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아 며칠 전에 얘기했던 그 순할 순 있잖아.
그분이 글쎄 오늘은 동네 대형마트에 갔다가 카트 안에서 지갑을 주우셨대요.
살펴보니 현금이 17만 원 들어 있고, 신용 카드 몇 장에 신분증까지 있더란다.
고민에 빠지셨다지.
이 물건을 마트 고객 센터에 맡기는 것이 맞을지 아니면 근처 파출소가 나을지.
결국 물어물어 파출소를 수소문하고 순경에게 갖다 주셨대.
몇 시간 후 주인 여자에게 감사 전화를 받으셨다는구나.
‘현금을 빼고 줄까 그냥 줄까 1초 정도는 고민했을 것 같은데, 역시 순 할 순은 달라 달라.’
하긴 나 같아도 10원 구린 돈 꿈 쳐서 맘 불편한 것 보다야 깨끗하게 돌려주는 편을 택했겠지만.
나의 이 유별나고 요령 없는 결벽증은 어디까지나 순할 순 탓이로세.
오전에는 예비 안마사 학생을 인솔하여 병원에 진단서 발급을 위한 건강검진을 다녀왔단다.
안마사자격증을 취득하려면 의사 진단서가 필요하거든.
안마를 받으러 다녀도 모자란 연세에 누구보다 성실하게 공부하고 시험 치고 실습한 모범 학생의 값진 결실이구나.
금주로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안마 임상 실습도 마감을 했어.
어느새 올해 업무를 종료해야 하는 시즌이야.
생활기록부도 쓰고 개별화 학기 평가도 쓰고 2차 고사 성적 처리도 하고.
그렇게 쓰고 쓰고 고치고 마감하고 제출하다 보면 겨울방학식이겠지?
이래저래 천천히 내년도 업무를 구상하고 있어.
새롭게 만날 학생들과의 캐미가 설레기도 걱정스럽기도 하네.
이제 한 달만 있으면 누나 한 살을 더 먹는구나.
꼬박꼬박 참 정직하기도 하지.
유주는 그 악명 높은 중2가 되고.
오오, 본격적인 사춘기 대 갱년기 구도로 치닿는 것인가.
눈 내리고 날 추워지니 우리 강산이 그 보들보들한 머리며 목덜미며 커다란 덩치가 더 생각난다.
추우나 더우나 여기서는 밖에 나가야 배변 해결할 수 있었는데….
푹 자요. 우리 늠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