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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와일라잇 Dec 19. 2022

마음으로부터의 정리

둘째의 롱 패딩 구입기, 나를 돌아보다.


 어린 시절, 나는 연년생 언니와 함께 옷을 입으며 성장했다. 언니보다 키가 크기 시작한 10 이후로는 언니 옷을 물려받은 기억이 별로 없다. 하지만 국어사전, 리듬악기, 리코더 이런 준비물들은 대부분 언니가 쓰던 것들을 물려받았다. 나는 언니가 사용하던 학용품을  부러운 시선으로 보곤 했으므로 그걸 받는 기분이 좋기도 했다.  시절, 아이들은 대부분 새것보다는 누군가가 사용하던 것들을 물려받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때때로 언니에게 무조건 물려받아서 써야 한다는 사실과 상황이 한없이 싫어지는 때도 많았다.  , 온전한  것이 아닌, 주어지는 것에 만족해야 하는 것이 주는 불편함이 분명히 존재했다.  


지금도 여전히 너무 좋은 새것을 보면 내 것이 아닌 것 같다는 불편한 마음이 들 때가 있다. 그래서, 자동차도 핸드폰도 심지어는 책마저 새것을 사면 좋으면서도 누군가에게 뺏기거나 사라질까 두려운 마음이 종종 생긴다.


작고 마른 우리 둘째는 언니에게 많은 것을 물려받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많은 내복과 신발, 옷들을 다 언니와 사촌 언니들에게 물려받았다. 주변에 딸을 먼저 키운 선배 언니들도 딸 둘인 나에게 많은 것들을 주었기 때문이다. 직접 지은 돌 한복과 해외에서 직접 구매해온 돌 드레스를 시작으로 참 많은 것들을 받아 입었다.


몇 주 전, 옷을 정리하면서 어느새 큰 아이에게는 짧아진 검은색 롱 패딩이 있었다. 옷이나 꾸미기에 덤덤한 큰 아이는 그냥 입어도 된다고 했지만 그러기엔 소매가 너무 짧았다.


새로운 패딩을 구입할 때에도 첫째는 무난한 검은색 패딩을 사달라고 했다. 그렇게 새 패딩을 구입하고 남은 패딩을 둘째에게 물려주기로 나는 결정했다.


“정연아, 추울 때는 이 패딩 입으렴!”


엄마가 건넨 언니의 검은 패딩이 아이는 싫었다. 여기서부터 더 세심했어야 하는데… 내가 무심했다. 패딩을 받자마자 둘째는


“엄마, 나 검은 패딩 싫어!”


라고 외치고 있었지만 나는 듣고 있지 않았다.


“추운 날만 입으면 되잖아! 이거 정말 따뜻해!”


그리고 살짝 아이가 원망스러웠다. 새것은 아니지만 튼튼하고 따뜻한 옷을 거절하며 얇은 자신의 패딩을 입는 아이의 모습이.


그리고 날씨가 추워진 엊그제.


“정연아, 언니가 준 롱 패딩 입고 외출하자! 춥다! “


내 말을 들으며 짜증스러운 얼굴로 롱 패딩을 걸친 아이.


“엄마, 나 검은색 패딩 싫단 말이야!”


구겨진 얼굴을 바라보며 여러 가지 생각에 잠긴다. 그때 아이가 건네는 말에 정신이 조금 든 거 같기도 하다.


“ 나는 밝은 색 패딩 입고 싶어, 나 연보라색 패딩 입고 싶어!”


아, 입고 싶은 것이 분명히 있었구나. 아이가 원하는 것이 있었다는 사실에 안도하기도 하면서 복잡 미묘한 기분이 들었다. 조금 더 내 마음처럼 절약하면 좋으련만,,, 이 아까운 패딩은 어찌할꼬?


그러나, 만약 우리에게 아이가 하나였다면 어땠을까? 이 패딩은 분명히 필요한 누군가에게 나눠졌을 것이다. 아깝다는 마음의 짐을 둘째에게 무조건 짊어지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버리기에 아까운 것은 늘 둘째의 몫이 아니었던가?


그런 마음이 들자, 나는 순간 너무 미안해졌다.


시간도 마음도 여유 있는 일요일 점심시간, 식사 후 아이가 원하는 패딩을 구입했다. 기뻐하는 아이의 모습이 좋았고 살 수 있는 경제적인 여유가 있음이 감사했다.


시작은 그랬다.


“네가 마음을 바꾸면 좋겠어.”


마무리는 그랬다.


“내가 마음을 바꾸니 좋구나.”


그렇다. 마음을 바꿀 이는 나였다.


아깝다는 이유로 뜻 모를 짐을 둘째에게 짊어지게 하지 않겠다는 마음, 아까움의 짐을 나에게 무조건 짊어지게 하지 않겠다는 마음의 다짐.


그리고 기꺼이 좋은 것, 내가 원하는 것에 대해서 조금 더 관대하고 편안해져도 된다는 마음의 위로가 고마웠다.


연보랏빛 패딩을 입은 둘째의 모습을 종종 기억하고 싶다. 내가 나에게 그런 엄마가 되어주고 너에게도 그런 엄마가 되어주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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