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로호모라, 아파레시움! 미아리 더 텍사스"
□ 기억의 갤러리, 2015' 더 텍사스 프로젝트 (1024)
THE TEXAS PROJECT
"알로호모라, 아파레시움!
미아리 더 텍사스"
★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88-290번지
(길음역 10번 출구, 한성교회 뒤 천신암 옆)
2015.10.17 - 10.30 / 12 PM~ 5 PM
ㄴ
◇ 들어서는 순간 음습한 공기가 훅 다가와 나를 에워싸서 휘청거려질 정도였다. 지난해 다른 전시에서 잠깐 뵈었던 채선미 작가님이 참여한 그룹전이라 막연한 기대와 호기심으로 갔다.
입구에 채 작가님의 작품부터 전시가 돼 있어서 한시름 놓였다.
채 작가님의 작품이 공간에 썩 어울렸다.
원초적 본능과 이상향, 그리고 그 중간 어디쯤을 방황하고 있는 내 모습이 보였다.
채 작가님의 전시 공간 앞 방에는 걸레질하는 김도희 작가의 손동작이 영상으로 되풀이되고 있었다. 그 옆에는 김 작가가 실제로 방을 닦아냈던 걸레가 넝마가 되어 널려있다. 그 걸레질이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씻김굿'이라도 하듯 엄숙하게 나를 위로해주었다.
비로소 방이 눈에 들어왔다.
쪽방. 십여 년 전 대학 동창 술꾼들을 따라 신길동 어느 쪽방에서 한뎃잠을 자듯 밤을 지새웠던 기억이 났다.
우연히도 나는 그때 그중 어떤 남정네와 입을 맞추었었다.
그를 사랑한 것도 아닌데 공간이 주는 빈하고 고달픈 느낌을 그와 나는 포옹으로 모면하려 했던 걸까?
1층을 두어 바퀴 돌다 보니 좀 진정이 되었다.
주변에 서라벌고등학교와 개천이 있었다는 사실을 조광희 작가의 그림을 보고 알았다.
1, 2층과 옥탑방까지 열댓 개 되는 모든 방들에서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쾌쾌하고, 끈적거리고, 은밀하고 밀폐됐던 공간.
지금은 빈 공간임에도 작가님들의 작품은 소품이나 모티브가 될 뿐,
나의 상상과 기억들이, 공간이 주는 어떤 기운과 온몸으로 대면하듯 경계가 허물어졌다.
순간의 쾌락을 위해서, 외로움 때문에, 본능을 해소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생업이니까... 그 모든 이유와 얘깃거리들이 그냥 한 덩어리가 되어 나의 오감 위로 덮쳤다.
◇◇ 2층으로 가니 좀 더 방의 실체들이 다가왔다. <백육십에 이백> 사이즈의 쪽방 테두리에 코바느질로 레이스를 둘렀다.
"두 존재가 만나도 자기 보호와 사고방식을 넘어서지 못하고 맴맴 돌다 돈을 운운하고 헤어지고 마는 관계의 크기는 실로 이만하다."라는
정원연 작가님의 작품을 만나고, 이선애 작가님의 <옆집>을 보며
더 텍사스의 볕 좋은 창과 소소한 식물들을 보았다.
옥탑방에는 언니모자님의 <분홍 노동> 퍼포먼스가 벌어지고 있었다.
이미 신청자들이 있어서 즉흥 상담이나 서비스?를 받아보지는 못했지만 노동으로서의 성매매에도 인권을 존중하고, 예의를 갖춰야 한다는 생각이 살포시 들었고, 그냥 성담론을 담담하게 나눠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 채 작가님과 가을볕을 쬐며 골목길을 돌면서 얘기 나눴다.
자주 보지 못하기에 궁금한 얘기들도 많았지만 자연스레 사람과 관계,
연애 얘기를 했다. 사람을 만나는 일은 쉽지 않다고 잠정 결론을 내리고,
서로의 작업을 격려하고 또 보기로~
전날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아침도 거르고 갔지만 바로 졸리거나 허기가 지지 않았다. 미아리 텍사스촌을 빠져나오며 나도 주문을 외고 있었다.
* "알로호모라, 아파레시움! 미아리 더 텍사스"
------------------------------
* Aparecium [아파레시움]
- 투명인 물체를 형태가 보이게 하는 주문
Alohomora [알로호모라]
- 잠긴 문을 열거나 자물쇠를 푸는 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