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쓰당근 Oct 24. 2021

당신의 신용은 안녕하신가요?

"고객님의 대출 만기일이 **입니다.“


그동안 월급이 들어왔던, 주거래 은행에서 문자가 왔다.

잘 사용하지는 않지만, 만일을 대비해 하나 만들어 놓았던 마이너스 통장의 대출 만기일에 대한 안내 문자였다. 그동안은 매해 전화 한 통으로 자동 연장이 가능했는데 이번엔 최대 대출 기한인 10년이 넘어 자동 연장이 되지 않는 듯했다. 월급이 들어오지 않는 지금이야말로 비상시에 쓸 마이너스 통장은 하나 필요할 수도 있겠다 싶어 은행으로 향했다.

처음 만들 때도 어렵지 않게 만들었던 터라 신분증 하나면 바로 오케이 될 줄 알았던 생각은 완전한 나의 착각이었다. 재직 증명서, 급여 통장 등이 있어야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그 말은 곧 직장인이어야만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 준다는 뜻.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마이너스 통장은 물론 그냥 입출금 통장마저도 직장인이 아니면 만들 수 없단다.


'헐, 내가 이 은행을 몇 년째 이용했는데. 연체가 있길 하나, 그동안 받았던 우수 고객 우대 혜택은 뭔데? 치사해서 안 쓴다.'


은행에서의 신용은 빚을 감당할 수 있는 재화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를 따지는 것으로, 소득, 곧 직장의 유무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았을 테니 어쩌겠나. 하지만 직장이 없으니 내 신용마저도 몽땅 사라져 버린 기분이 들어 퍽 씁쓸했다.

그나마 이런 금융 시스템에서의 신용이란 것은 소득 등 재화 능력을 갖출 수만 있으면(쉬운 일은 아니지만) 언제든 바뀔 수 있다. 그러나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용은 쉽게 쌓기도, 그리고 깨진 신용을 되돌리기도 무척 어렵다. 그래서 인생에서 사람들과 신용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니 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일하는 직장에서의 신용은 얼마나 중요할까.     




직장에서의 신용은 어떻게 쌓을  있을까오랜 직장 생활을 하며 깨달은  의외로 아주 간단했다약속을 지키는 자신이  말은 지키는 것이다다시 말해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이라야 신용을 얻을  있다때문에 자신이 맡은 일은  해내려는 노력과 책임감이 필요하다눈에 띄는 뛰어난 능력과 성과를 보여 주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너무 쉬운 것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자신이 맡은 일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해 일을 두 번 세 번 하게 만드는 이들도 분명 있다. 어떤 일을 맡아도 질질 끌고 허술하게 처리하는 사람. 물론 이유는 항상 있다. 갑자기 더 급한 다른 일이 끼어들었다거나 무슨 비상 상황이 발생했다거나 하는 등등의 이유 말이다. 반대로 일을 맡을 땐 깐깐하다 싶을 정도로 세세한 것까지 체크하지만 맡은 일은 늘 약속대로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일을 할 때는 상황이 불편하더라도 때로는 ’NO’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어야 한다. 물리적으로 기한 내 할 수 없는 일이나 자신의 업무 영역 밖의 일을 이해관계 또는 거절하지 못하는 착한 성격 때문에 받았다가 곤란을 겪는 경우도 많이 봐 왔다. 사람 좋다는 평은 들을지 몰라도, 결국 그 일의 결과는 자신의 신용으로 이어진다. 직장에서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 일하고 싶어 하지 착한 사람과 일하고 싶어 하는 건 아니다.

그러니 자신의 신용 관리는 금융 기관에서만이 아니라 직장에서도 꼭 필요하지 않을까?


그동안 직장에서의 나의 신용은 어땠을까? 나는 다른 이들이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을까. 또 일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었을까?

직장에서의 신용을 금융 신용 등급처럼 점수 매길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은행에서처럼 퇴짜 맞을 정도는 아니었을 거라 위안하며 씁쓸했던 기분을 삼켰다.




이전 09화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며 든 뜬구름 같은 생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