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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르페디엠 Nov 17. 2020

말아톤

영화! 장애인식에 대한 엄청난 효과 

배형진 씨와 어머니 박미경 씨

  2002년 8월 KBS 인간극장-달려라 내 아들(춘천마라톤에 출전하고 철인 3종 경기를 준비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에 출연한 배형진(1984, 육영학교 졸업)씨는 19세 때 춘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여 42.195km를 2시간 57분 7초에 완주하여 서브쓰리(아마추어 마라토너들의 꿈) 기록을 달성합니다. 또한 국내 최연소 철인 3종 경기 완주 기록을 세우며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배형진 씨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영화 말아톤이 탄생합니다.    

  주인공 초원이는 자폐성 장애를 가진 학생입니다.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에 어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초원이는 달리는 것 하나만큼은 그 누구보다 잘합니다. 


  초원이의 어려움

  초원이는 아프리카 얼룩말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얼룩말 모양을 보게 되면 만져보고 싶어 합니다. 한 번은 집 앞 가게로 심부름을 가던 중 젊은 여자의 얼룩무늬 핸드백을 잡으려다 도둑으로 오인받아 경찰서에 잡혀갑니다. 초원이 엄마는 젊은 여자에게 죄송하다고 용서를 구하였다. 그러자 젊은 여자는 ‘제 속을 어떻게 알라요. 멀쩡하기만 하고만’ 초원이 엄마 ‘우리 앤 돈 몰라요’ ‘명품인 줄은 아나 보지요. 새로 산 건데 재수 없게’ ‘아니 애 상태가 저려면 밖에 보내지를 말아야지요. 남들에게 이렇게 피해를 주면 되겠어요. 정신병원이나 보호소 같은데 보내던가’ 엄청난 언어폭력을 당한 초원이 엄마는 경찰서에는 굴욕을 참아내고 길거리에서 그 여자를 보자 냅따 뛰어 길을 건너가 분노를 표출합니다. 

  ‘보호소, 정신병원 게네들이 범죄자야, 그런데 가두게, 정신병자야 명품이든 짝퉁이든 우리 앤 전혀 그런데 관심 없으니까 주둥이 함부로 놀리지 마. 알겠어. 대한민국은 자유국가야 내 아들 내가 알아서 키워. 애 듣는데 못하는 소리가 없어 야, 다 기억해 내 아들 너보다 기억력 100배, 1000배 더 좋아’라고 그 여자를 향해(아니 이 사회를 향해) 소리칩니다.  

  지하철에서도 문제가 발생합니다. 얼룩무늬에 집착하여 여자의 엉덩이를 만지려 한 초원이는 그 여자의 남자 친구에게 얻어터지게 됩니다. 어머니가 가까스로 그 남자를 막으며 초원 이를 구하는데 그 순간 초원이가 절규합니다. “우리 아이는 장애가 있어요!”  

  우리 사회가 가지는 편견과 무관심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장애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으며 옆에 있으면 불편하고 그 존재만으로 미워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비장애인들의 시각(마음)은 왜 저런 애들(사람)을 밖에 나돌아 다니게 하느냐?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초원이가 하는 행동을 보고 경찰에 신고하고 폭력을 행사하고 이렇게 처벌하고 가두는 방법을 옳다고 무의식 속에 정당화하고 있지 않은지 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초원이가 '자신은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절규하며 외쳐야 하는 사회가 아닌 그냥 존재만으로 이해해주는 따뜻한 사회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영화 속 초원 이를 바라보는 비장애인들의 시선은 따뜻하지 않습니다. 경계하며 바라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러 장면에서 보이는 비장애인의 시선은 마치 이방인을 보는 듯합니다. 그런 시선을 평생을 감내하며 초원이는 살아온 것이고 가족도 동일한 시선에 피해자로 살아온 것입니다. 따뜻한 시선을 보낼 자신이 없다면 그냥 신경 써주지 말아 주면 좋겠습니다. 이상한 행동을 하더라도 그냥 지나쳐주면 좋겠습니다. 어설픈 위로와 도움은 장애를 가진 사람이라는 사실을 또 한 번 뼈저리게 실감하게 아픔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나의 장애는 당신의 영감을 위한 것이 아니다(I'm not your inspiration)"라고 말한 스텔라 영의 말을 우리 모두는 기억해야 합니다. 장애를 가진 사람에 대해 가진 각인된 생각을 깨야 합니다. 

