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얘기를 해보려 한다. 이건 뻔하디 뻔한 얘기 중 하나다. 너무 당연한 얘기라 지루할 거라는 언질을 준다. 나는 헬스를 하고 있으며, 시작한 지 3~4년 정도 되었다. 여느 운동과 마찬가지로 아니 여느 배움과 마찬가지로 헬스를 하면서 다양한 깨달음을 얻었다. 사실 깨달음은 조금 거창한 표현이다. 내가 느낀 건, 이를테면 당연하고도 긍정적인 효과에 대한 실감 같은 것들이다. 그중엔 역시 꾸준함도 있다. 시간이 꽤 흐르고 돌아보아야 느낄 수 있는 가치다. 역시 어렵게 쌓은 가치는 뿌듯함을 준다.
지난 주말, 3일 연속 헬스장에 가봤다. 취준 시기를 마치고 나서 오랜만에 가는 거였다. 참고로 나는 평소 2일 내지 3일 간격으로 운동을 즐긴다. 그러니까 이번엔 근질근질해서 운동 루틴을 깨 보았다는 얘기다. 운동 3일째, 나는 헬스를 다녀와서 글을 쓰려고 했다. 피죤 향 나는 빨래를 널고, 좋아하는 밴드 음악을 틀어 두고, 커피를 마시면서 글을 쓰는 것 또한 나의 주말 루틴이다.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일한 것과는 조금 다른 피로감이 몸 안에 충만했기 때문이다. 나는 침대에 누워 주말을 흘려보냈다.
알다시피 헬스는 근육에 스트레스를 주어 상처를 내는 운동이다. 그 상처가 회복되면서 이전보다 큰 근육이 만들어진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처도 어쨌든 상처인지라 염증 반응이 발생하고, 동시에 (육체) 피로가 생긴다. 헬스 아마추어들은 이 피로도를 몸에 달고 산다. 그것도 넘치지 않게 조절하면서 말이다. 만약 이 피로도가 넘치면 부상이든, 질환이든, 퍼포먼스 저하든 어떠한 형태로든 분명하게 나타난다. 그러니까 이들에게 운동은 귀찮은 것보단 과하지 않게 조절해야 하는 것이다. 그들은 그만큼 헬스를 사랑한다.
내게도 운동이 그리 가벼운 취미는 아니다. 뭐랄까 운동은 내 삶에 조금 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조금 더 높은 단계에 대한 욕심도 생긴다. 하지만 난 그 경지까지 (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올라가지 않으려 한다. 헬스 아마추어 경지까지 말이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몇 년 전만 해도 헬스 아마추어의 경지가 꽤 낮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피트니스 영역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요즘, 헬스 아마추어라 불리려면 앞서 말한 정도는 되어야 않나 싶다. 물론 이 또한 개인적인 의견이다. 어쨌든 돌아가서, 이 아마추어 경지까지 도달하려면 상당한 기회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난 그게 아깝다.
기회비용을 하나 더 말해보자면 집중력이다. 운동엔 상당한 집중력이 소모된다. 헬스장엔 생각 없이 가야 한다고 하지만, 운동은 생각 없이 하면 큰일 난다. 무거운 무게를 들 때는 특히 더 그렇다. 인대와 건, 관절이 다치지 않기 위해선 올바른 움직임으로 해당 근육을 온전히 써야 한다. 이를 의식적인 근육 컨트롤, 즉 마인드-머슬 커넥션이라 부른다.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상당한 집중력이 필요하다. 참고로 동일한 운동을 할 때, 프로의 운동 시간은 일반인보다 짧다고 한다. 보통 그들은 최고의 집중력으로 1시간 내 운동을 마친다. 헬스를 간다는 건 시간뿐 아니라 집중력에 대한 기회비용 역시 지불하는 것이다. 사람에겐 일일 집중력 용량이 분명 존재한다.
그렇다고 이 글이 운동을 열심히 하지 않을 거란 다짐은 아니다. 바꿔 말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나는 기회비용을 운동보단 글쓰기에 더 지불하고 싶다. 그게 좀 더 내 삶에 밀접히 연결되었으면 한다. 사실 여태껏 이 의지와 삶이 일치되진 않았다. 글쓰기가 좋다고 말하면서 매일 내 집중력을 투자하진 않았다. 문장을 만들어 내지 못한 날에도 헬스는 갔다. 사실 운동을 좀 더 좋아하는 걸까. 그렇게 마음의 저울을 살펴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 그럼 왜 그러지 못했을까.
운동을 꾸준히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해? 지인에게 가끔 이런 질문을 받는다. 나는 이렇게 답한다. 우선 집에서 가까운 헬스장을 끊고, 3주 정도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말이다. 글쓰기도, 다른 어떤 것도 마찬가지일 거다. 개인의 의지보단 적절한 환경이다. 아니 사실 환경 조성도 의지의 일환이다. 습관을 들이고, 쉽게 행동할 수 있는 환경과 장치(이를테면 마감)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아, 정말 뻔하디 뻔한 결론이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글에 더 진심인 사람이 되고 싶다. 운동에 기꺼이 값을 지불하는 헬스 아마추어들을 생각해 본다. 그들은 운동 분할 루틴을 세우고 일주일 동안 운동을 착실히 수행한다. 기름진 음식과 설탕을 멀리하고 채소와 과일, 좋은 지방, 단백질을 가까이한다. 운동 직전엔 부스터를 먹고 집중력을 아낌없이 쏟아붓는다. 취미에, 취미를 넘어선 무언가에 진심으로 몰두하는 사람들이 멋있다. 나도 글의 영역에서 그런 아마추어 경지로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