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외도. 그래서 나는 법정에 섰습니다.] -2화

외도를 알아챈 날

by 첩극


아내의 늦은 귀가는 더욱 더 잦아졌고 집에 있을 때는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누군가와 연락을 하는 건지, 단순히 휴대폰으로 재미있는 것들을 찾아보는 건지 몰랐지만 아내는 집에 있는 날이면 항상 밤 늦게 잠이 들었다. 식탁에 앉아 책을 읽는다고 하면서도 몇 시간 동안 페이지 넘기는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손에는 또 책 대신 휴대폰이 들려있었다.


얼마전 아내가 고백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터라 나도 모르게 계속 신경이 쓰였지만 연애부터 현재까지 십이 간지가 넘는 기간 연인으로 있었기에 어련히 끊어내겠지 하는 무작정의 믿음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처가와 가족여행을 계획한 날짜에 하필 출장이 잡혀버렸다. 이번 출장은 주말 포함 10일. 와이프와 처가는 내가 출장지에서 7일째 되는 날 출발이었고, 출장 종료 후 2일 뒤에 처가는 돌아오는 4박 5일 스케줄이었다. 나름 처가에 뜻 깊은 날이어서 가족으로서 나도 어떻게든 함께할 방법을 찾고 싶었다. 팀장님과 담당 임원에게 보고 후, 스케줄 조정을 허락 받았다.


다행히 내 출장지와 처가의 여행지는 같은 대륙이었기에 돌아오는 비행기표를 이틀 뒤로 연장하고, 해당 국가에서 처가의 여행 국가로 왕복을 사비로 끊어서 이틀이라도 같이 있고자 했으나 아내가 굳이 그럴 필요 없다고 본인이 잘 모시고 다녀온다고 강하게 주장하였기에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 이 정도면 나도 할 만큼 했다 싶어서 그러기로 하였다.


내 출국은 토요일 오후 네 시라 오전에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겠다 싶었는데 아내는 그동안 아이를 혼자 봐야하니 토요일 오전에 자유시간을 갖고 열두 시까지 오겠다고 하였다. 나도 몇 번 만나본 친구와 아침 일곱 시에 만난다고 해서 대체 무슨 카페인데 아침 일곱 시부터 여는건지 이해는 가지 않았으나 워낙 핫플레이스를 잘 찾아다니는 성격이라 뭐 좋은 데가 있나 보다 하고 넘어갔다.


금요일 밤, 아이를 재우고 우리는 술 한 잔을 하였는데, 대화의 흐름이 내가 아내에게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어찌어찌 분위기는 좋은 방향으로 흘렀고 아이는 방에서 자게 두고 나와 아내는 다른 방에서 누워서 더 이야기를 하였다. 팔베개를 해주자 오랜만에 기분 좋다면서 스르르 잠이 드는 모습을 보고 ‘그래, 내가 괜한 걱정을 했나보다.’ 생각하며 나도 잠이 들었다.


출장 4일 째 오후에 아내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오늘 회사 가장 친한 동기 시어머니가 돌아가셔서 퇴근하고 회사 사람들이랑 바로 장례식장으로 가. 아이는 엄마한테 맡겼고 나도 엄마 집 가서 자려고.]


그 동기는 나도 잘 알고 있었고 함께 여행도 몇 번 다닌 사이라 시어머니가 편찮으시다는 것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 잘 위로해드리라고 하고 알겠다고 답하였다.


한국 시간으로 밤에 아내가 어머님 댁에 도착했다는 메시지가 왔고, 아이가 오늘 병원 갔다 와서 진단 받은 것을 사진으로 보내주었다. 무언가 느낌이 이상했다.


보통 장모님이 아이 병원 데려갔다 오시면 저렇게 사진을 보내 주시는데? 전화를 했더니 너무 조용해서 어디냐고 묻자 씻으러 화장실에 들어왔다 하였는데 사운드가 아무 울림이 없었다. 본인이 집이라고 하니 '설마 처갓집에 아이 맡기고 외박을 하겠어' 라는 생각에 알겠다 하고 전화를 끊었다.


아내가 보내준 사진을 다시 보다가 무언가 머릿속을 스치는 게 있었다. 사진을 다운 받아 상세정보에 들어가 픽셀을 확인했다. 의처증 걸린 사람마냥 아내가 평소 보내는 사진과 장모님이 보내주시는 사진도 다운 받아 대조했다.


둘은 사용하는 휴대폰 모델이 달랐기에 저장되는 기본 픽셀도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의 모델명을 검색해 제공하는 픽셀을 확인했고 이건 아내가 찍은 게 아니라 장모님의 휴대폰으로 찍은 것을 전달한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진단서 글자가 잘 안보이니 저용량 말고 원본으로 선택해서 보내 달라고 메시지를 보냈고 아내가 원본이라며 다시 보내줬지만 픽셀은 변하지 않았다. 장모님의 모델을 검색하니 내가 확인한 픽셀과 동일했다. 이게 원본 맞냐고 물어보자 아내는 내 의심에 분노했다. 자신이 얼마나 회사에서 힘들게 일하고 있는데 아침부터 짜증나게 하냐며 타박했다.


‘하긴.. 아이가 아침에 일어나 엄마를 볼 텐데 외박하고 들어가진 않았겠지.’

그렇게 믿고 싶었고 그래야 말이 되었다. 아내에게 내가 민감 했다고 사과하고 일단락 되었고 이후 출장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무도 없는 집에 밤 9시가 되어 도착을 했고 캐리어를 정리하고 이대로 자기엔 아쉬워서 뭘 할까 하다가 오늘 토트넘의 경기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평소에 잘 보지도 않던 축구인데 그 날은 맥주 한 캔 하면서 축구라도 보고 자야지 싶은 생각이었다.


집에 있는 케이블 채널에서는 해당 경기가 유료 채널이어서 포털 사이트 멤버쉽으로 되어있었기에 휴대폰으로는 볼 수 있었다. 전반전을 조금 보다가 너무 화면이 작아 답답해서 스크린 공유로 연결해보려 하였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작동이 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휴대폰으로 보려다가, 아이가 쓰고있는 태블릿PC가 떠올랐다. 아내가 쓰던 패드인데 거의 쓰질 않아 가죽공예 할 때 유튜브 틀어놓는 용으로 내가 쓰다가 지금은 아이가 그림 그리는 어플용으로 쓰던 패드였다.

충전은 되있으려나?’

패드를 켜고 맥주 한 캔을 더 깠다.


“카톡! 카톡!”


패드에서 카카오톡 알림음이 계속 울렸다. 어라 아내가 그 사이에 카톡을 연결해뒀나? 가끔 해외에 있는 친구들과 영상통화한다고 연결했다 해지 했다를 반복하는 것은 알았는데 연결된 상태로 두었나보다. 그냥 끄고 휴대폰으로 봐야지 했는데, 팝업으로 뜬 메시지가 눈에 들어왔다.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


[자기도 내 생각하면서 (야한)생각 하면 좋겠당]


보낸 사람은 얼마 전에 고백했다는 그 남자의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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