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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ki Dec 28. 2022

데이터분석가가 일하기 좋은 조직 환경

a.k.a. 포커스미디어코리아 데이터전략팀에서의 3년 기록


2019년 11월, 나는 지구 반대편에서의 결혼식을 앞두고 이직을 결심했다. 디지털 마케팅 AE → 디지털 매체 플래너 → 매체 세일즈 → 데이터 분석, 4번째 직무 변경이었다.


디지털 AE 시절엔 크리에이티브 컨트롤 보다 데이터를 들여다보는 것이 재밌어서 → 디지털 매체 플래너 시절엔 한 브랜드에 집중하기보다 다양한 업계 분들을 만나며 영업을 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서 → 매체 세일즈를 담당할 때에는 성향 상 많은 의사 결정에 데이터를 많이 활용하는 자신을 발견했던 찰나였기에 데이터 분석가가 되기로 결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3년 전 새로운 직장/직무 출근을 앞두고 무슨 생각했을까? - 아무 생각 없었겠지


다만 3년 전까지만 해도 엑셀 피벗 테이블에만 의존하고 있었기에, 문과 출신에 SQL, 파이썬 활용 능력도 없는 나를 데이터 분석가라 부를 수 있을지 걱정될 뿐이었다. ‘데이터 분석 능력’이라는 것이 이런 툴 활용 능력 외에는 검증할 방법이 거의 없기에, 당시 내 역량을 믿고 업무를 맡겨준 조직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근속 3주년을 맞아 지난 3년을 회고하는 글을 쓰자고 다짐했을 때, “데이터 분석가가 일하기 좋은 조직 환경"이라는 주제로 글을 썼을 때와 결과물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바로 거침없이 써 내려가 본다. 데이터 분석가로서 새로운 직장을 찾고 있다면 하기 조건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미리 체크해봐도 좋겠다.



커리어/포트폴리오 관리 측면


1. 다양한 분야의 데이터를 보유하여 융복합 분석 기회가 많은 조직



현재 근무 중인 포커스미디어코리아는 타겟의 주거 공간, 업무 공간, 대학교 캠퍼스까지 다양한 생활공간에서 매일 반복적으로 마주하는 엘리베이터TV를 통해 다양한 브랜드 콘텐츠와 유익 정보를 제공하는 콘텐츠 플랫폼이다. 전형적인 매체 회사의 경우 대부분의 직원이 광고주 대상 영업에 집중하고 매체 섭외, 설치, 소재 제작, 운영 등은 외주를 맡기고 있는 것에 반해 포커스미디어코리아는 FULL VALUE CHAIN을 구축하여 고객접점개발-하드웨어설치관리-콘텐츠제작-송출-모니터링을 모두 직접 진행하며 내재화하고 있다. 데이터 분석가로서는 매우 흥분되는 지점이다. 기존에는 광고 효율 데이터 위주로만 분석 기회가 있었지만, 더 다양한 데이터를 융복합하여 새로운 상관관계를 발견하거나 겪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분야에서 인사이트를 발굴할 기회가 더 많아진 것이다. Marketing Analysis로부터 Business Analysis까지 분석 시야를 넓히는 기회도 가질 수 있다. 광고주 영업에 있어서 특히나 인기가 있는 중요 단지의 경우 그만큼 고객접점개발에 있어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점검한다거나, 빅모델 기용이 특히나 많은 광고주의 특성(업종, 규모, 투자 단계 등)을 분석하는 등 궁금한 것은 모두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



물론 J커브를 이상적으로 그리며 빠르게 성장한 만큼, 처음 기반을 잘 다졌다면 더 효율적으로 관리 됐을 만한 데이터도 많다. 하지만 꼬인 실타래를 풀어 정돈하는 작업에 희열을 느끼는 성향의 데이터 분석가라면 이런 데이터 축적 프로세스 개선 경험은 앞으로의 데이터 커리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이미 수집과 정제가 모두 되어 있는 데이터만 분석해본 데이터 분석가에 비하여, 이런 데이터 축적 과정을 실제로 경험해 본 분석가가 더 많은 데이터 오류(예. 데이터 생성 과정에서 발생한 중복 행 또는 잘못된 필드 병합으로 생긴 집계 오류 등)를 발견, 더 정확한 분석을 할 수 있는 눈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2. 새로운 데이터 수집/생성 기회에 열려있는 조직

