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재발 불안이란 무엇인가

그럼 먼저 암 재발 불안이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이것은 말 그대로 암 치료가 끝난 환자들에서 나타나는 재발에 대한 불안을 말합니다. 암 치료가 끝나서 관해 상태가 되면 행복할 것만 같은데 많은 환자들에서 그렇지 않다고 대답합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암 재발이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불안감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암의 종류나 심각도와 크게 연관이 없고 절반 가까이의 환자들에서 나타난다고 합니다. 

우리가 암 재발을 불안해하는 환자를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불안이 얼마나 심한가? 아닙니다. 이 불안이 당신의 삶을 얼마나 힘들게 하고 있는가입니다. 

제가 미국에서 트레이닝을 받을 때 가장 새롭게 다가왔던 영어 단어 중에 하나는 function입니다. 요즘에도 mal-function이라는 말을 쓰는지 모르겠는데 제가 삼성서울병원에서 인턴을 할 때는 선배 레지던트들에게서 듣는 가장 두려운 평가가 말 펑션이었습니다. 인턴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못한다는 뜻이죠.

 

당신이 암 재발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불안하고 우울하고 외롭고 좌절스럽고 화가 나고 희망을 잃고 무기력감에 빠진다. 그리고 계속해서 작은 신체 증상 변화에 집착하고, 부정적인 생각을 멈출 수가 없다. 그래서, 이런 감정과 생각의 변화 때문에 지금 당신의 일상이 어떠한가? 당신은 얼마나 function을 할 수 있는가?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내가 나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 이것이 관건입니다. 이런 불안과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도 일을 하고, 스스로를 돌보고,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자신이 건강할 때 즐겼던 일을 여전히 즐길 수 있다면 괜찮습니다. 이 불안과 우울은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고, 당신이 삶에 다시 재적응할수록 잊힐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의 불안과 우울이 당신의 삶을 압도해서 암 이외에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고, 현재를 즐길 수 없으며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일을 할 수 없고, 나를 돌보고 내가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일상을 즐기는 일을 할 수 없다면 당신은  function 이 안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런 환자들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하고 이런 환자들을 적극적으로 도와야 합니다. 

즉, 암이 주는 불안은 정상입니다. 불안하지 않다면 오히려 denial에 빠진 것일지도 모르므로 더 걱정되는 상황이지요. 암을 걱정하고 불안해하지만 여전히 하루를 잘 살아가고 자신의 삶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좋은 삶의 조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