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이 지나도 봄은 오지 않았다 하얀 겨울을 입고 있던 붉은 동백이 관덕정 광장에 떨어져 피를 흘렸다 소문은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뼈만 남은 억새들이 불타올랐고 불안한 눈빛들도 이글거렸다 섬 안의 모든 동백꽃이 불을 켰다 호롱불도 있었고 촛불도 있었다 별빛도 있었고 횃불도 있었다 밤마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꽃비가 내리고 고사리 장마가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집에 있지 못하고 산으로 올라가 어린 고사리처럼 고개를 깊이 숙였다 오늘도 고사리 장마에 어깨가 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