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별곡 2

시크한 서울

by 꿈꾸는 리얼리스트

늘 서울에만 있는 사람은 모를 것이다. 열흘만에 서울에 왔다. 오늘부터 추워진다했는데 생각처럼 춥지는 않았다. 서울의 알싸한 공기가 좋다. 무심한 듯 사람들은 저마다의 표정으로 어딘가로 향한다. 퇴근 시간이었으므로 2030이 많다. 동네 가까이로 오니 아주머니. 아저씨들도 합세한다. 언젠가부터 TV에 나오는 아나운서. 기자들이 내 또래보다 젊구나, 싶더니 쇼윈도에 언뜻언뜻 비추이는 내 모습의 그저 아주머니다.


전에 홍대 앞에서 어떤 여학생에게 길을 알려줬더니 친구랑 통화하면서 "어떤 아주머니가 길을 알려줘서 찾아가려고.." 해서 흠칫했던 적이 있는데 아직도 '아주머니'라는 소리가 왜 이리 생경한 지. 이미 외모로나 물리적 나이가 중년의 아주머니임에 틀림없는데.. 서울살이 30년. 내년이면 33년. 작가 생활 30년인데 아직도 서울로 돌아오는 길이면 뭔가 결연한 심정이 되는 것.


시크함 속의 차분한 질서가 좋다. 애써 위안하려는 게 아니라, 서울엔 서울만의 알맞은 온기와 질서가 있다. 다이내믹하고 비릿한 내음이 풍기는 부산. 경남에서 돌아오는 길이면 이런 시크함에 눈물이 찍 나올 만큼 마음을 다 잡아야 할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아니다. 알싸한 공기에 어울리는 엷은 미소를 짓고 조용히 집으로 오는 길. 서울은 더 이상 낯선 곳이 아니다. 언제나처럼 마음을 다잡고 긴장해야 하지만 이런 적당한 긴장감이 오히려 '성숙한 나'로 변신하는 것 같은.. 여기는 서울이다. '서울살이' 유니폼으로 갈아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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