세이
나는 도서관을 사랑한다. 오래 걸리지 않고 가서 세상에나 많은 책을 마음껏 구경할 수 있다. 게다가 그 자리에서 필요한 정보를 바로 검색할 수 있고 돈 한 푼 내지 않고 귀한 책을 빌릴 수 있다. 또한 도서관의 소음은 어찌나 평화로운지 너무 조용하지도 않고 너무 시끄럽지도 않은 그 공기를 나는 사랑한다.
도서관 시설은 어찌나 좋은지.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허리를 펴고는 양팔을 책상에 얹어 붙이면 책상 위 독서대에 오른 책을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요즘은 디자인이 세련되고 컬러가 힙한 소파가 여기저기 놓여 있어 그곳에 드라마 주인공처럼 앉아 책을 읽을 수 있고 창가 자리를 차지하고 바로 눈앞에서 커다란 나무의 무성한 초록빛인나 아니면 알록달록한 단풍의 색감을 보며 하염없이 생각에 잠길 수도 있다.
내가 다니는 도서관에는 알록달록한 예쁜 꽃들이 아담한 병에 담겨 곳곳에 놓여 있어 귀족의 궁전에 온 듯 즐거워진다. 휴게실이 따로 있어 간단하게 도시락이나 간식을 먹을 수 있고 디지털 자료실에서는 가끔 DVD를 빌려 영화 삼매경에 빠진다. 화장실도 어찌나 관리가 잘 되고 있는지 비데식 변기는 항상 깨끗하고 따뜻해서 나는 기분이 나빠질 때면 일부러 화장실에 가서 볼일을 본다.
한쪽 방에는 무명 화가들의 그림이나 동네 작가들의 공예품들이 정기적으로 전시되어 심심할 때 가면 눈호강을 할 수 있다. 게다가 지역 사회의 온갖 정보들을 담은 포스터나 팸플릿이 놓여 있어 쏠쏠한 정부 사업 정보나 가까운 아트 센터의 공연 정보도 얻는다.
도서관 옆에는 나무가 많은 작은 공원이 있어 나는 도서관에 갔다 나오면서 꼭 공원에서 산책을 한다. 봄과 여름, 가을의 풍경이 어찌나 다르고 아름다운지. 유명 작가 강연이나 글쓰기 프로그램도 많아 알뜰하게 챙기면 무료로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다. 작가 강연을 신청해서 좋은 얘기를 무료로 들었다. 독서 모임도 있고 심지어 가벼운 음악 공연도 한다.
또 유용한 건 다른 도서관 책도 교차해서 빌릴 수 있는 교차 대출이었다. 소설을 쓰느라 자료 조사를 했는데 다른 도서관에 있는 희귀 도서를 빌릴 수 있어 너무나 유용했다. 신청한 책이 올 때마다 메시지를 꼬박꼬박 보내주는 것에 감격을 했다. 희망 도서 신청도 너무 좋다. 처음 신청할 때는 ‘내가 신청한 책이 진짜 오는 거야?’ 의심을 하고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신청한 책들이 꼬박꼬박 오니까 공공 도서관이 마치 개인 서재처럼 같아 저절로 ‘도서관! 사랑해요!’ 소리가 나온다.
지금까지 나는 도서관의 아름다운 기능을 얘기했다. 인자 작가님이 쓴 ‘삶은 도서관’에서는 그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작가님이 도서관 공무직을 하며 6년 동안 겪은 일들과 만난 사람들 이야기가 잘 꿰어진 구슬처럼 줄줄이 나온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건 ‘명절에도 도서관을 열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도서관은 누군가에게 단순한 쉼터를 넘어, 사회와 연결되는 마지막 끈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명절에도 문을 열어달라던 어르신의 한숨은 고립의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달라는 간절한 외침이었을 것이다. 명절에도 도서관 문을 여는 것은, 어쩌면 ‘옳은 일’의 차원을 넘어 우리가 함께 최소한의 감당해야 할 ‘책무’ 일지도 모르겠다.'
도서관에는 나처럼 책을 빌리거나 기타 부대시설을 이용하러 오는 사람도 있지만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 회사 입사를 준비하는 취준생, 자격시험을 공부하는 청년들, 퇴직하고 갈 곳이 없어 출근하듯 나오는 중년들, 혼자 있는 방에서 나와 그저 사람들 속에 있고 싶은 노년들이 오는 곳이기도 하다. 책 속에서도 나온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아 추운 방에서 혼자 버티다 도서관으로 나와 따뜻한 공기 속에서 사람들이 오가는 소음에 평안해하는 노인들은 명절에서 이곳을 열어달라고 말한다. 도서관은 그런 이들에게는 생명의 끈이다. 퇴직하고 갈 곳이 없어 산을 가야 하는 중년들에는 도서관은 갈 곳이 되어 주어야 한다. 깊은 두려움과 막막함을 안고 돈을 걱정하는 청년들에게는 따뜻한 환대의 장소를 제공해야 한다.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멀리 갈 수 없는 엄마들에게는 즐거운 놀이터가 되어야 한다.
‘삶은 책이다’에서는 공공 도서관이 지역 속에서 삶을 연결하는 쉼터이자 끈이 되어야 한다고 브런치에서 포도송이 작가님으로 활약하는 인자 작가님은 제안한다. 이런 주장 때문에 이 책이 사랑스러워졌다.
이외에도 도서관 공무직을 하며 만나는 사람들을 보며 깨달은 지혜가 책 속에 가득하다. 유쾌하고 경쾌한 문체도 읽기에 즐겁다. 이 책을 도서관을 이용하는 아니 이용하지 않는 모든 분들에게 추천한다.
*이 작품은 2025년 경기 히든 작가 상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저는 지난 21일 알라딘 빌딩에서 열린 북토크에 가 사인도 받았습니다. 글자체도 참 반듯하시네요.
* 가을도 끝나고 해서 ‘가을 책 읽기’ 브런치북은 마감합니다. 다음 주부터 1960년대와 70년대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인 미군 위안부에 대한 자료를 정리한 브런치북 ‘미군 위안부 기록’을 매주 일요일 한번 멤버십으로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