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어느 가게를 가도 입구에 떡하니 키오스크가 손님을 제일 먼저 반긴다. ‘키오스크’라는 말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절반이 넘는다는 2020년 통계도 있었다는데, 그렇게 낯설었던 키오스크가 이토록 단기간에 이토록 널리 쓰이고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아무래도 무엇이든 비대면으로 해결해야 했던 코로나 팬데믹 영향이 컸겠지.
상황이 이럼에도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데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참 많다.
컴퓨터로 번역 일을 하고, 다른 중년에 비해 태블릿 pc나 스마트 워치 등의 기능들을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고 자부하며, 심지어 매년 새벽에 열리는 애플 이벤트도 꼬박꼬박 생방송으로 챙겨볼 정도로 IT 기기에 관심이 많은 나조차도 키오스크 앞에 서면 살짝 긴장이 된다. 매번 다른 얼굴(인터페이스)을 하고서 사용자(특히 어르신들) 편의는 봐줄 생각이 별로 없는 무뚝뚝한 키오스크 앞에서 조금만 어버버 해도 뒷사람 눈치가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키오스크를 노 룩 패씽하고 무조건 직원 앞으로 직진할 생각은 아예 없다. X세대라 그런가? 세상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는, 그 어느 때보다도 드라마틱했던 시대의 중심에 서서 모든 변화를 직접 체험하며 살아온 X세대. 그래서인지 같은 세대인 남편이나 나나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감도 적고 남다른 도전정신(?) 같은 것도 장착하고 있어서 일단 뭐든 시도하는 편이다.
한번은 남편과 오랜만에 영화관에 갔었다. 아니 영화관이 언제 이렇게 일렉트로닉 하고 오토매틱 하게 바뀌었대? 하고 감탄하는 것도 잠시, 한 사람은 통신사를 통해 할인받아 예매한 영화의 종이 티켓을 뽑아오고(주차권 등록에 필요했다), 다른 한 사람은 팝콘과 음료수를 사 오기로 하고 우리는 갈라졌다. 그런데 한 5분 정도 지난 뒤에 만난 우리는 마치 짠 듯 똑같은 말을 했다.
“어휴, 티켓 뽑는 거 장난 아니었어. 무슨 미션 해결한 기분!”
“와, 나도 주문하는 거 장난 아니었음. 완전 시험 보는 줄!”
자잘하게 물어보는 것도 많고 선택할 것도 많은 키오스크랑 한바탕 씨름을 하고 돌아온 우리는 언제부터 영화 보는 게 미션이 된 거냐며 피식 웃고 말았지만, 누가 알겠는가? 몇 년 후에는 또 무엇이 우리를 미션에 빠뜨리게 될지 말이다.
아직은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키오스크로 완전히 대체되지 않은 계산대와 창구가 있다. 그리고 그곳에는 기꺼이 고객의 편의를 봐주는 친절한 직원도 있다. 그 존재만 믿고 당장 불편하고 귀찮다는 이유로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않으면, 조만간 뒷사람의 눈치가 아니라 세상 전체의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할지도 모르는 일! 요 정도 소소한 미션이야 얼마든 애교로 받아들일 수 있다. 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