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비를 맞다

#천원짜리 변호사

by 최현락

그 남자의 웃음은 과장된 만큼 슬펐다. 텅 빈 눈빛에서는 쓸쓸함마저 묻어 나왔다.


아픈 사연 정도가 아니라 자신의 운명을 저주해야 할 만큼 남자의 운명은 잔혹했다. 아버지라 부를 수 없는 아버지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유일하게 자신을 지지해 주던 운명 같은 사랑은 살해당했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목도한 적이 있는가? 서서히 죽어가는 사람을 마주하고 나면 더 이상 이전처럼 살 수 없다.


부르스름하게 발목부터 변하기 시작하더니 엄마는 죽음을 맞이했다. 친절하지도 그렇다고 무례하지도 않은 의사는 엄마의 색 변한 발목을 바라보고는 얼마 남지 않으신 것 같다며 무심히 말을 건넸다.


아무런 감정도 담기지 않은 그 말로 인해 내 마음에는 수많은 파장이 일어났다. 지난 몇 년간 쉬지 못한 나는 여기서 모든 걸 그만두고 싶어졌다.


고되다고 표현하기에는 모자란 처절한 암투병의 종착지에서 엄마는 진통제 없이는 한나절도 버티지 못했다. 손톱으로 벽을 파고 망상에 시달리는 긴 가을밤.


하늘은 더없이 맑고 햇살은 그 누구에게나 미소를 보냈다. 비라도 퍼부었으면 속이라도 덜 상했을 텐데 빌어먹을 날씨마저 좋았다.




억수같이 퍼붓는 소나기에 지훈은 큰 대자로 누워버렸다. 울고 싶었을 거다. 기가 막혀서 눈물조차 안 나오던 참에 누가 와서 뼘이라도 때려줬으면 싶던 차에 때마침 소나기가 온 거다.


천원짜리 변호사.E08.221015.720p-NEXT.mp4 - 팟플레이어 2022-10-26 오전 10_17_52.png 드라마 천원짜리 변호사


모든 걸 놓아버린 듯 대자로 누워 있는 지훈은 링 위에 쓰러진 복서 같았다. 그 지친 복서 옆에 한 사람이 덩달아 눕는다. 아무렇지 않게 옆에 누운 주영을 바라보며 지훈은 웃는다.


천원짜리 변호사.E08.221015.720p-NEXT.mp4 - 팟플레이어 2022-10-26 오전 10_18_15.png 드라마 천원짜리 변호사


세 번째 웃음. 주영은 지훈에게 자신을 보고 세 번 웃으면 사귀자고 했다. 두 사람은 연인이 되고 평생을 함께 하기로 약속한다.


함께 비를 맞아 주던 주영은 이제 지훈 곁에 없다. 주영의 사무실을 찾아온 지훈은 주영이 남긴 수임료 1,000원이란 글귀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천원짜리 변호사.E08.221015.720p-NEXT.mp4 - 팟플레이어 2022-10-26 오전 10_40_25.png 드라마 천원짜리 변호사

이제 변호사 이주영의 자리를 검사 천지훈이 천원짜리 변호사가 되어 지킨다. 단돈 1,000원 수임료를 받고 인생의 소나기를 만난 사람들과 함께 비를 맞는다.


기본이 몇 백만 원이나 하는 변호사 수임료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큰 부담이다. 변호사 수임료만큼은 아니지만 상담료도 장기간의 상담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상담을 망설이게 하는 큰 벽이다.


여전히 비는 내릴 것이고 바람도 불어올 것이다. 인생의 세찬 비바람을 맞고 있는 이들에게 나도 언젠가는 천원짜리 상담가가 되어 다가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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