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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요우 Dec 30. 2021

온갖 인간 군상의 집합체

쏟아내기

  '우연히'란 이름으로 마주치는 내 옛 모습과 맞닿았던 사람들을 대하는 나만의 방법이 있다. 우선 상대방의 기억에 담긴 내 모습과 그때의 상황을 유추해볼때 우리의 관계가 어떠했는지를 떠올려 본다. 종합적으로 괜찮았다는 판단이 들면 상대방에게 반가워하며 다가간다. 때로는 그런 계산 할 필요도 없이  이끌려 들어가듯 조우하는 관계도 있다. 중국 출장길, 같은 호옆방에서 신입시절 친했던 동기를 만나기도 하고, 이직한 회사의 첫 출근날 존경하 옛 상사를 복도에서 마주하기도 하는 것처럼. 마치 기적에 가까운 신기로운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언젠간 어떤식으로든 만나게 될 운명이었다는듯.

 반면 외면하고 스쳐지나가고 싶은 인연이 있다. 그럴때는 못본 척 고개를 돌리고, 눈이 마주친다면 기억이 안난다는듯 허공을 응시한다. 혹여 다가와도 표정힘이 실리지 않도록 각별히 한다. 아니 그럴 필요조차 없이 대부분은 내 쪽에서 먼저 발견하고 피한다. 몸의 장기 중 유독 우월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 시력덕분에 가능일이기도 하다.

암턴간 나이런 비겁하고 이기적이고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으로 만남을 가려가며 회피한다.

  변명일 수 있지만 불편한 기억로 남은 자들을 의도치 않게 주치는 은 그 길었간극을 회복하기에 더없이 역부족이다. 평소에 연락을 하지 않았을 정도로 껄끄러운 사이라겉도는 인사치례와 궁금해하지도 않았던 서로안부를 묻는 것조차 입 떼기 힘겨운 일이다. 그가던 길 서로 가는 것이 냉정할지 모르나 매끄러운 끝맺음 시겠다.

 

  전에 알던 사람과 비한 인상착의의 사람을 횡단보도 앞에서 마주쳤다. 리 길지 않은 거리, 신호를 기다리는 찰나의 순간, 심장이 요동친다. 선뜻 다가가고 싶지 않은 마음을 황급히 숨긴채 무사히 서로 가던 길을 가주었음 다. 다행히 닮은 사람이었다.

서로 마음 속 응어리 남아 앙금같은 빚을 자들이 있다. 내가 한때 관여했던 과 제약받았던 인생의 여정에서 잠시 만났던 그녀들과의 인연 그러했다. 흡사 남자의 군레퍼토리 버금갈 정도로 파란만장했던 직장을 매개로 엮인 인연이었다.

군대는 아무리 길어도 2년 남짓이면  종결되나 직장 생활은 퇴사를 하지 않는한 지속된다. 업계의 평판은 늘 따라다닐테니 끝나도 끝난게 아니다. 판이하게 다르다. 허나 그 둘은 어떤 점에서 유사하기도 하다. 종류는 다르나 강도높은 업무 환경, 엄격한 위계질서, 극단적으로 한쪽으로 쏠린 성비가 그것이다. 바로 이런 점이 내가  군대 이야기와 비유한 이유이기도 하다.

  

 심미안에 까다로운 성향을 가진 여자들로 이루어집단 속에서 개개인의 뚜렷한 개성과 주관 창의성을 발현하는데 최적의 조합이었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무난한 직장 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화합과 상생에위해 요소로 다가오기도 했다. 때로는 뾰족한 립과 반목, 갈등과 불신을 야기다. 이미 사회성, 조직 융화력, 인관계에 있어서 검증된 사람들 사한거지만 사람이 어우러져 이루는 집단이라는 어디 늘 평온할 수 있을까?잔잔하게 사건사고는   이어졌고 때로는 총성없는 전쟁터같았다.

 더 높은 곳을 향하고 많은 것을 취하기 위함만은 아니었다. 그냥 있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의도와 달리 날카로운 속내를 드러내고 송곳처럼 상대방의 마음을 후벼파기도 했다. 가만히 있으면 영역을 빼앗길 것 같은 불안감의 발로이기도 했다.

  나는 내면의 뿌리가 탄탄한 사람이 아니었기에 그 과정에서 생기는 마찰을 참을 수 없이 못견뎌했. 본심과 다르게 행해지는 일들에 당황스러웠다.  내가 형성한 바운더리 안에서 제어가 불가능하거나 이탈해가는 사람이 생기는 것도 심적으로 두려운 일이었다. 무던하고 의연한 듯 페르소나를 쓰고 있었지만 늘 흔들리고 있었다. 외줄타는 광대처럼 위태롭게 휘청였다.  


  내가 멘탈을 좀더 강하게 부여잡고 견뎌냈다어땠을까? 만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회사가 아닌 좀더 캐주얼한 분위기의 장소에서 만났더라면 우리 좋은 선후배, 언니, 동생 혹은 친구로 남았을까?

혹여 서로 박자가 어긋나고 감지하는 온도차가 다르더라도 갈등까지 야기하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서로간의 적당거리를 두고 다름을 인정하고 수용했테니까.

    횡단보도에서 예전의 인연들을 불시에 만나게 된다면 우리는 과연 웃으며 반갑게 인사할 수 있을까? 회사를 떠난 뒤 시간이 흘러도 미소 지으며 기억할 수 있는 추억속 인물로 남을 수 있을까? 디 서로에게 그런 존재이길. 혹여 그렇지 않더라도 상황때문이었음을, 일부러 상처를 주기 위함은 아니었음을 알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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