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문장에 담긴 사랑을 보다 보면
눈을 다 감고도
갈 수 있느냐고
비탈길이 나에게 물었다
나는 답했다
두 발 없이도
아니, 길이 없어도
나 그대에게 갈 수 있다고
김현태, 첫사랑
제가 좋아하는 시로 시작하는 글입니다. 이 시를 읽을 때면 아련해지는 듯합니다. 비탈길이 직접 사람에게 물을 수 없죠. 그러나 시에서는 모든 게 허용됩니다. 시적 허용처럼 말이죠. 두 발 없이도, 길이 없이도 갈 수 있다는 말에 담긴 사랑을 우리는 보게 됩니다. 비단 연인만이 아니라 부모님이 자녀에게 하는 사랑일 수 있습니다.
시의 매력은 무궁무진하지만, 저 또한 잘 모르는 듯합니다. 잘 읽는 글들은 딱딱한 서체의 글이나 도전정신을 주는 글이 많습니다. 에세이도 즐기지만 사회비판을 따끔하게 해주는 글을 더 즐기도 합니다. 이 모순을 가진 이로서 가끔 읽는 시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시는 저에게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과 같았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무렵 담임선생님께서 아침마다 시를 쓰게 하면서 만난 시는 저에게 처음으로 성취를 맛보게 해 주었습니다. 담임선생님께는 채택되지 않았던 시가 교외 대회에서는 쏠쏠하게 상을 물어왔습니다. 평범하기 그지없던 저에게는 기쁨이었고 자랑거리였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시가 좋았다기보다는 성취가 좋았던 것 같습니다. 담임선생님과 어머니의 미소, 친구들의 박수소리가 더 큰 힘이었습니다. 그래도 시가 좋은 건 짧아서였습니다. 다른 건 길지만 시는 짧게 생각해도 금방 나왔거든요. (지금은 이 활동이 얼마나 고심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만)
시에 대한 만남은 좋은 추억으로 여전히 기억됩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이 이제는 따스한 봄날의 바람처럼 되어있는 건 비단 시간이 흘러서만은 아닐 겁니다.
시와는 거리를 오래 두었습니다. 지금도 거리가 좁다고 말하기는 어렵죠. 사람의 취향 차이 때문이기도 하지만, 시가 주는 매력이 조금 질렸다는 것에 가까웠습니다. 절제된 어휘의 매력보다는 차분하게 하나씩 알려주는 책이 좋았습니다. 책과 가까워질수록 신기하게도 시와는 그리 가까워지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시가 가지는 따스함이 좋습니다. 저한테는 이 따스함이 봄날의 바람 같기도 하고, 햇살 같기도 합니다. 가끔 팍팍한 삶에서 따스함을 잊고 살 때가 있습니다. 바쁘다는 핑계 때문이기도 하죠. 그럴수록 감성을 찾아야 한다는 걸 알게 됩니다.
시 한 편의 따스함
그 따스함은 노래와도 다르고, 책의 한 구절과도 다릅니다. 시만의 매력이 있습니다. 그 매력을 알고 있는 사람은 시를 찾게 되는 거죠. 저 또한 문득 시가 그리워집니다. 그 그리움을 가득 담은 채로 시를 읽을 때의 기쁨이 참 좋습니다. 그래요. 오늘은 시 한 편을 읊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