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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터 Mar 12. 2024

2, 첫 인물화

                                                             (33개월)


어린이집에서 사진을 보내왔다.

두 눈도 있고 코, 입. 귀까지 다 갖춘  제법 형태있는 사람의 얼굴 모습이다. 

이맘 때는 뭔 짓을 해도 안 신기할까.

똥을 눠도 신기하고 재채기해도 기특한데 와우~ 인물화를 그리다니. 

나는 이 그림을 뭉크의 절규를 처음 보았을때 느꼈던 경이로움으로  오래오래 바라봤다. 

시작은 무엇이든 아름다운 법이니까.




                                                                (36개월)


36개월이 되자  그림이 좀 더 구체화되었다. 

눈동자도 생겼고 수염도 있다. 아빠를 그린 거라고 했다. 머리카락도 잊지 않았다.

"아빠는 머리가 짧아요."

"맞아. 맞아!"

나는 머리가 짧다는 개념을 이해한 것만도 기특해서 미적분이라도 풀어낸 것만큼 호들갑스레 놀라워해준다. 

이번에는 인물만이 아니라 신체 모두를 그려 팔과 다리도 다 있다. 몸통은? 

이 그림은 얼굴이 곧 몸통인 매우 경제적인 그림이다.  그래서 몸통과 잘 버무린 얼굴에는 귀도 있고 팔도, 다리도 사이좋게 다 같이 달려있다. 

눈이 왜 이리 큰가 했더니 안경 쓴 거란다. 

제 아빠의 특징을 나름대로 다 잡아내 그렸다.


 남자는 머리가 짧고 아빠는 안경을 꼈다. 그것은 사랑이에게 시작되는 어른 남자에 대한 첫 개념이었다.  사랑이가 태어나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가족들이고 그것은 사랑이의 모든 세계였다. 가족들의 모습, 행동, 말투를 듣고 보고 관찰하며 아이는 그것이 정답으로 여기며 따라하려 애쓰며 성장해갈 것이다.  

그것이 우리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며 자라나는 사랑이의 사랑스런 시선에 책임감을 느껴야만할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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