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아, 이 나라에 벌어진 참사, 너는 어떻게 생각해?
살다 보니 이런 일도 있구나.
45년 만에 계엄이라니 누나 태어난 그 해, 그리고 오늘인 거네.
황당하고 어이없고, 우리 유주 살아갈 미래가 걱정스러워.
유주 아빠 회사도 총파업을 시작한다 하고, 아픈 사람들 치료받는 것도 힘들고 이번 사태로 국제정세며 경제도 휘청.
이 흑수저 도대체 먹고사는 데 불안하지 좀 않게 해 주시면 안 되시겠습니까.
헝아가 누나에게 종종 하는 말이 있어.
“해도 해도 너무 한다.”
오늘만큼은 이 화살을 윤에게 쏘고 싶어라.
하루 종일 우리 학생들도 이 나라에 벌어진 대형 참사 얘기로 시끄러웠어.
다음 주에 있을 2차 고사 준비하면서 틈틈이 귀로는 뉴스를 듣는 거야.
어른 학생이고 보니 견해도 다 다르고.
7교시에는 안마 방과 후 수업이 있었어요.
손으로는 안마를 함시롱 누군가의 입에서 ‘라면’ 이야기가 나왔는데.
갑자기 분위기 후끈.
몇 개까지 먹어봤는가가 화두가 되었네.
소녀 호시탐탐 잘도 끓여 먹는 라죽 이야기부터 조리 비결이며 재료까지, 오오, 뜨거워 뜨거워.
라면, 자타가 공인하는 국민 간식이잖아.
예전에, 그러니까 누나 맹학교 기숙사에 있을 때 말이다.
라면을 정말 자주 먹었어요.
최고의 야식이었거든.
10시가 넘어 취침 점오 마치고, 전기쿠커에 라면을 끓이는 거야.
눈감은 우리가 덜어먹기 편하도록 라면을 다 부숴서 보글보글 끓여.
숟가락으로 각자 그릇에 라면을 덜어 먹는 거지.
면발이 길지 않으니 바닥에 흘릴 일도 없고 매우 편하단 마리오.
그 시절 누나가 처리한 라면 개수만 해도….
지금도 가끔 그때 생각이 나면 누나 혼자서 그렇게 라면을 끓여 먹는단다.
플레이팅은커녕 사실 꼴이야 웃기겠지만, 맛있으면 그만이지 뭐.
꼴 하니까 떠오르네.
언젠가 헝아랑 밥을 먹는데, 내가 메추리알을 젓가락으로 집으려고 하니까 보는 사람 불편하다며 싫어하더라고.
암만요.
눈 뜬 사회에서 눈 감은 사람이 맞춰야지요.
아차 하는 사이 깜빡하게 되는 거야.
나에게 없는 타인의 눈을.
그러니까 강산아 오늘 누나가 하고 싶은 말은,
“라면은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