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
"값싼 기계 취급을 받았어, 인간이."
"난 오빠의 그 말을 모르겠어."
힘없이 경애가 말했다.
"알게 될 거야."
윤호가 일어서려고 하자
"싫어, 오빠!"
경애가 소리쳤다.
(……)
"난 몰랐어."
경애가 말했다.
"그게 너의 죄야."
윤호가 말했다.
“그게 모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죄야. (……)” (176)
그들은 우리와 전혀 다른 배를 탄 사람으로 행동했다. 그들은 우리의 열 배 이상의 돈을 받았다. 저녁 때 그들은 공업 지대에서 먼 깨끗한 주택가, 행복한 가정으로 돌아갔다. 그들은 따뜻한 집에서 살았다. 그들은 몰랐다. (220)
변호인의 반대 신문에 의한 피고인의 진술을 들어보면 은강 공장 근로자들의 이마에서 땀을 짜낸 사람, 그들의 심신을 피로하게 한 사람, 결국 그들을 불행하게 한 사람은 바로 우리였다. 변호인의 물음 하나하나가 피고인의 행동을 정당화시켜주기 위해 던져지는 것으로 나에게는 들렸다.(287)
그들은 우리가 남다른 노력과 자본·경영·경쟁·독점을 통해 누리는 생존을 공박하고, 저희들은 무서운 독물에 중독되어 서서히 죽어간다고 단정했다. 그 중독 독물이 설혹 가난이라 하고 그들 모두가 아버지의 공장에서 일했다고 해도 아버지에게 그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되었다. 그들은 저희 자유 의사에 따라 은강 공장에 들어가 일할 기회를 잡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언제나 마음대로 공장 일을 놓고 떠날 수가 있었다. 공장 일을 하면서 생활도 나아졌다. 그런데도 찡그린 얼굴을 펴본 적이 없다.(2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