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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May 05. 2023

개미도 가끔은 하늘을 날아야

너에게 나를 보낸다 39




개미도 가끔은 하늘을 날아야




개미도 가끔은 하늘을 날아보아야만 한다

개마들도 가끔은 하늘이 되어 펼쳐야만 한다

날개를 펼치고 날아서 하늘 너머까지 가서

보이지 않는 세상까지 보고 돌아와야만 한다

우리도 그렇게 가끔은 하느님이 되어야만 한다



*


오랜만에 나도 공항에 왔다


제주공항 활주로에는

제주 4·3 희생자들이

아직도 많이 묻혀 있다

그런 사실을 모르는 관광객들은

마냥 즐거운 마음으로 웃으면서

그들의 영혼을 신나게 짓밟고 다닌다


거대한 시조새들이 아스팔트 아래

땅 속에 묻혀있는 영혼들을 깨우며

활주로를 돌고 있다


나는 그 거대한 쇳덩이

시조새의 내장 속으로 걸어서 들어간다

까치를 닮은 바퀴 달린 무시무시한 시조새 한 마리가

내 영혼의 운동장을 크게 한 바퀴 돌고

대가리를 살짝 들어 올리더니

힘차게 아스팔트를 박차고 날아오른다


너무 오랫동안 한라산만 바라보고 살았던 나는

너무 오랫동안 제주바다만 바라보고 살았던 나는

오랜만에 한라산 위에서 한라산을 내려다본다

아주 오랜만에 하늘에서 제주바다를 내려다본다

바다에는 아직도 내가 갇혀 살았던 멍텅구리배가 떠 있다


무거운 시조새는 더 높은 곳으로 날아올라

축축한 구름을 뚫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간다

구름 위에서 내려다보는 세상은 아름답다

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며 사는 신의 눈에는 더욱 아름답게 보일 것이다

아옹다옹 살아가고 있는 인간들의 모습도

마음이 넓은 신들의 눈에는 귀엽게만 보일 것이다


나와 나의 마음을 가두었던 수평선도 어느새 사라지고

모든 경계가 사라지고

아름다운 산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멀리 보이는 해안선도 이제는 경계가 사라지고

계곡들의 경계선들도 이제는 큰 산의 품 속으로 안긴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이제는 바뀌어야만 할 것 같다

이제는 이렇게 바뀌어야만 할 듯싶다

시작은 반이 아니라 반 이상이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시작도 하지 못하고 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세상은 작고 아름답다

더 높은 하늘에서 지그시 내려다보는 신의 눈에는

이 지상이 얼마나 작게 보일 것인가

저 작은 땅에서

아옹다옹 땅따먹기 놀이하는 인간들이 얼마나 귀엽게 보일 것인가


그런데 인간들은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가

어떤 마음으로 무엇을 위하여 살고 있는가


잠시 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하늘의 시간

하늘에서는 나도 잠시 신을 닮아보고 싶다


자, 이제 내가 돌아왔다

배진성 시인이 드디어 돌아왔다

너에게 나를 보낸다

우리 이제 함께 아름답게 살아보자

우리 이제 함께 신이 되어 살아보자

신과 인간이 함께 사는 아름다운 세상에서 살아보자

신과 인간이 손에 손을 잡고 춤을 추며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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