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외도. 그래서 나는 법정에 섰습니다.] -9화

불륜 현장

by 첩극

‘생각보다 할 만 하던데?’


그날 밤 누워서 아내의 말을 되새겨봤다. 아내는 지금 이 상황이 아무렇지 않은가 보다. 아이는 아무것도 모르고 마냥 행복하다. 아이와 아내 중 누가 물에 빠져 한 명만 구할 수 있다면 누구를 구할까. 당연히 아이다. 반대로 나와 아이가 빠져도 아내가 아이를 구할 것이고 그랬으면 한다.


‘나만 참으면 되나.’

이 부분에 대해 고민이 되었다. 말도 안되는 생각이지만 나만 참으면 아이는 아무것도 모르고 행복할 것이다. 왜 사람들이 애가 성인되면 이혼할거야 라고 하는 지 조금 이해가 된다.


‘내가 참을 수 있을까?’

자신 없었다. 아내의 외도를 알게 된 후로 매일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 그런 생활이 평생 될 것 같은데. 휴대폰을 켜니 배경에 있는 아이가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이 나타난다. 아, 예쁘다.


‘내가 참을 수 있을까?’

잠이 들 때까지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다음 날인 일요일,

아내는 월요일에 회식이 있다고 했다. 본부 회식이라 빠질 수가 없고 전에 공유 스케줄 어플에 넣어 놨던 것이니 다녀오겠다 하였다. 아내와 상간남은 다른 본부기에 다행히 둘이 만나진 않겠구나 하고 안도했다.


“나도 화요일에 친구 좀 만나고 올 게.”

“그러든가.”


지금 이 모든 사실은 당사자들인 우리만 알고 있다. 내가 혼자 고민해봤자 더 악화된 구렁텅이로 갈 것이라는 생각에 첫 직장 동갑 동기이자 우리 회사 바로 앞 회사에서 근무하는 친구와 저녁 약속을 잡았다.


정말 미안하게도, 이 친구의 형제도 이혼을 고려 중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조금 더 내 편에서 이야기를 들어줄 것이라는 야비한 생각이 있었다.


월요일.

아내는 회식에서 일찍 돌아왔다. 열한시쯤 돌아왔으니 아내의 외출 치고는 빠른 복귀이다.

혹시 상간남을 만났을까? 별 생각이 다 든다.


화요일.

나도 친구도 같은 시간에 근무를 끝내고 회사 근처 조용한 술 집에 들어갔다. 친구가 왜이리 표정이 안 좋냐는 말에 스몰토크도 하지 못하고 바로 본론을 꺼냈다.


“시’발!!”


친구가 갑자기 욕을 해서 깜짝 놀랐다. 그 말에 내포된 마음이 너무 고마워서 처음으로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 앞에서 눈물이 나왔다. 그 날 친구가 많이 위로해주어 마음이 조금은 나아졌다.


친구는 또 다른 첫 직장 동기이자, 대학 과 동기인 형에게도 말하는 것은 어떻겠냐고 물었고 내가 평소에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그 형이라면 공감이 아닌 조언을 더 해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고 이 일은 그렇게 세 친구가 알게 되었다.





[찾은 것 같아.]


동기 형이 어제 만난 친구와 셋이 있는 카톡 방에 두 개의 링크를 보냈다. 서울 에어비앤비 숙박업소 두 곳이었다.

아내의 카톡을 봤을 때 그들이 특정 날짜에 재택을 같이 하자며 이야기를 나눴고 남자는 다음날 출국해야하는 일정이 있어서 거기서 자고 간다고 하며 아내가 해준 요리를 먹고 싶다고 했다. 다만 남자는 예약한 곳이 어딘 지는 비밀이라며 동네 위치만 언급하였고 평점 몇 점에 평가도 4NN개니까 기대 하라고 했다.


