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타기 쉽지 않네
<구라미 여행사 2023 유럽여행 일정>
8월 8일 인천- 프랑크푸르트
8월 14일 슈투트가르트-바르셀로나
8월 18일 바르셀로나-레이캬비크
8월 25일 아쿠아레이리-레이캬비크
8월 26일 레이캬비크-그단스크
8월 27일 그단스크-바르샤바(경유)-인천
19박 20일
코로나 시국 때 차곡차곡 모은 아시아나클럽 가족 마일리지로 프랑크푸르트행 편도 티켓과 바르샤바-인천 구간 편도 티켓을 끊었다. 바르셀로나, 레이캬비크와 그단스크의 구간은 저가 항공사 부엘링(vueling), 아이슬란드에어(icelandair), 위즈항공(wizz)을 타기로 했다.
해외 항공편 예약은 스카이스캐너로 검색하고 각각의 항공사 사이트에서 예약했는데 저가 항공의 경우엔 시간이나 좌석, 수화물 옵션 설정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라 꼼꼼히 잘 확인해야 한다.
이번 여행은 총 7번의 비행기를 타고 마지막으로 폴란드를 경유해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직항을 타지 않고 경유를 하는 이유는 저렴하기 때문이다.
직항을 이용하면 당연히 편하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지만 '구라미 여행사'는 양질의 최저가 여행을 추구하기 때문에 스톱오버는 아주 흔한 일이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공항에 머무는 시간 짧은 스케줄을 선택하거나 공항 대기 시간이 긴 경우엔 스톱오버 하는 도시에 잠시라도 머물며 데이투어 하는 일정을 만드는데 이것은 구라미여행사만의 또 다른 여행의 묘미이다.
2023. 8. 8 드디어 출국의 날이 밝았다.
강릉에서 인천공항까지 3시간이 넘게 걸리기 때문에 오전 출국하는 항공편을 이용할 경우 당일 이동은 사실상 쉽지 않다. 일본이나 중국처럼 1~2시간 걸리는 나라를 갈 땐 해외 가는 것보다 국내 이동시간이 더 걸려 여행 자체를 고민할 때도 있다.
오전 10시 출국이라 공항에 오전 8시에는 도착해야 여유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하루 전날 인천으로 왔다. 출국도 하기 전 국내 여행을 하게 되는 셈인데, 스톱오버를 즐기는 친절하신 신랑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아내와 아이들을 배웅하는 겸 인천에서 갯벌체험이나 하고 가면 어떻겠냐며 하루 휴가까지 내셨다. 3주 유럽 여행을 앞두고 출국 전날 인천 공항 옆 갯벌체험이라니,,,, 그래도 열흘 동안 혼자 지낼 신랑을 생각해서 그가 원하는 대로 따른다.
다행히 날씨가 뜨겁지 않아 갯벌체험은 고생스럽지 않았다. 하지만 양파망 한가득 열심히 호미질을 해 잡은 큼지막한 조개들을 독일로 가져갈 수도 강릉 집까지 가져갈 수도 없어 아이들은 아쉬워했다. 결국 체험 온 다른 가족한테 공짜로(?) 넘겼다. 그 풍성한 망을 받은 가족의 표정이 '심 봤다'였다. 갯벌에서 입었던 진흙으로 엉망이 된 옷은 대충 헹궈 봉지에 넣은 후 강릉으로 돌아가는 신랑에게 넘기고 우리의 짧은 인천 갯벌 체험은 마무리했다.
출국 당일 일어났는데 온 팔이 쑤신다. 아무래도 어제 조개를 캐느라 호미질을 너무 열심히 했나 보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호텔에서 간단히 조식을 먹고는 7시쯤 공항으로 갔다. 인천 공항 주변에 호텔들이 많은데 우리처럼 일찍 아침 비행기를 타야 하는 투숙객들을 위해 대부분 호텔-공항 간 무료 셔틀을 제공하고 있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공항에 도착하니 만나기로 한 윤서 외할머니가 도착해 계셨다.
마침 독일로 여행을 간다고 하니 딸에게 보낼 큰 박스를 준비하신 거다. 김치, 밑반찬, 라면 등등 큰 우체국 박스를 두 개나 챙기셨다. 결혼 전 밴쿠버에서 지낼 때 가끔 마른반찬과 양념 등을 진공 팩에 넣어 보내주셨던 친정엄마 생각이 났다. 이 세상 친정엄마들의 마음은 모두 똑같은 거 같다.
