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동주 시인과 배진성 시인의 <꿈삶글> 깊이 읽기
붉은머리오목눈이가 열심히 둥지를 만든다
나무의 껍질을 벗기고 마른 풀잎을 물어온다
질긴 거미줄로 엮어서 튼튼한 둥지를 만든다
붉은머리오목눈이는 푸른 알을 낳아 품는다
잠시 둥지를 비운 사이에 뻐꾸기가 탁란 한다
붉은머리오목눈이는 푸른 알을 함께 품는다
뻐꾸기 새끼가 먼저 태어나 둥지를 차지한다
붉은머리오목눈이는 뻐꾸기 새끼를 키운다
수없이 많은 애벌레들이 뻐꾸기 먹이가 된다
뻐꾸기 새끼는 등으로 알과 새끼를 밀어낸다
둥지 밖으로 떨어지는 알과 새끼가 불쌍하다
누룩뱀이 찾아와 뻐꾸기 새끼를 잡아먹는다
누룩뱀이 찾아와 알들도 모조리 삼켜버린다
빈
둥지를 떠나지 못하는 어미의 눈이 붉어진다
사람은 누룩뱀을 잡고 뻐꾸기는 산에서 울고
연꽃은 꽃잎 떨어뜨리며 연밥의 종을 울린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길, 그리고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서른 살까지 사는 것이 꿈이었다. 왼쪽 가슴이 아팠다. 남몰래 가슴을 안고 쓰러지는 들풀이었다. 내려다보는 별들의 눈빛도 함께 붉어졌다. 어머니는 보름달을 이고 징검다리 건너오셨고, 아버지는 평생 구들장만 짊어지셨다. 달맞이꽃을 따라 가출을 하였다. 선천성 심장병은 나를 시인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아무도 몰랐다. 나의 비밀은 첫 시집이 나오고서야 들통이 났다. 사랑하면 죽는다는 비후성 심근증, 심장병과 25년 만에 첫 이별을 하였다. 그러나 더 깊은 수렁에 빠지고 말았다. 바다는 나를 이어도까지 실어다 주었다. 30년 넘게 섬에서 이어도가 되어 홀로 깊이 살았다. 나는 이제 겨우 돌아왔다. 섬에서 꿈꾼 것들을 풀어놓는다. 꿈속의 삶을 이 지상으로 옮겨놓는다. 나에게는 꿈도 삶이고 삶도 꿈이다. <꿈삶글>은 하나다. 윤동주 시인을 또 다시 만나 함께 길을 찾아 나선다. 생명의 숲으로 가는 길을 찾아서 함께 마지막 순례를 떠난다.
나는 내가 언제 죽을지 알 수 없다. 그리하여 나는 지금부터 나를 정리하기 시작한다. 내가 언제 어디서 죽게 되더라도 후회하지 않고 잘 떠나기 위하여, 지금까지 살아온 나의 삶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나는 언제나, 늘 정리가 서툴렀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정리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틈틈이 정리를 하려고 한다. 앞으로 잘 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리를 잘 해야만 한다. 영정 사진을 서둘러 찍으면 오래 산다는 말이 있다. 영정 사진을 찍는 마음으로 나의 삶과 나의 꿈과 나의 글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하늘에서 들리고 땅에서 들린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보았던 윤동주 시인은
죽어서 드디어 별이 되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했던
윤동주 시인은 죽어서도
바로 눕지 못하는 사람들을 찾아 나선다
죽어서도 땅만 보고
엎어져 있는 사람들을 부른다
윤동주 시인과 함께 나도
이제는 그 아득한 길을 걸어간다
예수 그리스도와 석가모니 부처님과
서불선생과 설문대할망과 마고할미와
죽은 사람들과 함께 살다가,
윤동주 시인과 나는 함께
이어도 문을 열고 나와서 순례길에 나선다
설문대할망의 고향으로 간다
마고할미의 고향으로 간다
윤동주 시인의 고향으로 간다
생명의 숲으로 가는 길을 찾아서
길을 떠난다 한라산으로 간다
지리산으로 간다 백두산으로 간다 북간도로 간다
다시 처음부터 세상을 깊이 읽으며
멀고도 긴 순례를 떠난다
30년도 넘은 유배생활을 마치고
내 삶의 마지막 순례를 떠난다
제주도에서 온 영혼들이 함께 따라나선다
정방폭포에서 온 영혼들이 먼저 따라나선다
https://youtu.be/EOJKA3xqqVw?si=BtPGfa9jcSczZLB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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