나는 두 동기들에게 이 이야기를 공유했었고 그곳을 찾아내서 급습하고자 했다. 형이 보낸 두 개의 링크 모두 같은 지역에 위 언급한 후보에 부합되었기에 한 곳을 선택해야 했다. 당연히 혼자 갈 생각이었는데 형이 연차를 쓰고 함께 가준다고 해주어 고마웠다.


“내일 재택이야?”

전날 밤 아내에게 슬쩍 운을 띄운다.


“그러려고 했는데, 내일 회사에서 실적 발표랑 시상이 있다는데 내가 수상자라고 재택하지 말고 나오래 짜증나게. 원래 할 거 있었는데.”

저 말은 진실일까 거짓일까. 원래 할 것은 대체 뭐였을까. 후자는 알고 있었고 전자는 바로 궁금증이 풀렸다. 아내가 팀장이 보낸 메일을 보여주었고 조작이 아닌 이상 상을 받는 게 맞았다. 그럼 아내는 재택을 하지 않기에 바로 퇴근하고 집에 오늘 걸까?


“대단하네. 축하해. 내일 외식할까 그럼”

축하해서 외식하고자 하는 마음이 아니라 퇴근하고 상간남과 어울릴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함이었으나 이어진 아내의 말에 이루어질 수 없음을 알았다.


“회식한대. 행사했으니 회식 하겠지 뭐 예상 했어.”

그럴싸하다. 일반적이라면 그럴 수 있다. 믿을까 말까 고민했다.


내 복잡한 심정만 제외하면 우리 집은 적어도 지금 이 대화를 하고 있는 당시에는 일반 가정과 같았다. 몇 번의 대화 끝에 아내는 나와 어떻게 할 지 결정될 때 까지는 상간남과 회사 공식 행사가 아닌 따로 만남을 가지지 않겠다고 약속하였다.


난 다음날 연차를 상신 해 두었었고 오전에 변호사 사무실에 들러 추가 상담을 예약해놨다. 이후 두 동기들과 만나 점심을 먹고 형과 함께 그 에어비앤비로 가볼 생각이었다. 물론 호수도 모르고 무단 침입할 수도 없으니 그 근처에서 잠복할 계획이었다.


아내의 수상 이슈로 변수가 생겼지만, 여태까지 아내의 행동을 봤을 때 사과도 없었고, 상간남과 만나지 않겠다고만 하고 끝냈다는 말 역시 없었기에 여전히 둘이 만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일도 회식이 설령 있다해도 가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다음 날 오전.

아내에게는 출근하는 척하며 정장을 입고 집에서 나왔다. 변호사 사무실은 오픈 시간인 아홉시에 방문하기로 되어있어 근처 카페에 앉아 소장 초안 작성 법을 확인하여 어떤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는 지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했다.


시간이 되어 변호사 사무실로 이동했고 두 번째 방문임에도 알 수 없는 긴장은 여전했다.


“마음은 정하셨어요?”

이혼소와 상간소 둘 다 하는 쪽으로 마음을 먹고 왔지만 변호사의 물음에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할 생각으로 왔는데, 아직 잘 모르겠어요. 해야 한다고 생각은 확실히 하는데, 마음이 그걸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솔직한 심정이었다.

소송을 하게 되면 어떤 프로세스로 진행이 되는 지 설명을 다 듣고 오늘 저녁이나 내일 결정을 해도 되느냐 물었다. 두 개의 소송을 합쳐 진행하며 550만 원이 들었고 성공보수는 양육권을 내가 받았을 때 10% 지급하는 것으로 계약을 하고 계약금만 결제하고 나왔다. 만약 내일까지 하지 않기로 결정하면 계약금에서 오늘 상담료를 제외하고 카드 취소해주기로 하였다.


장소를 이동하여 동기들을 만났다. 변호사 만난 이야기를 하고 그 사이에 있었던 아내와의 대화, 행동들에 이야기하고 어느새 식사가 끝났다. 동기는 같이 가주고 싶지만 도저히 상간남 만나게 되면 자기가 눈 뒤집혀서 때릴 것 같다고 못 가겠다 미안하다 하였고 그 마음만으로도 고마웠다.