이러한 융복합 업무에 있어 필수적이지만 많은 기업이 갖추지 못한 것이 있다. 바로 조직 별 데이터가 큰 허들 없이 데이터 분석가에게 공유될 수 있는 데이터 투명성이다. 보통은 ‘보안 이슈’라는 명목하에 각 조직의 데이터를 타 팀에 공유할 수 없는 경우가 많기에, 데이터 분석 조직이 분석 역량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특히 규모가 큰 대기업이라면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다른 본부 직원에게 자신의 업무의 중심이 되는 데이터를 망설임 없이 공유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포커스미디어코리아는 현재 직원 수가 200여 명 수준으로 그나마 오며 가며 얼굴을 익히고 직접 찾아가 인사도 나눌 기회도 많은 규모이다.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에 더 규모가 커지기 전 이런 데이터 투명성을 다져 놓은 것이 매우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조직 별 밥그릇 싸움보다는 새로운 협업 기회 발굴을 장려하고 성과로 인정하는 조직 문화도 한 몫하고 있다.


3. 새로 발제한 프로젝트를 실행할 수 있게 서포트해주는 조직

3년 동안 근무해 오며 안정적으로 업무 역량을 인정받았던 부분은 바로 새로운 프로젝트 발제를 많이 했다는 점이었다. 위에 기술한 대로 아이디어만 있다면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기반은 모두 마련되어 있었기에 어려웠던 부분은 아니었다.


새로 발제한 업무들의 결을 요약해 보면 하기와 같다. 

* 나열한 업무 구분 별로 실제 진행한 업무 예시는 따로 기술할 기회를 가질 예정이다.


기존 업무/데이터 축적 업무 효율화하기 - 효율화에 도움이 될만한 툴 도입하기

언뜻 보았을 때 관계가 없어 보이는 두 데이터의 항목을 늘어놓고 상관관계 분석이 가능한 항목 찾기

의사 결정의 속도 개선이 필요한 분야의 대시보드 구축하기

데이터 활용 방법이 익숙하지 않은 유관 부서에 데이터 활용 방법 선제안 하기

반복되는 수동 검수 작업 자동화하거나 프로세스화 하여 매뉴얼 작성하기

자사가 보유하고 있지 않은 데이터를 보유한 회사와 제휴 진행하기

정부 지원 사업 (데이터 바우처, 빅데이터 분석 지원 사업 등) 신청하여 지원받기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빅데이터 플랫폼 기반 분석 서비스 지원 사업 참여 결과 (티징)


현재 데이터 분석가로 근무 중이라면 위 예시와 같은 업무들을 소속된 회사에 맞추어 대입했을 때 좀 더 손쉽게 신규 발제할 프로젝트를 아이데이션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발제 후 실현하려면 회사의 서포트가 물론 필요하다. 업무에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하려는 유료 툴, 새로 확보하고 싶은 데이터 구매 비용, 타사와 제휴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급 비용 등 내부에 보고했을 때 NO라는 대답을 들은 경우는 거의 없었다. 또한 불가피하게 수동 맵핑/정제가 필요할 때 일시적인 인력 고용도 유연하게 진행할 수 있었던 점도 불필요한 야근을 피하고 분석 기획/설계에 집중할 수 있게 했다.


4. 업종 특수성에 따른 데이터 분석의 중요성

위와 같은 다양한 씨실 x 날실의 데이터 융복합 설계에 있어 창의성을 발휘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또 있다. 바로 엘리베이터TV가 DOOH 채널이라는 것. 예전부터 옥외광고는 정확한 성과 측정이나 타겟 분석에 어려움이 있었다. 유동인구 중 실제 광고를 시청하는 시청 횟수 카운팅과, 계속 변하는 인구 특성을 분석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이 장소에는 평균 n명이 지나간다”라는 평균치로 광고 성과를, 광고가 노출되는 장소(지하철역, 랜드마크 장소)에 따라 주 연령과 타겟 특성을 추정하곤 했다. 통신사 데이터와 연계하여 실제 시청자수를 카운팅 하거나 타겟을 분석하는 것, 시청자의 시야를 카메라로 분석하여 실제 노출을 카운팅 하는 것 모두 최근에야 가능해진 부분이다.


이렇기 때문에 DOOH를 시청하게 될 엘리베이터TV 입주민 시청자에 대한 효과와 특성 분석을 위해서는 “A데이터와 B데이터를 비교해보면 광고 효과를 입증할 수 있지 않을까?" 또는 "C데이터와 D데이터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튀는 타겟 특성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D데이터를 보유한 회사는 어디일까? 연락해 봐야겠다!" 등, 업계에 아직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분석 방법을 능동적으로 설계하고 실행할 기회가 많을 뿐 아니라, 결과가 나왔을 때 내부 반응도 굉장히 좋은 편이다. 이미 디지털 전환 효과가 뚜렷한 매체의 경우 이러한 이종 데이터 간 융복합 분석 시도에 오히려 큰 Needs가 없을 수 있다. 이미 분석해야 하는 데이터가 너무 많고 이미 답이 나와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업무 만족도 측면


1. 내적 동기 가득한 팀원 & 협업 팀

지난 3년 간 일 자체도 재미있었지만 팀원들과의 케미도 안정적인 회사 생활을 하는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임신 기간과 육휴 6개월 후 복직 직후에는 코로나로 인하여 전면 재택도 많았는데 출근하여 팀원들과 함께 일하는 게 가끔 그리울 정도였으니 말이다.


