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과 죽음은 지식인도, 예술인도 부자도 피해 갈 수 없는 인간이면 누구나 걸어갈 수밖에 없는 길입니다. 영화 아무르(Amour)는 평범한 음악가 부부의 늙어감과 병들어 죽어감을 가혹할 만큼 여과 없이 보여줍니다.
사회적 관계의 상실
영화 처음에는 제자의 연주회장에 가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집으로 돌아오는 등 일상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아내가 조금 전에 있었던 일에 대해 기억하지 못하자 뇌수술을 받았으나 회복하지 못하고 신체의 일부만 움직일 수 있게 됩니다.
병으로 쓰러진 노인이 만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질문을 던지면 가족과 친구, 이웃을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갈수록 자녀와의 왕래와 연락은 감소하고 가까운 친인척과 친구 이웃과의 연락도 나가서 만날 수 없으면 어려워지는 것이 현실일 것입니다. 결국 사회적 관계의 단절을 가져와 더욱 고립되기 쉽습니다. 영화에서 사고를 당하기 전과 후의 일상의 삶의 모습은 너무도 큰 차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순간 병으로 일상의 삶이 무너지는 현실에서 외출은 지인의 장례식에 가고 생존을 위해 음식을 구매하는 모습만을 보여줍니다.
영화에서처럼 더 이상 외부활동이 어려워지게 되면 결국 주거를 중심으로 한 비교적 좁은 범위에서 일상생활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Bayley가 말한 커뮤니티 케어는 재택에서의 돌봄(care at home out of the community), 커뮤니티와 무관한 돌봄(care out of the community), 커뮤니티 내 기관의 돌봄(care in the community in institution), 커뮤니티 내의 돌봄(care in the community), 커뮤니티에 의한 돌봄(care by the community)을 말합니다. 정든 마을에서 살아가는데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입니다. 외부로 나올 수 없다면 누군가 그 집에 방문하여 인간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정든 마을에서 살고 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소통할 수 있는 구조도 중요합니다. 사람도 그러하고 환경도 그러할 것입니다.
존엄성의 중요성에 대해
영화에서는 안느가 소변 실수를 하자 남편 조르쥬는 안심시키며 자리를 정리합니다. 별거 아니야! 안심시키는 가족과 같은 태도가 중요할 것입니다. 서비스를 받는 이용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기저귀를 채우고 밴드로 고정하고 머리 감김을 받고 목욕까지 받아야 할 경우 그 사람의 입장에서 한 번이라도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물의 온도도 체크하고 넘어지지 않도록 안전하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반항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
안느는 자신을 막대하는 간병인의 태도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남편 조르쥬는 즉각적으로 간병인을 해고합니다. 해고당한 간병인은 처음에는 자신의 전문성을 입증하고 일자리를 지키고 싶어 “제 능력에 대한 불평은 들어본 적이 없어요 정말 이런 경우는 처음이군요. 너무하시네요 경력이 몇 년째인데, 절 가르치려 들어요? 고약하시네요. 측은하기까지 하네요.” 조르쥬는 간병인에게 “언젠가 당신이 환자를 대하듯 똑같이 당해봐요. 반항할 수 없는 상태로 말이오”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복지종사자는 자칫 통제하는 사람이 되거나 지시하는 사람이 될 우려가 많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서비스를 받는 대상이 반항할 수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이 같은 입장이 되려고 늘 애써야 할 것입니다.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반항할 수 없는 이용자에 대해 통제하거나 지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에서도 머리를 손질해주기를 거부한 안느에 대해 간병인이 자신의 마음에 옳은 대로 머리를 빗기는 장면이 나옵니다. 서비스를 제공하기 전에 항상 먼저 물어보고 행동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한동일 선생님의 라틴어 수업에는 이러한 라틴어를 말하고 있습니다. Hodie mihi, cras tibi 호디에 미기, 크라스 티비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 누구나 피할 수 없는 길을 걸어가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하루 잠시의 행복한 시간을 찾으려고 애쓰면 좋겠습니다. 더 나아가 나와 여러분 자신이 다른 이에게 잠시의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오늘이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