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트와일라잇 Mar 03. 2023

둘째라는 여유

입학식을 보다가 얻은 뜻밖의 선물


어제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입학식을 했다. 3년 만에 학부모들에게 공개된 첫 번째 입학식이라 신기하기도 하고 복잡 미묘한 감정이었다.


아이들에게 부모님의 손을 잡고 학교 이곳저곳을 구경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서 다행이었다. 무엇보다 학교라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첫 발걸음을 내가 가장 의지하고 믿는 부모님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설레는 일일까?


 입학생들 사이로 내가 아는 분의 얼굴이 보였다. 몇 년 전에 큰 아이의 입학을 하고 둘째를 입학시키는 분이었다. 큰 애 입학을 하던 때와는 여러 모로 달라진 그분의 여유로운 모습에 나도 모르게 둘째 메리트가 떠올랐다.


6년 전, 큰 애를 입학시키던 날이 떠오른다. 체육관 가득 많은 사람들로 가득했던 공간에서 아이를 선생님께 올려 보내던 순간, 많은 감정이 교차했다.


‘드디어, 우리 아이가 이 많은 무리의 대열에 끼게 되었구나. 잘 지낼 수 있겠지?’


이런 생각들로 입학 첫날, 잠을 못 이루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반면, 코로나로 인해 두 달 늦게 입학을 한 둘째의 경우에는 홀로 교실에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큰 느낌이 안 났던 것 같다. 코로나로 인한 안전 염려를 했을 뿐, 생각의 끝에는 편안함이 있었다.


‘ 잘 적응하겠지… 큰 애도 잘 적응했는걸..’


하는 그런 마음.


이렇게 돌아보니, 둘째들은 상대적으로 극진한 관심을 받지 못하는 대신에 편안한 마음으로 무엇가를 시작할 수 있는 메리트가 있는 것 같다. 입학식을 대하는 부모님의 태도가 달라지듯이, 큰 아이가 가지고 있는 부담과 무게와 기대가 있다. 둘째에겐 큰 기대와 부담 대신 경험에서 오는 편안함과 여유가 묻어 나온다. 그래서일까? 큰 아이 때는 열심히 찾아서 해보던 사교육과 여러 가지 시도들이 종종 둘째 아이에서는 멈춰지는 것 같다.


내가 어린 시절에도, 엄마는 언니네 반 청소도 하러 가고 부모님 모임에도 가입을 했다. 걸스카웃 같은 청소년 단체도 시켜보고 말이다. 대신 우리 반에는 한 번도 오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걸스카웃도 별거 아니라며 1년만 시켜준 것이 내게는 못내 아쉬움과 서운함으로만 남아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단지 첫째라서 엄마가 그런 혜택을 준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엄마도 배움이 필요하다. 큰 아이에게 해보는 다양한 시도들은 어쩌면 부모로서도 배우는 시간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학부모 모임도, 반 청소도, 임원이나 걸스카웃도 다 어떤 것인지 해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을 엄마로서 해본 것 같다.


기대 없는 편안함. 어쩌면 그것이, 암만 찾아도 쉬이 찾아지지 않던 둘째의 메리트가 맞는 것 같다.


여유로운 부모님의 태도 덕분에 옆에서 편안하게 입학식을 기다리던 둘째 아이의 새로운 출발을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뜻밖에 찾아진 둘째 메리트에 웃음을 지어 보았다.


이전 07화 한 사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