데이터 분석은 탄탄한 데이터 안정성에서 시작하여야 하기 때문에 각자가 관리하는 데이터에 대한 사명감이 있어야 의미 있는 융복합과 협업이 가능해진다. 그래서 ‘조금 찝찝하지만 넘어가도 되지 않을까’ 보다는 뭔가 아니다 싶으면 만족스러울 때까지 집요하게 파고드는 각 팀원들의 성향이 늘 든든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단적으로 발동하는 외적동기는 KPI 세팅이나 데드라인 설정 등으로 고취가 가능하지만, 본인이 만족할 때까지 업무 퀄리티를 끌어올려야 하는 내적동기는 타인에 의해 결정되지 않기에 운 좋게 모든 팀원 분들이 내적동기가 충만한 환경은 나중에 다시 있을까 싶기까지 했다.


이렇게 빡센 워크샵 일정도 거뜬히 해내는 데이터전략팀


협업을 진행하는 타 팀 동료들 또한 '자기 살림도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적극적인 분들이 많다. 데이터라는 말만 들어도 머리 아파질 수 있는 상황에서도 어떻게 하면 데이터를 활용하여 캠페인 퀄리티를 높여볼 수 있을지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있다.


데이터전략팀 협업 내용 엿보기


2.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한 상위 구조

함께 수평선 상에서 일하는 동료만큼이나 리더, 임원진 분들과의 소통도 중요하다. 이전 회사에서는 파편화된 커뮤니케이션 라인 때문에 업무가 힘든 경험이 많았다. 광고주의 실무 단과 모두 합의된 기획안으로 업무를 진행하다 광고주 임원진 의견에 따라 안을 뒤집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거나, 상사와 임원진의 KPI에 대한 이해가 달라 더 이상 조치를 취할 수 없는 캠페인 종료 후에나 부정적인 평가 결과를 듣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상사>임원진>대표에 이르기까지 내가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현황이 주기적으로 정확한 내용으로 공유되고 있다는 점,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적/물적 자원 요청이 신속하게 이루어진다는 점, 데이터 분야라 난이도가 높을 수도 있는 개념들에 대한 초기 이해가 정확히 이루어진다는 점은 마치 재봉틀에 늘 기름칠이 듬뿍 발라져 있는 것과 같았다.


성과 평가 시즌마다 나의 강점 / 개선이 필요한 점에 대해 가감 없이 들을 수 있고, 앞으로 진행하고 싶은 업무와 커리어의 방향성에 대해 리더와 투명하게 소통할 수 있는 부분 또한 회사에 대한 애정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회사가 나를 하나의 부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개인으로서도 발전해야 하는 구성원으로 대우하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이런 멋진 뷰는 덤


3. 정확하고 퀄리티 높은 데이터 분석을 위한 충분한 기간 확보

이러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각 데이터 분석 프로젝트에 있어 충분한 리드 타임이 늘 확보되어 있는 편이다. 협의 없이 “데이터 한번 들여다 보고, 바로 알려주실 수 있나요?” 라는 요청을 받아본 적이 거의 없다. 모두가 데이터 결합과 정확도 검증 등 퀄리티 컨트롤에 소요되는 기간을 이해하고 있으며 신속성보다는 정확도를 우선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 입사 전, 예전 상사 분이 나에 대해 신랄한 레퍼첵을 하시며 “일은 잘하지만 야근은 안 하려고 할 거예요.”라고 까지 말했지만 무사히 입사했다고 한다…. )


다문화가정이라는 특수한 상황 탓에 한달 간 남아공에 머무르며 2주 간은 반일 원격 근무를 하기도 했다. feat. 원격근무 방해꾼


직무 변경이라는 불투명한 미래 속에서 출산 > 휴직 > 복직을 겪기까지 순탄함과 힐링을 찾고 싶을 때 출근하고 싶게 만들었던 포미에서의 지난 3년. 3년 근속 기념 금반지와 자축하여 5년 근속 기념 리프레시 휴가 10일과 100만 원 휴가비를 향해 달려가본다 -3


절대 반지로 불리고 있는 3주년 근속 기념 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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