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극
[진짜 막 나가고 싶네. 전화하자고 할 뻔 ㅋㅋㅋ]
상간남의 카톡을 보고 아이와 같이 있던 것도 잊고 잠깐 이성의 끈이 끊어질 뻔했다. 아이 주의를 돌릴 수 있게 교육영상을 하나 틀어준 뒤 아내에게 대화 좀 하자고 요청하여 드레스룸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 남자한테 말했지? 남편이 알았다는 거?”
“어 했어.”
“뭐래?”
“나한테 미안하다고 하지.”
“그런데 그 카톡은 뭐야?”
“왜 마음대로 카톡 봐놓고 화내는데?”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 순간 내가 잘못했나 라는 착각이 들었으나 정신을 차렸다.
“일반적이라면 한 쪽이라도 먼저 그만하자 그래야 하는 거 아니야? 막 나가고 싶다고? 근데 뭐 전화? 전화하자고 할 뻔 했다고?”
아내는 말이 없었다. 역시 어제 밤에 둘이 나눈 대화가 그만하자는 쪽은 아니었나 보다.
“걔가 오바했네.”
그게 대화의 끝이었다. 아내와 그 큰 일을 치룬 게 고작 몇 시간 전이니 ‘그래 너네도 어떻게 할 지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겠지’라며 합리화하고 외출 준비를 했다.
오늘은 대학교 동아리 후배의 결혼식이 있는 날. 아내도 나도 같은 동아리였기에 진즉 청첩장을 받았고 아이와 셋이 간다고 했었다. 아내는 오늘 가기 싫다고 하였으나 그래도 초대받은 거고, 그 친구도 우리 결혼식 때 와서 축하해줬는데 어떻게 안 가냐, 얼른 준비하자 라며 다독였다.
사실 아내를 결혼식에 데려가는 것은 나쁜 마음이 더 컸다. 동아리 친구들은 우리 상황을 모르니 평소처럼 화목한 부부로 알고 있을 것이기에 나와 아내는 친구들 앞에서 아무렇지 않은 척 연기를 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아내가 ‘우리 원래 이랬는데, 다들 부러워하는 부부였는데.’ 하는 후회와 현타가 오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있었다.
결혼식은 오후여서 결혼식장이 있는 송도의 대형 카페로 먼저 이동했다.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가득한 화려한 베이커리 카페에서 우리는 아무렇지 않은 듯 아이 손을 잡고 빵을 고르고 음료를 시켜 자리를 잡았다.
아내와 내가 번갈아 가면서 아이를 데리고 카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다가 우리가 앉은 자리 근처의 어느 포토 스팟 앞에서 어느 커플이 사진을 요청하여 찍어주었다. 그 커플 또한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하여 근처에 있던 아내도 왔다. 그렇게 대형 트리 앞에서 셋이 활짝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마치 어제 일이 거짓말인 것처럼 우리 가족의 모습은 예뻤다.
그 사진은 후에 인화해서 종이 액자에 넣어 거실 테이블 위에 두었었고
후에 아내가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간 후에도 한동안 그곳에 그대로 있었다.
시간이 되어 결혼식장으로 이동했고 자연스레 먼저 와있던 동아리 선후배들과 합석하여 오늘 결혼하는 친구를 축하해주었다.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들을 보니 내가 잘못하지 않았음에도 죄책감이 들었다.
대학시절 지금 앞에 있는 이 친구들과, 아내와 함께 MT도 가고 축제도 즐기고 그랬는데. 우리가 이혼하면 아내는 당연히 이 모임에 나오지 않겠지만 나라고 나올 수 있을까.
식당으로 이동하자 모두 자연스럽게 근황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보냈고 우리들은 직장, 여행, 연애 등을 주제로 그 시절처럼 시간을 보냈다. 동아리 1호 부부였던 우리를 여전히 좋은 모습으로 바라봐 주고, 우리 아이를 예뻐하는 모습에 고마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내와 아이는 잠이 들었고 나는 오늘 아내와 어떤 대화를 해야겠다고 시뮬레이션 하고 또 했다. 집에 도착하여 이따가 아이 재우고 다시 이야기하자 하자 아내도 별다른 말없이 “그래” 라고 대답하였다.
너도 느끼는 바가 있구나. 희망회로를 돌려본다.
“오늘 어땠어?”
아이가 잠들고 어제처럼 식탁에 앉은 우리는 나의 물음으로 대화를 시작하였다.
“뭐가?”
“결혼식 다녀온 거, 별 생각 없었어?”
“가서 축하해주고 왔잖아. 무슨 생각을 해야 하는데?”
이게 무슨 대답이지? 오는 길에 시뮬레이션 한 것에 없는 대답이 나왔다.
결국 먼저 본론을 꺼낸 건 또 나였다.
“친구들이랑 아무렇지 않게 대화했잖아 우리.”
“그럼 거기서 무슨 티를 어떻게 내?”
“자기도 나도, 그렇게 가면 쓰고 아무렇지도 않게 화목한 가정인 척한 거, 찔리지 않아?
그러면서 뭔가 심경의 변화가 있다든가 하는 게 없냐고. 이렇게 지금 사는 거.”
아내는 다시 선택적으로 침묵했다.
“솔직히 말해 줘?”
무섭다.
대화는 전혀 내가 예상한 흐름이 아니었고 아내의 입에서 뱉어질 말에 내가 상처를 받을까봐 무서웠다.
“응 말해봐.”
아내는 태연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생각보다 할 만하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