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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와일라잇 Nov 29. 2022

신데렐라의 구두처럼

워킹맘의 독서모임


 오늘은 ‘소 소독- 소설 읽는 독서모임’과 ‘잘팔작프- 잘 팔리는 작가가 되겠어 프로젝트’ 모임이 연이어 있는 날이다. 게다가 내가 미처 확인하지 못한 방문교육 선생님이 우리 집에 방문하시는 날이기도 하다.


 집에 오자마자 서둘러 아이들의 저녁밥을 챙겼다.

맛있게 먹으면서도 큰 아이가 슬며시 눈치를 보며 말을 한다.


“엄마, 왜 이렇게 서둘러 저녁을 주는 거야?”

“응, 엄마 오늘 독서 모임 잠시만 다녀올게”

“나야 좋지.”


 하루 공부 끝나고 씻고 나면 패드를   있는 자유시간이 엄마 없는 동안 주어진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5학년  아이는 기뻐하고 있었다.

반면, 아직도 어린아이처럼 엄마를 찾는 둘째는 그 이야기를 듣고 뾰로통해져 있다.


“엄마, 저녁에 독서모임 안 가면 안 돼?”


아이의 하소연 한 마디에도 내 마음은 녹아버린다.


‘ 아, 아이에게 엄마는 세상에 단 하나, 나뿐인데. 정말 가도 될까?’


막연한 죄책감을 느끼면서 아이에게 얼른 돌아오겠노라고 만족스럽지 못한 약속을 내밀며 길을 나선다. 덕분인지 20분이나 늦은 나.


지각에도 환히 웃어주며 환영해주는 글 친구이자 꿈 친구들이 고맙다. 모여서 이번 달 주제 도서인 ‘상실의 시대’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책을 20년 만에 다시 읽는 기분이 새롭다. 20대의 나는 이 책의 파격적인 선정성에만 몹시 놀랐던 아이였다.


‘1970년대 일본에서는 이런 일이 있었단 말이야? 왜 이렇게 우울하지?’


라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2022년. 마흔 살의 나는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를 테면 주인공 와타나베의 편견 없이 수용하는 태도이자 염세적이고 개인주의적인 태도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등장인물들이 주인공에게 마음을 여는 이유는 바로 그런 개인적이면서도 흐르는 듯 수용하는 태도 때문이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또, 연이어 자살을 선택하는 친구, 여자 친구에게 나약하다는 생각을 가졌던 20대에 비해, 안쓰러운 마음이 정말 많이 들었다. 얼마나 혼자서 힘들었으면 자살을 생각했을까? 기꺼이 주변 친구들에게 털어놓을 수는 없었던 걸까? 나오코(소설 속 주인공의 여자친구)는 정말 깊은 우물에 빠진 듯한 기분이었겠구나.. 등등의 연민이 느껴졌다.


특히 ,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라는 , 작가는  소설을 통해 사랑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이야기한 점도 인상 깊었다. 사랑이란 화려하고 긍정적인 모습만을 가진 것이 아니다. 또 사랑은 단지 두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를 테면 서로의 상처를 받아들여주고 이겨낼  있도록 곁에 있어주는  , 그러면서도 때때로는 한없이 나약하고 모순적인 모습…그것이 사랑의 민낯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사랑의 민낯을 어떤 편견도 없이 담담히 그려낸 작가의 필력과 전개에  감탄을 하며 ‘역시 하루키구나! 하루키스럽다!’라는 말이 나왔다.


그리고 그렇게 책과 글에 대한 이야기는 ‘잘팔작프’로 이어졌다. 서로의 투고 과정, 글쓰기 과정을 축하하고 격려하며 다음 원고에 대한 이야기를 끝없이 해나가는 시간, 꿈꾸는 듯이 흘러간 시간이었다.


 작년 11월에 결성된 글쓰기 모임, ‘잘 팔리는 작가가 되겠어 프로젝트’의 다섯 명은 결국은 브런치 작가이자 독립출판에서 책을 내는 작가가 되기도 했다. 100 매일 글쓰기 도전에도 성공을 했고 출간 기획서와 투고를 부지런히  , 글쓰기 공부에 심기일전으로 다시 도전한 이도 있었다. 쉽게 포기하고 체념하는  성격에, 이들이 아니었다면 이룰  없는 것들을 이루었다. 그것들을 서로 이야기하는데 나는 문득 뭉클한 마음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모임이 채 끝나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서둘러, 선생님의 방문 시간에 맞춰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카페를 떠나는 내 모습을 생각한다.

마치 신데렐라가 12시 종이 치기 전에, 서둘러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여기에 두고 가는 내 유리구두, 내 친구들과 글과 꿈.


매일 눈앞에 주어지는 현실의 일들과 가정 일들, 육아에 허덕이면서 나는 나를 다그치곤 한다.


지금의 너의 상황에서는 독서모임, 글쓰기 모임은 너무 과분한 일들이야!’


 이런 생각이 나를 다그칠 때면, 나는 자주 글 쓰는 일과  읽는 , 그리고 꿈꾸는 일들을 포기하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하는 이들의 격려와 꿈꾸는 그 눈빛 덕분에, 나는 다시 글을 쓰고 책을 읽고 꿈을 꾼다. 이곳에서 나는 신데렐라가 파티장을 가듯, 마법으로 빌려 입은 옷들을 휘뚜루마뚜루 두르고 함께 행복한 꿈을 꾼다.


그리고 돌아온 우리 집 주방 식탁 앞에서 글을 쓴다.


언젠가는 작가가 될 거야!’라는 마음으로 치열하게 동전 하나하나를 세어가며 하루 종일 재즈카페를 지키면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과 글쓰기, 책 읽기 만은 포기하지 않았다던 하루키를 생각한다.  하루키의 글이 30년이 지난 42세의 중년 여성에게  실낱같은 희망을 음미하며 글을 쓰는 .   자리에서 글 쓰는 밤의 맛이  좋다.


 구두가 왕자님께 전해지지 않는다 한들, 유리구두를 신고 무도회장을 누비며 춤을 추던 순간만큼은 온전히 신데렐라 것이었듯이,  시간은 온전히  것이었음을 천천히 되새김질하듯 음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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