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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Jun 26. 2024

윤동주 시인, 시를 만나다

― 0014 윤동주, 강산 합동 시집 준비 중





윤동주 시인, 시를 만나다

   

         윤동주, 강산 시집



                           강가

  


 윤동주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강산

너에게 나를 보낸다


                                                                                            

  

윤동주 시인과 강산 시인의 시를 함께 만나다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


  

* 같은 집에서 3개월 먼저 태어난 송몽규가, 1935년 1월 1일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을 계기로 윤동주 시인은 시작노트에 본격적으로 시를 쓰기 시작한다. _(1934, 윤동주 18세)


1934년 12월의 눈이 눈을 뜬다


1934년 12월의 눈이 내린다

송몽규의 놀라운 「술가락」이

북간도 명동촌에 눈을 뿌린다

윤동주의 가슴에 바람이 분다

밀러의 비너스가 축구를 한다

<문조>란 글자가 발등에 있다

잃어버린 아프로디테 양 팔에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

“나의 습작기의 시 아닌 시”

새싹이 돋아나 나무로 자란다

1934년 12월에 내렸던 눈이

2024년 7월의 무지개로 뜬다


* 송몽규의 콩트 「술가락」, 1935년 1월 1일 《동아일보》신춘문예 당선 소식이 1934년 12월 눈처럼 북간도 명동촌에 흩날렸다.


나의 습작기(習作期)의 시(아닌 시()


   

                     

* 윤동주 시인의 첫 번째 시작노트 『나의 습작기(習作期)의 시(詩) 아닌 시(詩)』에는 59편의 시가 실려 있는데 주로 동시가 많다. 그리고 제목이 없는 시도 있고 제목만 있는 시도 있다. 또한 윤동주 시인이 자필로 쓴 목차에는 36편의 제목만 적혀있다.


『나의 습작기(習作期)의 시(詩) 아닌 시(詩)』에는 윤동주 시인이 연희전문학교 입학 전, 중학생 시절에 쓴 글들이 담겨 있다. 지금으로 치면 고등학생정도일 것이다. 1934년부터 1938년 사이에 쓴 윤동주 시인의 습작기의 시들이 담겨있다. 윤동주 시인이 1917년 12월 30일생이니 18세에서 22세 사이에 쓴 글들이다. 그 나이에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그리고 당신은 또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_(1934, 윤동주 18세)


끝과 처음


나는 늘 처음만 있고, 끝이 없었다

삶도 사랑도 문학도 처음만 있었다


나는 늘 씨만 뿌리고, 나무만 심고

수확할 줄 모르는 게으른 농부였다


복숭아도 무화과도 스스로 열렸지만

부지런한 벌레와 새들이 다 먹었다


나도 이제 벌레와 새들에게 배운다

사랑도 문학도 삶도 끝까지 가련다


초 한 대



초 한 대―

내 방에 풍긴 향내를 맡는다.


광명의 제단이 무너지기 전

나는 깨끗한 제물을 보았다.


염소의 갈비뼈 같은 그의 몸,

그리고도 그의 생명인 심지(心志)까지

백옥 같은 눈물과 피를 흘려,

불살라버린다.


그리고도 책머리에 아롱거리며

선녀처럼 촛불은 춤을 춘다.


매를 본 꿩이 도망가듯이

암흑이 창구멍으로 도망간

나의 방에 풍긴

제물의 위대한 향내를 맛보노라.


_(1934.12.24, 윤동주 18세)


촛불 한 송이


초에 불을 붙인다

밤이 눈을 뜬다

어둠이 흔들린다


하지(夏至)를 지나

밤이 눈을 뜬다

불면의 밤이 온다


나는 앞으로

몇 번 더 

눈을 뜰 수 있을까


나는 앞으로

몇 번 더 

너를 볼 수 있을까


해가 뜨지 않아도

너를 보려고

자꾸만 눈이 떠진다


삶과 죽음


삶은 오늘도 죽음의 서곡을 노래하였다.

이 노래가 언제나 끝나랴


세상 사람은―

뼈를 녹여내는 듯한 삶의 노래에

춤을 춘다.

사람들은 해가 넘어가기 전

이 노래 끝의 공포를

생각할 사이가 없었다.


(나는 이것만은 알았다.

이 노래의 끝을 맛본 이들은

자기만 알고,

다음 노래의 맛을 알려 주지 아니하였다)


하늘 복판에 아로새기듯이

이 노래를 부른 자가 누구냐.

그리고 소낙비 그친 뒤 같이도

이 노래를 그친 자가 누구뇨.


죽고 뼈만 남은,

죽음의 승리자 위인들!


_(1934.12.24, 윤동주 18세)


삶의 길과 죽음의 길


길을 지우고 가보면

새로운 길이 나온다


풀이 길을 지운다

발자국을 지운다


나는 풀을 뽑는다

나의 길을 만든다


풀은 다시 자란다

풀의 길은 하늘이다


나의 길도 하늘이다

나도 따라 하늘 간다


 내일은 없다

  ― 어린 마음이 물은


내일 내일 하기에

물었더니

밤을 자고 동틀 때

내일이라고


새날을 찾던 나도

잠을 자고 돌보니,

그때는 내일이 아니라

오늘이더라.


무리여!

내일은 없나니

……


_(1934.12.24, 윤동주 18세)


태양은 정규직


태양은 정규직이 분명한데

달과 별들은 정규직이 아니다

달은 날마다 출근을 하는데

근무시간이 조금씩 다르다

별도 날마다 출근을 하는데

하청업체 직원처럼 이름표가 없다

아무래도 밤에 출근하는 길들은

비정규직이 많아서 어둡다

어머니는 하루도 쉴 수 없어서

오래도록 버틸 수는 없을 것이다


거리에서


달밤의 거리

광풍이 휘날리는

북국의 거리

도시의 진주

전등 밑을 헤엄치는,

쪼그만 인어 나.

달과 전등에 비쳐

한 몸에 둘셋의 그림자,

커졌다 작아졌다,


괴롬의 거리

회색빛 밤거리를 

걷고 있는 이 마음,

선풍이 일고 있네.

외로우면서도

한 갈피 두 갈피,

피어나는 마음의 그림자,

푸른 공상(空想)이

높아졌다 낮아졌다.


_(1935.1.18, 윤동주 19세)


공상


공상―

내 마음의 탑

나는 말없이 이 탑을 쌓고 있다.

명예와 허영의 천공(天空)에다,

무너질 줄도 모르고,

한 층 두층 높이 쌓는다.


무한한 나의 공상―

그것은 내 마음의 바다,

나는 두 팔을 펼쳐서,

나의 바다에서

자유로이 헤엄친다.

황금, 지욕(知慾)의 수평선을 향하여.



* 1935년 10월 《숭실활천》에 발표  _(1935.1월 이전 추정, 윤동주 19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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