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외도. 그래서 나는 법정에 섰습니다.] -3화

무너진 날

by 첩극


[자기도 내 생각하면서 (야한)생각 하면 좋겠당]


무서웠다. 떠있는 카카오톡 팝업 메시지를 클릭하는 순간 12년이 넘는 연애와 결혼 생활이 탄탄하게 쌓아 올린 멋진 탑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무너질 것이 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닐거야 라는 말도 안될 믿음으로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그 남자만 지정된 멀티 프로필. 'D+NN일 ♥'이 적혀있고 둘이 껴안고 있는 프로필 사진.

그랬구나 둘은 이미 사귀고 있었구나.


그리고 내용들을 보았다. 보고 나면 지옥이 시작됨을 알면서도 이미 들인 발, 차라리 끝을 보고 오리라 라는 생각으로 내용을 읽기 시작했다.

긴 둘의 대화 속에 나를 충격으로 빠뜨린 내용들이 몇 있었다.


첫 번째,

상대에게 6년 정도 연애한 여자친구가 있다는 것.

두 번째,

아내의 회사는 주 1회 재택을 하는데, 둘이 날짜를 맞추어 공유 오피스, 파티룸 같은 곳을 빌려 데이트하며 근무했다는 것. 회식이라 하고 늦게 들어온 날들은 대부분 데이트였다는 것.

세 번째,

직장 동료 시모상에 갔다는 날 아내는 처갓집에서 자지 않았다는 것. 둘은 예약한 숙소에서 처음 관계를 가졌으며 다음 날 아침 한 번 더 관계를 갖고 같이 씻고 출근했다는 것. 그리고 그 날 찍은 둘의 사진.

네 번째,

내가 출장 가는 날 오전에 임신한 친구 만난다고 자유시간을 가졌던 것은 새벽부터 그 남자와 데이트를 하기 위해 나갔다는 것.

여기까지 읽었을 때는 한 번의 실수라고 생각하고 용서할 수 있을까 라는 오만한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내용을 더 읽다 보니 모든 걸 무너지게 만드는 글이 보였다.

내가 출장 중이던 어느 날 밤...

아이가 자고 있을 때 그 남자가 우리 집에 왔고,

소파에서 관계를 가지고 남자는 아침 여섯 시에 집에서 나갔다는 것.


남자가 출발 전에 네비 사진 찍은 것과 아파트 주차장에 도착했다고 사진 찍은 것도 있었다.


'끝이구나..'


아이패드 위로 눈물이 떨어졌다. 여태 살면서 받았던 어떠한 감정도 지금만큼 아픈 적이 없었다.

어떻게 우리 아이가 있는 집에 남자를 들이며 아이가 자는데 거실에서 관계까지 가질 수가 있나.

이 무슨 사람도 아닌 짐승 같은 것들인가.


숨조차 잘 쉬어지지 않았고 바닥이 흔들리는 것 마냥 느껴졌다.

처음 아내를 만날 때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흘러갔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무릎 꿇고 엎드려 끄윽끄윽 울고 있었다.

일은 벌어졌고 난 정신을 차려야 한다.


‘무너지지 말자 무너지지 말자’


주문을 외우며 자리에서 일어나 물을 마시려 냉장고로 향했다. 냉장고에는 우리 가족사진이 스무 개도 넘게 붙어있었다.


멍 하니 그 사진들을 하나하나 보다가.. 대성통곡이란 말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그 날 밤 내 모든 삶이 부정 당했고 무너졌다.


‘대체 왜 그랬어.. 왜 그랬어 대체..’

울면서 이 말만 중얼거리다가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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