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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큰 Jul 05. 2024

프롤로그 대신 쓰는 글

제목에 대하여



소소한 이야기에 거창한 프롤로그는 쓰지 않으려고 했기에, 브런치북 제목에 대해서만 조금 이야기하려 한다.


사전을 찾아보면 ‘갓’이란, 쓰는 갓도 있고, 먹는 갓도 있고, 세는 갓(굴비나 고사리 등을 묶어 세는 말)도 있고, 요즘엔 영단어 ‘god’을 접두사화해서 특정 분야에 뛰어난 인물이나 존경받을 만한 인물을 뜻하는 말로 단어 앞에 많이들 붙이곤 하는데, 내가 제목으로 쑥 뽑아온 ‘갓’은 ‘이제 막’을 뜻하는 부사 ‘갓’이다.


얼마 전 나는 갓 오십이 되었다. 10년 만에 앞자리 숫자가 4에서 5로 바뀌었지만, 2가 3이 되거나 3이 4가 되었을 때에 비하면 달라진 것도 없고 의외로 감흥이 없었다. 주위에는 곧 닥칠 갱년기며 노년에 대비해 오십부터는 어떻게 살아야 한다면서 온통 겁을 주는 말들뿐인데, 이렇게 그날이 그날 같아도 되려나? 뭉툭해진 연필심 같은 내 일상에 서걱서걱 커터질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에 작심한 건, 나의 오십을 조금 정성스럽게 매주 글로 써보자는 것이었다.


처음 겪는 오십이라 남들이 겁을 준 만큼의 '오 마이 갓'한 순간들이 이제 나를 하나둘씩 찾아올지도 모르겠다. 그게 인생 선배들은 이미 다 겪었고, 동기들은 함께 겪고 있고, 나보다 늦게 태어난 이들도 줄줄이 겪을,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순간들일 수 있겠지만, 그 속에도 내 이야기는 있겠지. 그걸 여기에 담담하게 남겨보려 한다. 제목이 ‘오 마이 갓, 오십’이 아니라 ‘오 마이, 갓 오십’인 이유도 그래서다.

짧고 별말 적혀 있지 않아도 반가운 안부 엽서가 되어 누군가에게 가닿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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