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꽃 한 송이 속에 담긴 편지가 준 울림
12월 30일, 1학년의 마지막 수료식 날, 눈물이 가득 차며 뭉클해졌던 까닭은 한 아이가 건넨 고운 편지 속 한 마디 때문이었다.
‘선생님과 함께 수업할 때, 행복했어요.’
내가 꿈꾸던 일, 열심의 마음이 전해져서 기뻐한 그 한 사람의 마음 덕분에 나는 큰 선물을 받았다.
‘네 글을 읽고 나니깐 나도 그런 글쓰기를 해보고 싶어.’
까칠하고 예민한 내면의 나를 모르는 친구. 실없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 마냥 방관자적이고 터무니없는 긍정을 설파하는 밝은 나만을 알고 있던 친구에게 내 책을 건넸다. 친구의 반응이 솔직히 참 많이 두려웠다.
‘내가 알고 있던 너와 참 다르더라고’라고 솔직히 이야기해주는 친구의 말이 고마우면서도 어려웠다. 나와의 진솔한 대화 끝에 들려준 그의 한 마디가 내 마음을 울렸다.
‘나도 그런 내면의 글쓰기를 해보고 싶어.’
어쩌면, 내가 책을 만들면서 전하고 싶던 그 마음이 전해진 것만 같아서 고마웠다.
“삶을 살아가는 지금 내 주변 사람들에게 유익이 되지 않는 책이 무슨 소용 있겠어요?”
라는 자조 섞인 내 말에도 미소를 지어주며
“책 읽으며 눈물이 나더라고.”
라고 말해주는 귀한 글쓰기 동료이자 스승인 지앵 님이 있었다. 그 한 사람이 흘려준 눈물이 마음에 약이 되었다.
늘 그랬다.
내 삶에 모토는 늘 한 사람이었다. 마음을 터놓고 주고받는 한 사람의 친구만 있으면 학교 생활을 할 용기가 생겼다.
아무도 모르던 두려움 가득한 내 마음을 포근히 안아주던 그 한 사람이 내 남편이 되었고, 내 품에서 나와 나를 ‘엄마’라고 불러준 그 한 아이가 세상과 나의 관계를 영원히 변화시켰다.
2022년에는 한 사람이 벌인 독립출판 프로젝트 덕에, 그 곁에서 ‘책 꼭 내세요!’라고 끊임없이 격려해준 충실한 격려자 한 사람 덕분에 책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이 모든 일에 뜻밖의 실마리가 되었던, ‘잘 팔리는 작가가 되겠어.’라는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를 내고 모임을 만든 한 사람 덕분에 글쓰기 친구들이 만들어졌다.
그 한 사람.
자신 없던 일들 앞에서 끊임없이 글쓰기를 이어갈 수 있게 해 준 것은 나도 그 한 사람이라고 믿어준 매일 글쓰기 모임의 한 사람의 믿음 덕분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삶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어 하던 그 한 사람을 위해 글을 썼다던 손원평 작가의 말처럼.
세상 누구도 모르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품고 그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했던 정지아 작가님의 꿈처럼.
언제나 이야기는 한 사람으로 시작되고 한 사람으로 이어지며 한 사람으로 인해 우리는 살아간다.
이제 내가 그 한 사람임을, 그 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2023년의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