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삶글 109
눈을 뜨고도 꿈을 꾼다. 물에 젖은 영혼들이 나를 찾아와 말한다. 자신들의 억울함을 꼭 풀어달라고 말한다. 헛묘의 주인이라고 말한다. 헛묘의 주인공이라고 말한다. 자신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고 말한다. 자신들의 죽음은 그냥 억울한 죽음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자신들의 죽음은 통일의 첫걸음이 되고 평화의 씨앗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꼭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나에게 당부한다고 말한다. 자신들의 죽음은 통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되고 평화의 꽃을 피우는 씨앗이었음을 반드시 알려달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나에게 흰 봉투 하나를 주고 떠난다. 미리 원고료를 주는 것이니 꼭 책을 한 권 써 달라고 말한다. 선인세를 미리 주는 것이니 틀림없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써서 세상에 알려달라고 말한다. 나는 그렇게 저승돈을 받아버렸으니 이제는 어쩔 수 없이 그들의 이야기를 써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저승에 가서 그들에게 다시 한번 죽을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틀림없이 살아서 그들의 이야기를 써야만 한다. 눈을 뜨고 꾼 꿈이 더욱 아프고 슬프고 무섭다. 아, 나는 이제 어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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