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애정의 힘 11화

Writing, 쓰기의 타이밍

키보드를 5개 고장내고 얻은 깨달음

by 바나바

글쓰기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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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를 5개 부셔먹은 (블루투스 키보드 4개, 노트북 키보드 1개) 사람으로서 글쓰기에 대해서 논해도 될까 의문이 듭니다. 주인을 잘 못 만난 키보드의 비애라고 이름을 지어야 했나 싶었습니다. 노트북이 고장 나는 건 대부분 키보드 때문입니다. 지금도 키보드로 글을 쓰고 있지만 이 키보드와 언제까지 함께 할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합니다.


키보드를 보다 생각나는 게 글쓰기라서 이 글을 작성합니다. 글쓰기의 미학이라고 썼지만 실은 글쓰기의 위로가 어울릴 거 같습니다. 키보드를 몇 번이나 고장 냈지만 그 가운데 한 단계 성장한 글이 있었기에 만족합니다.


글쓰기의 시대에 살아가는 우리


글쓰기의 시대가 되었다고 합니다. 최근에 다시 읽은 <업사이클링> 인터뷰 집에서도 글쓰기를 강조하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옆에 있는 책을 보니 <마케터의 문장>이 있고, 밀리의 서재에 넣어둔 책은 <변호사의 글쓰기 습관>입니다.


글쓰기가 유행처럼 번진 시대에 살아갑니다. 개인적인 제 글에 대해서 이야기해야 하지만, 글쓰기가 만연하게 퍼진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한 정답 같은 걸 찾고 싶었습니다. 결과는 있는데 원인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는 일말의 호기심으로 물었습니다. 그 다짐은 하나의 답변을 귀결되었습니다. “나에 대한 관심의 증가가 글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나타나고 있고,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이 글쓰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쓰기라는 노동


글을 써본 사람이라면 알 테지만 글쓰기는 겉으로는 멋진 작업처럼 보이는 ‘노동’에 가까운 일입니다. 이 글을 쓰면서도 대학에서 공부와 과제를 하고, 일을 하다가 다시 노동을 선택하면서 즐거워하는 저를 봅니다. 지금도 시간이 없어 점심을 먹지 않고 학교 안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쓰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아침형 예술가인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을 쓸 때 새벽 4시에 기상을 해 5-6시간 글을 쓰고, 오후에는 10km 마라톤을 하거나 1.5km 수영을 하는 걸로 유명합니다. 그의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지만 다른 저서를 읽을 때 하루키의 삶을 자주 접했습니다.


그만큼 글쓰기는 쉽지 않다는 걸 무라카미 하루키가 반증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쓰기를 잘하기 위해서는 빠른 손놀림, 좋은 컴퓨터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인터넷이 안 되는 노트북이나 컴퓨터가 몰입이 편해 잘 써지기도 하죠. 김훈 작가는 디지털 시대에 연필로 글쓰기를 고집하기도 합니다. 글쓰기는 아름다운 노동이라고 칭하고 싶습니다. 이 노동을 하고 싶어 사람이 없는 곳을 찾아갈 때야 말로 비로소 글쓰기의 재미가 빛을 발하는 순간입니다.





글쓰기와 책


글쓰기를 잘하기 위해서 책을 읽으란 소리인가? 지루하군.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책을 읽으라는 강요는 아니고요. 책을 읽다 보면, 글을 쓰다 보면 저절로 생각나고 하게 되는 거라 말하고 싶었습니다. 글쓰기를 꾸준히 해서 결과물을 묶으면 책이 됩니다. 책을 분해하고 쪼개면 글이 됩니다. 물과 얼음 같은 관계에 위치한 둘을 어떻게 떼어놓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도서관을 사랑했던 집안 분위기 특성상, 작가와 예술가를 많이 배출한 지역에서 살았던 특성상 글을 접하는 건 쉬운 일이었습니다. 그중에서 유별나게 텔레비전을 사랑했던 아이가 바로 저였죠. 드라마, 예능이 지겨워질 때 즈음에 만난 게 책이었습니다. 책과 사랑에 빠진 듯이 고교시절을 보냈습니다. 문단도 나누지 않은 글을 선생님께 첨삭받으며 즐거워했던 경험이 여전히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책은 글을 부르고, 글은 책을 부릅니다. 글쓰기를 외치는 시대에 살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글보다 다른 미디어에 집중해야 한다고 합니다. 대학에 와 수많은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얻은 건 '높은 스펙'과 '쌓아둔 돈'이 아니었습니다.


나의 생각을 정리해 누군가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능력

힘들고 괴로울 때 사람이 아닌 글에서 받는 위로

평생을 함께 하고 싶은 취미

새로운 걸 배울 때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


정량적인 수치보다 정성적인 배움에 초점을 맞춘다면 책과 글에 빚진 사람입니다. 빚을 참 많이 지면서 살아온 인생이기에 남은 삶을 이들과 함께 살아가고 싶을 뿐입니다.



오늘도, 글쓰기


오늘도 글쓰기를 하는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아마 내일도, 모레도 비슷할 듯싶습니다. 글쓰기를 하는 재미를 알아버린 이상 고통이 찾아온다고 해도 재미에 기뻐 이겨내리라 믿습니다. 믿고 싶습니다. 글 쓰는 건 내 안에 있는 응어리를 풀어내는 작업이요. 기쁨, 슬픔, 즐거움, 짜증을 덜어내는 일입니다.


브런치에 오신 분들도, 브런치에 글을 쓰는 분들 모두 글쓰기를 사랑하는 이라 믿습니다. 글에 집중하기 어려운 사회에 살지만 글을 좋아하는 사람은 모이게 됩니다. 사랑하기에, 좋아하기에 힘듦도 견디고 싶습니다. 오늘도, 내일도 글쓰기 중입니다만



오늘도 글쓰기 중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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