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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로운 Feb 04. 2024

12화. 이 구역의 지배자, 김 상무

의류 포장 집적 단지에는 창고형 공장들이 많이 몰려 있었고 알바들은 그 회사들 이름조차 모른다. 단지 동 수로 불렀다.      


김 상무가 내게 가라고 한 곳은 그중 하나였다. 아침에 출근하니 창고 앞에 몇몇 외제차를 비롯해 차들이 몰려 있었고 공장 안으로 들어가니 큰 회사였다. 여러 개의 창고를 가지고 있었다. 공장 안 양품장 (옷을 정리하는 곳)이 컸고 이미 10여 명의 정직원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내가 간 날은 그 외에도 10여 명의 알바들을 부른 날이었다. 양품장에 들어가니 알바들은 서로 인사를 하며 반가워했다. 이제 알바 경력이 붙기 시작한 나는 그곳이 처음이었지만 쭈뼛거리지 않고 뻔뻔하게 행동했다.     


알바들 앞에 나타난 반장 언니는 포스가 남달랐다. 천사 반장들하고는 달랐다. 벌써 이마에 ‘나는 반장’이라고 쓰여 있는 아우라를 뽐내고 있었다. 능숙하게 알바들을 일에 배치했다. 나를 새 얼굴이라고 아는 체도 안 하고 다른 알바들과 똑같이 일을 배치했다.     


나는 양품장 정직원 자리 옆에 앉아 옷 접는 법을 새로 배웠다. 아줌마 정직원은 특별히 까탈스럽지도 그렇다고 특별히 무신경하지도 않고 능수 능란하게 나를 가르치고 실수하는 걸 바로 잡아 주었다. 그곳은 프로의 세계였다.     


곧 출고 공장으로 옮겼는데 정직원 언니들은 놀라웠다. 접착 기계를 들러 싸고는 출고 작업을 하는데 손이 안 보이게 속도가 빨랐다. 알바들은 접착 기계 근처에도 오지 못하게 했다. 내게는 출고 과정에서 쏟아져 나오는 박스들을 주워 정리하게 했다.     


정직원 언니들은 박스를 쉬지 않고 던졌고 나는 바닥에 떨어진 박스를 주워 정리했는데 그것도 칼각으로 해야 했다. 박스 쌓인 각도가 흩뜨려 지면 박스를 쌓던 남자 직원들이 눈빛 레이저를 쏘았다.    


 정직원들 중에 유난히 알바들에게 친절하게 해 주는 언니가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언니는 김상무를 통해 주말 알바를 하고 있었다. 기술이 좋아 어디서든 환영받았다고 한다.      


다들 오랫동안 밥 벌어먹는 기술을 가진 프로들이었다. 점심때가 되자 공장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갔는데 유명한 맛집이었다. 의류 공장 단지에서 일하는 거의 모든 노동자들이 모여드는 곳이었다.     


혼자 밥 먹을 각오를 하고 있었는데 알바 언니 하나가 테이블로 불렀다. 아침에 본 알바 10명이 모두 모여 있었다. 나를 부른 언니는 금목걸이와 금귀걸이를 하고 있는 부티나는 60대였다.      



여유로운 얼굴로 힘들지 않으냐고 물었다. 처음 본 얼굴이라고 이것저것 먹을 걸 권하기도 하고 간단한 정보도 알려 주웠다. 그 테이블에 앉아 밥을 먹던 알바 언니들은 거의 40, 50, 60대였고 끊임없이 식당으로 들어오는 다른 중년 여자들과도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알바 언니들은 밥을 먹으며 다른 공장들의 상황이라든지 김상무의 성향 같은 걸로 수다를 떨었다. 개인사 같은 건 잘 얘기하지 않았다. 김상무가 여우같이 거짓말을 잘한다며 반찬을 씹으며 김상무를 씹었다.   

   

(그때 까지도 나는 김 상무의 얼굴을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


몇 개월째 일을 소개받았지만 전화나 카톡을 했지 얼굴 한번 보지 못한 김상무 얘기는 흥미로웠다. 그녀들은 김상무를 씹었지만 많이 기대고 있기도 했다. 이 구역은 인력 알선 업체 김상무의 구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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