형의 차를 타고 예상되는 에어비앤비 장소로 이동했다. 그 사이 아내는 카톡으로 수상받은 사진과 상장을 보내주었다. 날짜도 찍혀있는 걸 보니 이로써 오늘 출근한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점심 팀 회식을 한다고 하며 저녁에 내가 좋아하는 치킨을 먹자고 제안하였다. 아내가 오늘 저녁에 집에 들어온 다는 것은 확실해졌다.


두통이 계속 나를 두드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둘은 그 장소로 갈 것만 같았다. 아니다. 점심에 팀 회식을 했고, 저녁을 집에서 먹자는 걸 보니 그 남자에게 요리를 해주진 않겠구나. 바보 같은 안도감이다. 두통이 조금 진정됐다.


“괜찮겠어?”

현재 시간은 한 시가 조금 넘었고 네비게이션에 찍힌 예상 도착 시간은 두 시였다. 보통 숙박업소이 의 입실 시간이 세 시 정도니까, 도착해서 숨어있으면 둘이 나타나겠지.


“괜찮겠냐고.”

그제야 형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뭐가?”

차가 신호에 걸린 사이 형은 날 보고 한숨 쉬었다.

“꼭 봐야 해? 둘이 나타날지 안 나타날지 모르지만 진짜 봐야겠어? 너 그거 트라우마 될 거야. 난 진심으로 너가 안 봤으면 좋겠어. 지금이라도 차 돌릴까?”


대학 시절부터 10년 넘게 본 형이다. 첫 직장도 같았고 여전히 분기에 한 번은 꼭 동기들과 모인다. 가끔 나보다 나를 더 잘 안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고마운 형이다. 형의 말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나도 머리로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봐야겠어. 내 두 눈으로 직접 봐야지 확실히 이혼을 결심할 것 같아.”

“그래 그럼…”

신호가 바뀌었고 우리는 다시 출발했다.


도착한 곳은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뜨는 지역에서 약간 떨어진 일반 주택가였다. 다행히 그 숙소가 보이는 곳 근처에 카페가 있었다. 야외 자리에 앉아 커피를 시키고 돌아왔다. 진동벨이 울려 형이 가지러 들어갔을 때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


'아내인가?'

눈을 가늘게 뜨고 보니 얼마 전 나와 콘서트를 갔을 때 입었던 옷 그대로다. 옆에 있는 남자의 팔짱을 끼고 있었고 남자는 한 손으로는 아내와 팔짱을 끼고 다른 손으로는 캐리어를 끌고 예상되는 에어비앤비 숙소 쪽으로 가고 있었다. 옷차림도 비슷하고 지금 둘의 모습이 내가 알고 있는 상황에 맞아 떨어졌다. 여자가 잠깐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확실하다.’


가슴이 쿵쾅거리고 눈이 부릅 떠졌다. 카페 안으로 들어간 형에게 말할 틈도 없이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따라갔다. 구형 폰을 꺼내 녹음 버튼을 켜서 정장 상의 안주머니에 넣었고 지금 사용하는 휴대폰으로 둘의 사진을 찍었다. 아직은 잡으면 안 된다. 둘이 그 건물에 들어갈 때, 그 때 잡아야 한다.


뛰는 심장 소리 때문에 그들이 돌아볼까 불안했다. 다행히 둘은 그 에어비앤비 건물의 입구로 향했고 난 마지막으로 사진을 한 번 떠 찍었다.


이제 전화하는 척을 하자. 혹시라도 그들을 보게 되었을 때 이미 어떻게 할 지 생각해둔 상태였다.


“네 장모님, 지금 ㅇㅇ(아내 이름) 만났어요. 오늘 회사에서 상 받았대서 축하 겸 같이 저녁 어떠세요?”

아내와 남자가 뒤를 돌아봤고 내 얼굴을 본 아내의 눈이 똥그래졌다.


"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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