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쓰당근 Sep 30. 2021

그래도 꿈 하나는 이루었네

직장생활을 하며  꿈꾸었던   하나는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일이었다. 사람 북적이는 주말이나 휴가철이 아닌 아무런 이벤트도 없는 평일 대낮의 한가로움을 즐기는 . 카페에 앉아 한가로이 책을 읽거나 친구와 가까운 교외로 나가 맛있는 커피를 마시면서 수다 떨다 내친김에 해지는 노을까지 느긋하게 바라보다 돌아오는 . 여기서  모든 일은 다른 사람들은  일하고 있는 평일이어야 한다는  중요했다. 다른 이들은 회사에서 정신없이 일하고 있는 시각,  이런 여유로움을 즐긴다는 것에서 오는 묘한 쾌감이 있다고나 할까.(내가  못된 심사를 가진  같기도 하다.)

물론 장기 여행도 아니고 이 소소한 일들은 마음만 먹으면 휴가 내고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들이지만, 당장 내일 회사에서 해야 할 일에 대한 부담이나 직장생활을 하면 어쩔 수 없이 머릿속에 맴도는 업무에 대한 그 어떤 생각도 없는 상태라야 진정한 ‘쉼’이고 ‘여유’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년 전 초록의 싱그러움이 한창이던 어느 평범한 평일, 휴가를 내고 친구와 파주로 바람을 쐬러 나갔다. 산책로를 걷다 벤치에 앉아 방금 산 맥주캔을 홀짝거렸다. 살랑살랑 바람이 불 때마다 나뭇잎 사이로 흔들리는 맑은 햇살이며 저 멀리 탁 트인 하늘에 떠 있는 흰 구름이며 친구와의 시시껄렁한 농담이며, 그냥 그 자체로 ‘행복하다’는 기분이 드는 날이었다.


”좋다!. 우리는 언제 이런 여유를 누리며 살 수 있을까?“


얘기 중에 회사 이야기가 나오면 꼭 막판에 하게 되는 대화의 레퍼토리. 그리고 그날도 아마 내일 또 회사 가려면 슬슬 일어나야지 하며 자리를 떴을 거다.


그 후 나도 친구도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고 사람들 북적이지 않는 평일에 다시 파주로 놀러 간 일이 있었다. 그리고 그때 갔던 그 장소에 다시 갔다.

이제 내일 회사 갈 걱정, 쌓여 있는 업무 생각일랑은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인이 된 우리들 빼고, 기분 좋게 솔솔 불어오는 바람이며 살랑거리는 햇살, 쨍하게 맑은 하늘은 예전 그대로였다.


”좋다. 내일 회사 안 가도 되고.“

”그러게. 그래도 우리가 꿈 하나는 이루었네.“


앞으로 뭐 해 먹고 살아야 하냐며 서로 푸념하던 끝에 나온 꿈 하나는 이루었단 말에 둘이 동시에 웃음이 빵 터졌다. 한참을 낄낄거리며 웃다 보니 눈물까지 찔끔 나왔다. 이 복잡미묘한 눈물의 의미는 꿈을 이룬 감격의 눈물인 걸로.

그래, 우리가 얼마나 바랐던 그 여유로움이던가. 그 꿈을 이루었으니 그 순간만큼은 미래에 대한 걱정은 잠시 접어 두고, 이 여유를 온전히 즐겨야 하지 않을까.




이전 20화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