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마음 가지고는 안 되는 게 사업. 돈 만 가지고도 안 되는 게 사업
창업 7년 차이지만 아직도 너무나 모르는 게 많고 두려운 게 많다.
어쩌면 너무 준비 없이 마음만 가지고, 자신감만 가지고 시작했는지도 모르겠다.
창업교육을 받으면 받을수록 잘못하는 것 투성이이고 이게 맞나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사업이라 하기에는 민망할 수준의 영세소상공인으로 겨우 버티고 있는 중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이 나는 것은 여전히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이 있고 또 그 사람들의 기대만큼 잘 해내리라는 밑도 끝도 없는 나 자신을 향한 믿음도 있으니까 말이다.
내 첫 비즈니스 모델은 정말 단순했다.
노인들의 집에 안전손잡이를 달아주기.
왜냐하면 내가 생각해도 정말 순진한 이유였는데, 우리 할아버지가 집에서 낙상을 당해서 고관절 수술을 했고 대학병원을 거쳐 요양병원으로 옮겨진 지 6개월 만에 패혈증으로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할아버지의 요양문제가 우리 집안의 큰 스트레스가 됐었는데 당연히 나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래서 단순하게 생각했다.
할아버지가 안 넘어지고 집에서 좀 더 오래 지내셨으면 됐었겠네.
넘어지고 다치니 누군가의 돌봄이 필요하고, 하필 재활이 불가해서 와병환자가 되어버리니 더 큰 문제가 발생하네?
돌보는 사람(병원)을 구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이 과정에서 환자(노인)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없고 자기 결정권이 없이 누군가의 결정에 이리저리 이끌려다니다가 또 누군가의 험한 손길에 자기 몸을 내 맡기다가 결국 죽음에 이르는 것.
나는 참을 수 없었다.
내 부모가 그렇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시대적 현실도, 더 나중에는 그 당사자가 내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도.
그래서 그냥 창업을 한 것이다.
혼자서도 잘 지낼 수 있는 환경. 주거공간에 대한 내 지식을 나누고 또 필요한 시공들을 해주는 것.
와, 그런데 너무 큰 착각이었다.
일단 사람들이 이 개념을 몰랐다.
다치면 그냥 병원에 가는 거지.
내가 안 다치게 집을 고쳐서 노후를 보내겠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다.
나이가 들고 늙어서 우리 집이 아무리 불편해도 몰랐다.
그냥 불편한 게 당연한 것이고 거기에 익숙해져 가니까.
가끔 고령친화주거환경개선사업으로 취약계층어르신들 집에 가보면 말이 안 나오는 기가 찬 환경에서 지내는 경우도 있다.
하수가 덜 마른 더러운 주방 바닥을 기어서 높은 문덕을 넘어 다니는..
제대로 된 화장실이 없어서 푸세식 변기에 양변기커버만 올려서 커튼으로 가린 채 용변을 해결하는..
21세기에 상상도 못 했던 주거환경이 많다.
그런데도 굳이 거기서 사는 이유는 그런 판잣집이라도 마음이 편해서, 내 집이라서 그렇다는 거다.
뭐, 이런 걸 이야기하려는 건 아니고.
나는 내 사업아이템이 정말 좋은 의도이니까 좋은 생각이니까 돈도 잘 벌거라는 착각을 했다는 거지.
요즘에서야 찬찬히 내가 뭘 잘못했고 앞으로 어떻게 하면 될까 하는 생각들을 하고 있다.
내가 너무 고집을 피웠던 것은 아닌지, 너무 낙관적으로 긍정회로만 돌린 건지.
아니면 진짜 일다운 일을 벌여보지 않은 건지.
얼마 전에 은퇴를 앞둔 분께 이런 이야기를 했다.
'저는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습니다. 그런데 다 돈이 안 되는 일이에요. 저는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이런 일을 하면 금방 돈을 잘 벌 수 있는 줄 알았어요. 자금여유가 있으면 뭐든 좀 다시 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죠..'
알고 보니 그분은 자수성가하신 재력가였는데 그분이 내게 그런 말을 했다.
'저 역시도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습니다. 그런데 돈이 있다고 다 되는 건 아니었어요. 돈으로 시작하고 해 보았지만 마음처럼 성공한 일은 드물었습니다. 사람이 제일 중요합니다. 그래서 당신 같은 분이 참 귀한 겁니다.'
허 참, 돈으로도 안 되는 게 있다니. 돈만 있으면 이 사업도 저 사업도 할 수 있는 게 참 많은 것 같았는데,
위로가 되면서도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나는 당장 며칠 뒤 면 창업자금의 원리금 상환일이었고 그 돈은 아직 구하지 못한 상태였으니까.
이틀뒤면 또 몇 백만 원쯤 출금이 예정되어 있으니 말이다.
돈을 더 빌려야 하는 건지, 아니면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 있는지 잔돈까지 탈탈 털어야 하는 판국에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공감이 안될 수밖에.
그런데.. 새벽에 묵상을 하다 보면 그래, 돈이 다가 아니지.. 마음이 중요하지.. 하며 괜히 안심되기도 한다.
말할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이다가도 또 잠잠해지기도 하는 거다.
사업이라는 게 참.. 내 맘 같지 않다.
깜냥이 안되는데 덜컥 뛰어든 건가 내 능력밖의 일인가 싶다가도 아니야 할 수 있다. 내가 뭐 어때서?! 하기도 하고, 분명 방법이 있겠지.
오늘도 주어진 일들을 해내면서 찾아보면 되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