 

   어머니와 가족의 어려움

  기자와의 인터뷰 중 “엄마는 아이의 표정을 보면 기분을 알거든요. 달릴 때 표정은 달라요. 그거 마치... 하여간 참 멋있어요. 뛸 때만큼은...” 이렇게 초원이에 대해서 눈만 보아도 뭘 원하는지를 다아는 전문가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초원이가 수영장에서 옷을 벗고 나타나자 현실을 깨닫습니다.  다시 기자에게 말합니다. '소원이 무엇이냐고 물으셨지요. 초원이가 저보다 하루 먼저 죽는 거예요’. 돌봄 부담은 전적으로 어머니의 몫으로 어린 시기부터 성인이 되어서, 심지어 초원이가 중년이 되어도 전적으로 어머니의 모성과 희생에 달려있는 상황입니다. 


  주변 사람들은 심지어 가족도 초원이 어려움을 이해해주지 못하고 비난합니다.  

  초원이가 다니는 특수학교 선생님은 마라톤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며 직업교육을 권합니다. 

  말아톤 코치는 초원이 어머니와 언쟁을 하는 도중 하지 말아야 할 말까지 합니다. “애 잡겠군, 잡겠어, 싫은지 좋은지 말도 못 하는 애를, 그건 엄마 생각이지 직접 뛰어 보시고 말씀하시죠. 당신은 초원이 없인 하루도 못 살 여자니까. 초원이가 당신 없이 못 사는 게 아니라 바로 당신이!... 초원이 없이는 못 사니까!” 이러한 독 한말을 들은 초원이 엄마는 독백합니다 “그냥 난,,, 좋아하는 것 하나 만들어 주려고 했어. 근데 어느 날 보니.. 내가 좋아하고 꿈꾸고 위로받고 있는 거였어.” 

 형제자매의 어려움으로 동생 중원이는 형을 돌보느라 정신없는 엄마의 무관심 속에서 자랍니다. 아빠는 일부러 대부분의 시간을 지방에서 보내고 집에 왔을 때도 방관자 처럼 행동합니다. 중원이는 “엄마에게는 초원이 밖에 없어. 엄마는 내 입장에서 생각해봤어? 엄마는 한 번도 안 들었어..” 외치는 모습에서 장애자녀를 돌보는 부담 때문에 다른 비장애자녀에 대해 소홀할 수밖에 없는 가족의 어려운 딜레마 상황을 보게 됩니다. 중원이는 엄마에게 “애 하고도 입장을 바꿔놓고 한번 생각해 봐! 나야 반항이라도 하지! 엄마가 진저리 난다고” 


  아빠는 수시로 화를 내며 밖으로 나돌며 야구장에서 중원이에게 “중원아, 아빠랑 둘이서 살래?”라고 묻습니다. 가족관계의 해체 가능성도 내비치며 결국 돌봄의 책임은 고스란히 어머니에게 주어지는 현실도 볼 수 있습니다. 장애로 인해서 발생하는 수많은 갈등과 좌절 가족관계의 불안... 결국 장애자녀의 평생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 가운데 우리 사회는 장애가족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초원 이를 이해해주는 사람 만나기 

  말아톤 코치는 처음에는 사회봉사명령 때문에 억지로 하는 봉사명령 활동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초원이 와 친해지고 결국 초원이에게 진정성을 가지고 함께 하게 됩니다. 장애를 가진 사람을 만날 기회가 없는 사람들은 이들의 진가를 잘 몰라서 실수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떻게든 장애를 가진 사람과 시간의 두께를 쌓아간다면 초원이 코치처럼 이들의 진가를 알아보게 되어  진정한 도움을 서로가 주고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시간의 두께가 켜켜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단, 애정과 관심이 있다면... 사랑이 있다면.... 


* 사진출처 : 다음 영화

Stella young : TED 강연

https://www.ted.com/talks/stella_young_i_m_not_your_inspiration_thank_you_very_mu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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