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고생하면서 키워 준 아버지 생각하면서
열심히 노력하려고 했는데 노력을 어떻게 해야 되는지 모르겠어.
아부지, 나는 아무것도 못 됐어요. 세상에 태어나서 아무것도 못 됐어.
결국 아무것도 못 될 것 같아요.
그래서 너무 외로워.
요즘 챙겨보는 <인간실격>이라는 드라마의 여주인공 부정(전도연 분)이 아버지에게 울며 말했던 대사이다.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자기 책이 아닌 어느 여배우의 대필작가로 출판사에서 일했던 부정은 그 여배우로 인해 직장도 잃고 배 속의 아이도 잃은 후 가사도우미로 일하며 살아가는 인물이다. 꿈을 잃고 자기 자신마저 잃어가는 이의 ‘아무것도 못 됐다’라는 이 대사가 마음에 콕 박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 난 무엇인가 이룬 걸까?
아무것도 못 됐다면 결국엔 무엇인가 될 수 있을까?’
무언가 되겠다는 꿈 많던 청춘을 지나 인생의 절반쯤을 달려온 지금, 퇴사 후 다시 무엇을 향해 나아가야 할지 길을 잃은 건 아닌지 모르겠다. 직장에 다닐 때도 내가 무언가 되었던 것은 아니지만, 회사라는 거대한 열차에 실려 무언가가 되기 위한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숨 가쁘게 내달리는 그 열차에서 내린 나는 아직 아무것도 되지 못했음을 깨닫고 방황 중이다.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할까? 그리고 그 길을 따라가면 끝내 나는 무언가가 될 수 있을까?
먼저 그 길을 찾는 것이 우선일 테지. 사회에 첫발을 내디딜 무렵 그토록 고민했던, 무엇을 해야 할지를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다시 고민하게 되다니. 어렸을 땐 세월이 이만큼 흐르면 나도 무언가 되어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 무언가가 그저 세상에서 인정받는 무엇인가는 딱히 아니다. 스스로 내 삶을 만족해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게 되는 것.
그러기 위해서 다시 나는 내가 좋아하고 행복감을 느끼며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 한다. 퇴직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앞으로 오랜 시간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더 좋겠지.
휴식기가 길어지며 가끔씩 고개를 드는 조급함은 조금 더 넣어 두고, 찬찬히 살펴보고 생각하고 시도해 보면서 그 길을 찾아가고 싶다.
그러다 보면 결국 뭐라도 되겠지. 설사 아무것도 못 된다고 해도 어쩌겠나. 좋아하는 일을 찾아 꿈을 향해 노력하고 애쓴 그 자체만으로도 값지다고 생각하기로.
무언가 되었거나 아무것도 되지 못했거나, 삶은 소중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