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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말고 절로 들어갔습니다
15화
꿈이 변하고 있다
33살 직장인, 회사 말고 절로 들어갔습니다
by
신민정
Nov 15. 2019
# 꿈Ⅰ - 3일 차 -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나는 굉장히 분노하고 분개하였다.
어떻게 나에게 그럴 수 있느냐고 고래고래 소리치며 따져 들었다.
악에 받쳐 절규하는 모습이었다.
처량한 그 모습이 어찌나 애처롭고 안쓰럽던지 잠에서 깨어나니 눈가에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마지막이 아름답지 못했다.
아름다운 이별이란 원래 없다고, 소설 속에만 있는 것이지 그딴 게 어딨냐고 말한다지만 아름다움은커녕 마무리조차 하지 못했다.
같은 꿈을 꾸었고, 오랫동안 함께 성장하자는 뜻을 모은 사람들이었다.
서로를 귀한 인연이라 여기며 밤낮을 함께 해 온 사이였는데 마지막 인사조차 나누지 못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서로에게 감사할 정도로 그토록 좋았던 사이였는데 어떻게 그렇게 한순간에 끝나버릴 수 있는 것인지….
관계의 무정함에 회의감이 밀려왔다.
허망하고 허탈하기 짝이 없었다.
가족 같은 관계란 역시 지나친 환상이자 욕심에 불과했다.
가족이 아닌데 가족이기를 바란 나의 어리석음을 두고 누구를 탓할 것인가.
생각하면 화가 치밀었다.
억울하고 분한 마음이 가슴을 갈기갈기 찢어댔다.
괴로운 마음을 쫓아내고자 미친 듯이 절을 했다.
‘이 고통을 없앨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하겠다’는 전투적인 마음으로 뼈가 으스러질 듯이 온 힘을 다해 절했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그것이 전부였다.
가히 필사적이었다.
이 고통을 견뎌내기 위해서….
어느새 눈물과 땀이 범벅이 된 채 온몸을 흠뻑 적시고 있었다.
# 꿈Ⅱ - 35일 차 -
몸 담았던 회사의 문을 들어서고 있었다.
자동문이 열리고 회사 내부의 풍경이 들어왔다. 내가 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내가 머물던
흔적은 말끔히 지워진 채 전혀 다른 분위기로.
사무실 가구의 위치나 진열상태까지 모든 게 달라져 있었다.
유일하게 내 자리만큼은 그대로인데 그 자리는 이미 다른 누군가로 채워진 상태.
아침부터 밤까지 온종일을, 주말까지도 늘 머물던
곳었는데 이젠 너무나 이질적이고 낯선 곳이 되어버린 공간…….
이러한
어색함 속에
머뭇거리고 있는데 함께 일했던 상사와 동료가 들어섰다.
차마 인사를 건네지 못하고 쭈뼛하게 서 있는데 그들 역시 내게 특별한 눈길을 주지 않았다.
한 동안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머물다 다시 마주친 그들.
그제야 내게 몇 마디 말을 건넸다.
“건강은 괜찮습니까?”
“네….”
“어떻게 지내고 있습니까?”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습니다.”
형식적이고 의례적인 물음에 감정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무표정한 대답..
데면데면한 사이 틈으로 건조한 공기 속 적막이 흐를 뿐이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아무 일 없는 척하는 메마른 인사가 오갔지만 그 장면을 통해 내 마음 상태를 적나라하게 목격했다고나 할까.
떠나온 회사를 굳이 왜 다시 찾아간 건지….
몸은 떠나왔지만 마음은 거기에 두고 온 걸까.
내 시간과 노력을 다 바친 회사에 미처 버리지 못한 미련을 남겨둔 것인지도 모르겠다.
또 당연히 바뀌어야 할, 새로운 사람으로 채워질 내 공간에 다른 사람이 앉아있는 모습을 보고 씁쓸함을 느끼는 건 왜일까.
빠르게 지워져 버린 내 자리에 아쉬움과 공허감을 느끼는 내가 우스웠다.
