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할빠와 손녀의 두 번째 여행(24, 3,22~3, 26 베트남)
사파리 입구에서 무용수들이 민속춤을 추고 있었다. 원하면 사진도 찍을 수있었지만 부끄럼 많은 사랑이는 한사코 싫다고 했다. 이국적인 모습에 잠시 시선을 빼앗긴 후 입구로 들어섰다. 홍학들이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연못을 지나 툭툭이라고 불리는 셔틀 버기차를 타는 곳으로 향했다. 돈을 지불하니 팔찌를 하나씩 주었다. 사파리 내에서 언제든 타고 필요한 곳에 내려 관람하고 그다음 정류소에서 탈 수가 있다는 표였다.
사파리에는 많은 동물들이 있었는데 사랑이가 특히 좋아한 것은 구경만이 아니라 직접 동물들과 교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었다. 온갖 종류들의 새들이 있는 조류관에서는 예쁜 구관조들을 머리와 팔, 어깨에 앉혀보기도 했다.
여러 동물들 밥 주는 체험들도 있었는데 사랑이는 기린 밥 주는 체험과 코끼리 밥 주는 체험을 했다. 당근을 받아먹기 위해 내민 기린의 혀가 얼마나 길고 보랏빛인지도 눈앞에서 보았고 거대한 코끼리들이 사랑이가 주는. 먹이를 받아먹으러 오는 걸 보며 즐거워했다.
버스를 타고 사자 호랑이. 곰 우리도 한 바퀴 돌고 사바나에서 뛰노는 동물들의 모습도 간접적으로 체험해 보는 시간을 즐겼고 그런 사랑이를 보는 나도 즐거웠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사파리 다음에 간 아쿠아리움이었다. 아쿠아리움은 규모가 크고 다양한 해양생물들을 갖춘 훌륭한 곳이었는데 내가 사랑이에게 특히 보여주고 싶었던 건 인어쇼였다.
정해진 시간이 되자 대형수족관 앞에는 사람들이 빼곡히 모여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일찍 간 덕에 우리도 전체 모습을 잘 볼 수 있는 앞쪽 중앙에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쇼는 기대이상이었다.
긴 꼬리지느러미를 가진 화려한 차림의 인어 세 명과 보조 잠수부 두 명. 그리고 떼를 지어 다니는 수많은 물고기들이 조화를 이루며 보여주는 공연은 환상적이었고 구성과 무대 모두 나무랄 데가 없었다. 인어들이 펼치는 쇼에 눈을 떼지 못하는 사랑이를 보며 나는 이런 황홀하고 아름다운 쇼를 보여줄 수 있게 해 준 스스로를 자랑스러워 했다.
마침내 쇼가 끝났다.
사랑이가 얼마나 감동받았을까. 잔뜩 기대하며 나는 물었다.
" 인어 공주님들 너무 아름답지?"
당연히 네! 너무 좋아요. 라든지 정말 예뻐요라든지 뭐 그런 감탄사가 터져 나올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사랑이는 묘한 표정만 짓고 아무 대답을 하지 않는 게 아닌가.
뭐지? 이 시니컬한 반응은?
사랑이 입에서 내가 원하는 대답을 끌어내고 싶어 안달이 난 나는 다시 같은 질문을 했다.
"인어공주님들 춤 정말 멋지지 않아?"
그러자 입을 연 사랑이의 대답은 내 기대를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것이었다
"진짜 인어들 아니에요."
응?
당황한 내게 사랑이가 이유도 말했다
"물안경을 쓰고 있었어요."
!!!!!!
크리스마스 때 유치원 행사로 산타할아버지가 온 적 있었다. 유치원에서 사진을 보내 주었는데 산타할아버지에게 선물 받고 품에 안긴 사랑이는 매우 행복해 보였다. 그래서 분위기를 맞춰주느라 나는 말했다
"우리 사랑이가 착하다고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주셨네. 참 좋았겠다."
그때도 사랑이는 묘한 표정을 짓다가 잠시 틈을 두고 말했다
" 진짜 산타할아버지가 아니에요."
이유도 명확하게 밝혔다.
"유치원 선생님 **의 목소리였어요."
음.....
사랑이는 분명히 T 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