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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슬기 Sep 24. 2021

언제쯤, 언젠가.

괜찮아지려나.

“엄마, 엄마는 그 힘든 순간들을 어떻게 견뎠어?” 나는 물었다. “그냥, 너희들이 있고, 살아야 하니까.” 엄마는 대답했다. 나는 결혼을 했다. 내가 늘 입버릇처럼 말하던 모험적인 사람과. 그리고 엄마 아빠가 하시던 오래된 가게를 샀다. 그와 나는 엄마 아빠의 모든 것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곳에서 매일같이 일을 한다. 엄마 아빠가 그 가게를 한지는 자그마치 8년. 일이 고되고 힘들던 날들에 엄마는 늘 말했다. “절대 가게는 하지 마. 내가 너 힘든 일 안 시키려고 지금까지 고생하면서 희생한 거야.” 집에 오면 엄마는 손가락 마디마디가 쑤신다고 했다. 일주일 중 하루를 쉬는 그날에도 피곤함과 붓기가 풀리지 않아 힘들다고도 했다. 그때는 몰랐다. 엄마가 하는 일이. 엄마가 하던 희생이 그냥 자식이 있는 엄마로서 해야 하는 당연한 일인 줄로만 알았다. 지금 나는 엄마처럼 말하고, 엄마처럼 생각하며, 엄마처럼 온몸 여기저기가 쑤셔오고 있다. 젊어서 하는 고생 사서도 한다는데. 내가 지금 그 고생을 산건가. 이렇게 힘든 줄 알았으면 사지 말걸. 열 번 중 아홉 번은 아주 작게 후회하는 중이다. 나의 마음을 알아줄 사람 누가 있을까. 엄마한테 전화를 하고도 싶었다. 그 어느 누구에게라도 얘기하고 싶었다. 엄마의 힘듦을 이제 알아서 마음이 아프다고. 나는 엄마를 정말 사랑하지만, 이렇게 엄마처럼 살아가게 될까 조금은 두렵다고. 엄마는 내가 이렇게 살기를 바라지 않았는데. 이렇게, 사는데 급급해서 살아가는 내가 나도 너무 밉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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