많은 절을 하고 경전을 읽으며 그들에 대한 미움과 분노 같은 거친 감정들이 사그라졌다고 믿었다.
그래서 이젠 괜찮을 줄 알았다.
웬걸! 꿈에서라도 다시 마주친 그들에게 여전히 서먹하고 불편한 마음을 느꼈다.
꿈에서 다시 만난 그들
역시도 여전히 차갑게 굳은 얼굴, 싸늘한 말투였다.
그러한 모습으로 만나게 된 걸 보면…
그들을 이해한다고 하면서도 진정한 화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었다.
아니, 내 맘 깊은 곳에서는 아직 이것을 거부하고 있는지도…….
주체하지 못할 것 같은 화를 쏟아내고 분출하던 그때와는 또 다른 슬픔이 내 곁에 머무른다.
그렇게 꿈을 통해 내 마음을 발견한다.
내 안에 감춰진 속마음을 또렷이 마주한다.
진정한 화해와 수용이 있기까지의 과정들을 밟아나가는 중일 거야. 그렇게 믿어본다.
다음엔 어떤 꿈을 꾸게 될까?
그때 난 웃고 있을까?
# 꿈 Ⅲ - 68일 차-
어디론가 떠나는 기차에 몸을 싣고 있었다.
몇 번의 환승이 필요했고, 어떠한 중요한 행사에 참석하기 위한 여정이었다.
그런데 그 옆자리엔 함께
일했던 직장 동료가 앉아있었다.
왜 우리가 같은 기차를 타고 가는 중인지, 어떻게 옆자리에 앉아서 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분명 큰 실망과 원망, 미움이 뒤섞인 감정으로 헤어지게 된 사이였는데 이 열차를 타고 가는 지금, 딱히 다른 감정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게 말없이 같은 기차, 옆자리에 몸을 실어 떠나는 중이었다.
……
기차를 타고 떠나온 목적지에서 누군가와 함께 걷고 있었다.
천천히 서로의 보폭에 발을 맞추며, 느릿한 걸음으로.
나지막한 언덕길을 함께 내려오는 중이었다.
많은 말들을 나누진 않았다.
하지만 그 숨김 말들을 서로가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야트막한 언덕길을 나란히 걷던 또 다른 이는 꿈과 비전을 함께 나누던 회사의 대표님이었다.
한 때는 서로에게 무한히 감사했고, 귀한 인연이라 여기며 한없이 배려하고 존중했던…
10년, 20년 뒤를 상상하며 오랫동안 함께 할 인연이라고 생각했던 그들이 내 꿈에 다시 나타났다.
왜 이런 꿈을 꾼 것일까. 이 꿈의 의미는 뭘까?
꿈속에 다시 그들이 나타난 것이 의아했다.
한참을 멍하니 누워 생각에 잠겨있었다.
그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그들이 꿈속에 나타난 그 의아함보다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진하게 내 마음을 감싸 안았다.
그들과
재회한 세 번의 꿈이 필름처럼 지나갔다.
처음 꾸었던 꿈만 하더라도 억울함과 분노, 배신감에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두 번째 꿈속에서 만난 우리는 서먹하고 불편한 감정이
역력했다.
그런데 두어 달이 지난 지금, 꿈도 변하고 있었다.
나란히 옆자리에 앉을 수 있고, 함께 발걸음을 맞추며 같은 길을 걸을 수 있었다.
‘내가 이젠 그들을 미워하지 않는구나!’
생각만 해도 눈물나고 가슴 아팠던 상처들이 여물고 있구나, 이제는 차분하게 그들을 대면할 정도로.
꿈은 무의식의 반영이라고 하지 않던가?
이제는 내가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으로 고통받고
있진 않구나 라는 걸 알게 됐다.
꿈을 통해 나의 무의식 세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내면의 상처가 아물고 있나 봐.
보이지 않지만 마음의 상흔이 치유되고 있나 봐.’
내 마음 따라 꿈이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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