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외도. 그래서 나는 법정에 섰습니다.] -1화

외도의 낌새

by 첩극


“오늘 회식이야. 늦어.”


용건만 말하는 아내의 전화를 끊자마자 한숨이 나왔다. 요새 회식이 잦네. 종종 전사모임의 회식은 있었지만 어린 아이가 있는 집인 만큼 공식 회식 외에는 잘 가지 않던 아내가 어느 순간부터 사내의 각종 번개 회식에 참여하고 있다.


주 1회는 이제 디폴트고 이번 주만 벌써 두 번째 회식. 아내가 회식가는 날은 빠르면 열 한시쯤 돌아오고, 늦으면 지하철 막차를 타고 온다. 가끔은 막차도 끊겨 택시를 타고 오는 날도 있다.


이쯤 되면 좀 이상하지 않냐고 할 수도 있는데 당시엔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내 직업 특성상 해외 출장이 잦아 달에 보통 1주, 길면 2주는 외국에 있기 때문에 일도 하며 육아도 해야 하는 그녀를 위한 내 나름대로의 보상이라고 말하긴 뭐하지만 적어도 아내가 이런 식으로라도 숨을 돌릴 수 있다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우리의 부부관계가 좋냐고 물어본다면, 괜찮다고 말하고 싶지만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나쁘지 않았다 정도로 대답하고 싶다. 적당한 나이에 적당한 나이 차이의 그녀와 연인이 되어 같은 해에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해서 큰 굴곡 없이 연애를 해왔다.


6년간 연애를 하고 내 20대의 마지막 해에 결혼식을 올렸다. 감사하게도 양가에서 지원을 해주셨고 아이를 가지면 처갓집에서 육아 도움을 주시겠다고 하셔서 처갓집과는 사거리 하나 정도의 거리에 신혼집을 구했다.


결혼식을 올리기 4달 전에, 나는 다가올 30대에 대한 계획을 세웠었다. 직장인으로서의 목표와 가정의 목표 그리고 개인 취미의 목표에 대해 10년간 매년 카테고리당 1-2개의 계획을 세웠고 착실하게 해나가고 있었다.


직장에서는 원하는 나이에 진급, 이직 등을 했고 30대 중 후반에는 아이의 교육을 위해 주재원을 나가겠다는 목표도 내년이면 나가는 것으로 확정되었던 상태였다. 가정에서는 아이를 갖는 계획과 본가와 처가를 모시고 해외여행도 갔다 왔고 우리 가족은 매년 최소 2회 정도 해외여행을 했다.


개인 취미는 가죽 공예가 나름 잘되어 모두가 국가대표 선수에게 직접 의뢰도 받고, 드라마 협찬도 하면서 나름 잘 살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나 오늘 고백 받았어.”

아내가 회식을 다녀온 날 밤, 아내는 잔뜩 상기된 얼굴로,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회사 사람으로부터 고백을 받았다고 했다.


대체 이게 무슨 소리지? 어떻게 반응을 해야할지 잠깐 사고가 멈췄다. 회식이 끝나고 집 앞에 도착했을 때 즈음 그 남자에게 전화가 와서 받았다가 한 시간 정도 통화를 했다고 한다. 주도 면밀한 사람이라 혹시 몰라 일부러 통화 녹음도 했다고 한다.


“유부녀인거를 몰라?”

“아는데도 좋대.”

“회사 사람?”

“응.”


아내는 예쁘다. 길에서 누가 번호를 물어봤다든가 하는 접근이면 최소한 이해는 할 수 있겠는데 이건 뭐지. 이름 모를 그 남자가 제정신이 아닌 건 알겠는데 아내가 이걸 밝히는 이유는 뭘까. ‘나 아직 살아있어.’ 라는 어필일까 아니면 어떻게 거절해야하는 건지 나에게 의견을 물어보는 걸까.


“그래서 뭐라고 했어?”

“그러지 말라고 했지. 그 사람도 7년? 정도 사귄 여자친구가 있고.”

“그런데 자기한테 고백을 했다고? 진짜 미쳤네.”

그녀는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다. 일단 알겠다고 하고 혹시 모르니 회사에서 조심하라고 상대가 미친 사람이니 일반적으로 대하지 말고 좀 거리를 두라고 하고 담배를 피러 나갔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나오네…’

어느 정도 피고 나서 아내가 자러 들어갔나 확인하기 위해 휴대폰으로 집의 캠에 접속했다. 아내는 거실에서 자지 않고 휴대폰으로 무언가를 듣고 있었다. 소리도 나오기 때문에 사운드를 켰는데 그 남자와의 통화 녹음을 듣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상대와 통화하는 걸 듣고 있는 화면 속의 아내는..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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