프랑크푸르트까지는 약 14시간이 소요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면서 하늘길도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되어 두 시간 정도 더 걸리는듯하다. 장거리 비행이지만 오랜만에 비행기 타는 아이들은 신이 났다. 두 번의 식사와 두 번의 간식이 제공되는 총 4번의 밥차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기내식을 가리켜 밥차라고 불렀다. 새로운 여행지가 결정될 때마다 어린 환브로는 밥차가 몇 번 오는지 물었다. 밥차 등장 횟수에 따라 비행시간을 예상할 수 있는 아이들만의 계산법이었다.)가 온다고 하니 더 좋아한다. 아직 3학년인 려환이를 위해 미리 키즈 메뉴를 주문했다. (키즈 메뉴는 출국 36시간 전에 항공사 홈페이지를 통해 주문해야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내가 다이어트 중이기도 해서 성인용 기내식을 려환이와 나눠 먹을 생각이었지만 기내용 키즈 밀은 다양한 간식이 포함되어 있어 아이들과 함께 장거리 비행기를 탈 예정이라면 한 끼 정도는 키즈밀을 주문하라고 추천하고 싶다. 부쩍 청소년으로 성장 중인 6학년 지환이는 요즘 한창 밀크티에 빠져 있다. 식사 후 제공되는 홍차에 우유와 스틱 설탕을 넣어 마시는 걸 좋아하는데 지켜보는 그 모습이 제법 분위기 있다.
아시아나는 국적기라 여전히 기내 마스크 착용이 필수이다. 답답하지만 식사 시엔 벗을 수 있어서 눈치껏 식사 시간을 늘려가며 천천히 느긋하게 먹었다.
오전 비행기를 타니 창밖에 파란 하늘과 구름이 참 이쁘다. 그래서 요즘 유행하는 SNS 릴스 찍기에 도전해봤다. 손가락을 비행기 파란 하늘이 구름 위에 보이는 창문에 대고 one two three four 따라딴따 따다다~ (Dakwahmurni) 혼자 여러 차례 찍다 보니 피식 웃음이 난다.
기내식을 먹고 좌석마다 붙어있는 화면의 프로그램을 살피다 보니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협연 연주 실황이 보인다. 아니 이게 웬 호사냐~~!! 스페인 피게라스에서 보게 될 공연의 기대치가 극에 오른다! 와인을 한잔 주문해서 근사하게 1시간짜리 실황 연주를 방구석 1열이 아닌 하늘 위 1열에서 감상하니 천국이 따로 없다.
그렇게 잘 먹고 잘 보고 잘 자고 14시간 만에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내려 입국 수속을 받으려고 사람들을 따라 나가는데,, 사람들이 많다, 생각보다 아주 많다. 그리고 특이한 점이 많은 사람이 마스크를 벗고 있다. 나도 멈칫했지만, 사람들을 따라 벗었다. 아이들은 어색하다고 하며 조심스레 턱스크를 한다.
이미 유럽은 코로나로부터 자유를 찾은 듯 많은 인파가 공항을 출입하고 있었고 입국 수속하는 데 2시간이 넘게 걸렸다. 겨우 짐을 찾아 밖으로 나오니 민경 씨가 장미꽃 한 송이와 willkommen이라 쓰인 환영 피켓을 들고뛰어 온다. 나도 펄쩍펄쩍 뛰며 안아줬다. 눈물이 핑 돌았다. 6개월 만에 만난 건데 6년 만에 만난 사람들처럼 기뻤다.
14시간의 비행과 2시간의 입국심사, 그리고 공항에서 차로 3시간을 더 가서야 우리는 윤서네가 살고 있는 집, 빌링앤슈베닝엔에 도착했다.
8월의 독일은 쾌청했다. 해가 있는 곳은 쨍하게 덥고 그늘에 가면 차가운 공기가 에어컨처럼 시원했다. 듣던 대로 얇은 카디건이나 셔츠는 필수! 집에 에어컨이 없어도 산다더니 충분히 시원하고 쾌적했다.
아이들은 오랜만에 만났지만, 윤 자매의 안내로 집과 주변을 돌아보고 자전거도 타며 독일에서의 첫날을 일상처럼 편안하게 맞이한다.
어젯밤, 늦은 시간까지 수다 보따리를 푸느라 피곤 한대도 아침 일찍 잠이 깼다. 시차 적응은 하루 만에 완벽히 된 거 같다. 아침 준비를 하는 동안 아이들에게 집 근처 마트에 가서 갓 구운 빵을 사 오라고 심부름을 시켰다. 뭐가 그리 좋은지 까르르 하하하 신나게 다녀오는 아이들. 호텔 못지않은 서양식 조식이 금세 차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