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눈큰 Sep 25. 2022

뒷이야기#8 아이가 책과 가까워지게 된 이유(?)



주말에는 도서관 어린이실뿐만 아니라 별관 2층에 있는 북카페도 엄마들과 아이들로 붐빈다. 가끔은 그곳에서 학부모 모임처럼 보이는 엄마들의 모임도 보게 되는데, 아이들을 몽땅 어린이실에 풀어놓고 와서는 엄마들끼리 음료수를 마시며 수다를 떠는 모양이었다.

나도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다닐 때는 학부모 모임에 꼬박꼬박 참석했었다. 그런 모임에 참석하면 아무래도 아이에게 유리한 여러 가지 정보도 얻을 수 있고 내 아이도 반 친구들과 두루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워낙 내향적인 성격의 나인지라 모임에 껴도 주도적으로 대화하는 엄마는 못 되었고 늘 끝자리에서 다른 활발한 엄마들의 수다에 열심히 리액션을 해주는 엄마가 될 뿐이었지만 아이를 위한 나름의 노력이었다.


그러던 어느 해 초봄에 둘째 아이가 친구들의 추천을 받아 반장 선거에 나갔다가 덜컥 반장으로 뽑히는 사태(?)가 벌어졌다. 졸지에 반장 엄마가 된 나는 아이보다 더 어쩔 줄을 몰라했다. 요즘이야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지만, 그 시절에는 반장 엄마가 주도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 1년 내내 은근히 많았다. 아침 교통봉사, 급식 검수, 어린이날 행사, 소풍 때 선생님 드실 간식, 스승의 날 선물, 운동회 도우미, 학교 바자회 도우미, 개학 전 교실 청소 등등. 나는 내게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친화력과 적극성을 다 끌어모아서 그해 반장 엄마 역할을 해냈다. 그러면서 종종 둘째 아이에게 넌지시 부탁하곤 했다. “앞으로는 반장 말고 부반장 하자, 부반장! OK?” 그런데 나보다 더 진중하고 어른스러운 둘째 아이 역시 그해 반장 역할을 묵묵히 잘 해내면서도 나름 힘들었던지 다음 해부터는 부반장마저도 하지 않으려고 했다. 선생님이 틈만 나면 너무 이것저것 심부름을 시킨다고. 어느 날인가는 “차라리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마다 학교 도서관에 가서 조용히 책을 읽는 게 훨씬 좋아요"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아이가 그런 생각지도 못한 이유로 책과 가깝게 지내게 될 줄이야.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싶었다. n


photo by 눈큰 / Nikon D90



<도서관까지만 걷다 올게요> 2부 ‘여름에는 도서관’은 여기까지고,

다음부터는 3 ‘가을에는 책을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느리더라도 꾸준히 걸을게요. :)



이전 15화 여름 같았던 육아의 시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