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반신욕을 하다가
요즘 즐거움의 하나는, 퇴근 후 반신욕.
반신욕은 반은 뜨거운 물에 담그고, 나머지 반은 보통의 온도(겨울의 노천탕이라면 영하의 온도)에 내두는 과정이다.
아래의 반에 뜨거움을 내리니, 처음 위의 반은 시원함의 온도를 갖게 하는데, 몸도 그렇고 기분이 색다르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미지근한 기운이 위로 올라와 적당한 땀이 난다. 송글송글한 땀을 통해 불순물이 빠져나가는 느낌. 그 송글송글한 지점이, 아마 하루의 피곤을 녹이는 위로의 온도 같다.
기분 좋음을 더하기 위한 반신욕의 방법은 특별하지 않다. 온수 밸브의 2/3지점에 놓고 물을 톨어놓기, 욕조에 받는 물소리를 들으며 양치질 시작, 혹시 수염이 자란 날엔 면도까지 마치면, 딱 반신욕을 위한 물이 찬다. 발을 담가 너무 뜨거우면 몇 초 찬물을 섞어 적당한 위로의 온도를 맞춘다.
욕조 위엔 편백나무 덮개를 하고, 가끔은 거기 팔꿈치를 올려 일기를 쓴다. 가끔싹 올리는 브런치의 절반 이상은 반신욕을 하며 적은 글들. 그러다 몽근한 기운이 위로 올라오면 몸을 욕조에 눕혀 더 나른해지기로 한다. 9to6의 일을 하며 오래 서 있던 몸이 45도로 누워 비스듬한 나른함을 갖는 자세가 사람 몸을 풀어준다. 잠시나마 뇌도 쉬며, 딴생각을 한다.
반신욕하며 드는 딴생각은,
삶의 온도에 관한 것.
일상의 온도가 오르락내리락이 심하면 그 하루는
더 지치는 터라, 어떻게 적정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잠시 눈을 감는다.
그러다 퍼뜩,
적정한 삶의 온도가 좋지만,
어느 시절 뛸 듯이 기쁘고, 망치로 두들기듯 먹먹한 분노나 슬픔이 생겨,
내 삶의 온도가 오르락내리락하던 시간이 더 그립다는 걸 깨닫는다.
적정한 삶의 온도를 찾아 숨을 가다듬는 시절이 있고, 너무나 무난한 범위의 온도가 지속되어
뛸듯한 온도가 그리운 날들이 있다.
발을 담궈 온도를 테스트하던 처음 반신욕의 시간을 지나, 위아래 반반이 서로 적당히 반반된 온도가 될 때, 반신욕을 마칠 시간이다.
적당한 삶의 온도 사이사이,
어느 때는 정말 차고 뜨거운 온도가 내 삶을 뜨겁게 데우거나 냉정하게 식혀주길,
내 삶의 온도는 타인이 아닌 나로 인해 결정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