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말고 응원

응원은 하는데 걱정은 하지 말고 계세요~

by 최용

시합장에 들어간 딸이 톡을 보내왔다. '접수 다 했어요. 응원은 하는데 걱정은 하지 말고 계세요~'.

부모 마음을 어찌 이리 잘 아는지,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어쩜 이리도 잘 전하는지 싶은 마음에 안도의 눈물이 나왔다. 그래, 우리는 응원해야 할 일에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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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시합을 앞두고 본인 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가 초 예민하다. 모두의 마음은 같다. 시합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하지만 그 마음을 표시하는 방법은 각자의 성향과 입장에 따라 다르다. 아빠인 나는 노심초사하며 말 한 마디를 조심하고 있고, 엄마는 챙겨야 할 것을 놓친 것은 없는지 챙기느라 분주하다. 막상 본인은 덤덤해보인다. 덤덤할리가 없다. 이 시합의 결과가 자신의 인생에 미칠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우리는 보통 걱정을 한다. 잘 되면 좋겠다는 바람은, 잘 안되면 어쩌지라는 걱정과 함께 있다. 특히 내가 책임지고 챙겨야 할 대상에 대한 바람은 더 큰 걱정을 동반한다. 그렇게 우리 부모는 자식을 걱정 덩어리화 한다. 우리 뿐만이 아니다. 걱정은 모든 문화에서 나타나는 부모의 행동양식이다. 독일 속담에도 있다. 'Kleine Kinder – kleine Sorgen, große Kinder – große Sorgen.' Kinder, 즉 자식은 크던 작던 걱정의 대상인 것이다.


하지만, 걱정말고 응원하는 것은 어떨까?


걱정은 마음의 자동반응이다. 사랑하는 이가 중요한 순간을 앞두고 있다면, 우리는 불안해진다. 무언가 해주고 싶은데, 그럴 수 없다는 무력감이 걱정이라는 형태로 튀어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걱정이 오히려 대상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잘할거야, 걱정마~ 힘들 땐 말하구~”라는 말 뒤에 숨은 걱정은 겉으로는 응원처럼 보이지만, 실은 ‘너무 중요한 일이니까 실패는 안 돼’라는 압박이 될 수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어쩌면 응원이 전부일지도 모른다. ‘잘 되기를 바란다’는 의미가 아닌, ‘있는 그대로 너를 지지한다’는 뜻의 응원 말이다. 결과에 대한 통제가 아닌, 존재에 대한 수용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응원. 그건 “너라면 괜찮아”, “잘 될 거야”가 아니라, “결과와 상관없이 너는 소중해”,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한 너를 자랑스러워해”라는 말이다.


자식을 향한 사랑은 때로 지나친 개입과 통제로 흐르기 쉽다. 걱정은 그 출발점이 된다. 하지만 걱정은 해결이 아닌 고리를 만들기도 한다. 내가 걱정하고 있으니 너는 더 조심해라, 나는 너를 너무 사랑하니 네가 실패하면 내가 너무 힘들 거야, 라는 메시지는 부모의 사랑을 자식에게 ‘부담’으로 전가한다.

반면 응원은 그 반대다. “네가 어떤 길을 선택하든, 나는 너의 편이야.” 이 한마디에 담긴 무조건적인 수용은 자녀가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내면의 힘을 키워준다. 그것이 자녀의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심리적 안전감의 출발점이다. 자식은 언젠가 부모의 응원 없이도 자신의 삶을 감당해야 한다. 그렇기에, 지금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큰 지지방식은 응원이어야 한다.


이런 응원은 결과와 무관하다. 경기를 이기든 지든, 그 순간을 지나가는 과정에서 무엇을 느끼고 배우고 있는지를 바라보는 것, 그런 태도가 바로 진짜 응원이 아닐까 싶다. 긴장된 얼굴로 시합장에 들어설 때, 혹은 시합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우리가 품고 있어야 할 감정은 불안이 아니라 존중과 신뢰여야 한다.


이러한 태도는 나 자신에게도 향해야 한다. 싸워야 할 자리에 선 나 자신은 오롯이 그 무게를 감당하고 있다. 그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런 나에게 필요한 건 그 무게를 감당해내는 나의 어깨를 인정해주는 것이다. “무거워 보이지만, 내가 해낼 거라 믿는다”는 시선, “힘들어도 그 과정을 경험하는 나를 응원한다”는 마음이 나 스스로에게 도움이 된다.


걱정이 우리를 움직이게 만들었다면, 이제는 응원이 우리를 새롭게 움직이게 해야 한다. 응원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따뜻하고 건강한 개입이다. 실수하더라도, 무너지는 순간이 오더라도, 우리는 거기서 배우는 그의 삶을, 나의 삶을 함께 지켜봐줄 수 있다. “괜찮아, 네가 네 삶을 잘 살아가고 있어서 고마워”라고 말할 수 있다면, 우리는 이미 좋은 지지자이다.


딸이 “걱정 말고 계세요~”라고 말했을 때, 나는 배웠다. 아이는 자랐다. 자신의 감정도 조절하고, 우리를 위로할 줄도 안다. 이제는 우리가 배울 차례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믿고 지켜보는 것이다. 결과를 넘어서는 삶의 과정을, 그 과정을 감당해가는 아이의 모습을 함께 바라봐주는 것이다.


그래, 우리는 응원해야 할 일에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진짜 응원을 해보자. 조용히, 따뜻하게, 그리고 흔들림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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