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지 않는 사람들, 생각하지 않는 사회

by 하루

어느 순간 한국에서의 갈등과 분열, 정치에서 나오는 담론의 수준이 정말 기이할 정도로 수준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한 뉴스에서 앵커는 "한국 국민들의 수준이 얼마나 높은데 이런 일이 발생하냐"라고 말하였다. 그 말을 들으면서 순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의 수준 높음을 듣고 마음 한편이 부풀어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냉철하게 생각해 보면 과연 "정말 우리 국민들의 수준이 높은 걸까"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사회의 모습에는 우리 전부의 생각이 어느 정도 투영된다.

극도로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과 출신 학교나 사는 아파트를 가지고서 순위를 매기는 서열 문화. 유치원에서부터 "개근거지"라는 말이 유행하는 지금의 시대에서 얼마나 우리가 쌓아온 물질적인 풍요가 덧없는 것임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과거 학교를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것(물론 이 부분도 권위주의 사회에서 쳇바퀴 돌듯 필요한 사람을 만들려고 장려한 것일 테지만)은 금면성실의 표본이어 상읗 주시도 하였으나, 현재는 학기 중 장기간 휴가를 감으로써 본인이 해외여행을 갈 만큼 여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중요한 그러한 세상이 되었다. 물질적인 부가 한 사람의 가치를 증명하고 그런 것을 과시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은 사회가 되었다.


부모의 생각은 자녀에게 전염되고, 현세대의 가치관은 다음 세대의 보편적인 가치관으로 자리 잡게 된다.

극도로 가난했던 전후 세대와 개발 경제와 독재를 거친 세대, 그 이후 IMF를 거쳐 맞이하게 된 경제적인 부흥기를 영위한 세대. 짧은 시기동안 이 사회는 서로 다른 성장 환경과 사회 담론을 지닌 세대가 함께 지내는 사회가 되었다. 지금의 어린 자녀들을 둔 부모 세대들은 남을 이기기 위한 적자생존의 중요성을 학습받아왔고, 이제 막 누리게 된 물질적인 풍요를 어떤 식으로든 남과의 차별을 두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는 듯 보인다. 이제는 SNS에서조차 어느 아파트에서 거주하는지를 기록하고 있으며, 임대아파트에서 사는 아이와 놀지 말라고 부모들은 가르친다. 나에게는 이 모든 모습이 이제 막 가난에서 벗어난, 천박한 자본주의가 어떤 모습으로 사회에 나타날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실험장 같다.


사람의 품위가 어떤 책을 좋아하며, 어떤 봉사활동을 하고, 약자와 친구가 될 수 있는지로 구분될 수 없을까?

생각해 보면 좋아하는 책, 평소 하는 봉사활동, 우리 사회에 어렵게 사시는 분들에 대한 담론은 일상생활에서 거의 하지 않는 대화인 것 같다. 주로 친구들과 만나면 얼마를 벌며, 아파트 시세가 주요 대화 내용이다. 누군가와 좋아하는 책에 대해서는 얘기하고 토론하는 것이 이 사회에선 상상하기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아닐까 싶다. 우리의 초점은 보이지 않는 것들이 아닌 눈앞에 보이는 아파트 시세에 가 있으니까.


사람들은 이제 책을 읽지 않으며 사유하지 않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로지 물질적인 풍요, 천박한 자본주의에 취해 있다.

잔잔한 시간 속에서 고요히 독서를 하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여겨지고, 자극적인 미디어에 우리의 시각의 초점이 모여져 있다. 읽지 않는다는 것은 사유하지 않는 것이며, 사유하지 않음으로써 우리의 모습은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의 시민의 모습에 많이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독서는 이제 남들이 잘하지 않는 "힙한 취미" 활동이 되어버렸다. 몇 년 전 '심심한 사과를 표현다'는 뜻을 지루하다는 의미의 '심심하다'라고 여기고 제대로 사과하지 않는 다고 논란이 생긴 것부터, 작금의 정치적 상황의 심각함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무지까지. 사유의 깊이는 개인의 안위라는 주사에 마취되어 있어 우둔해져 있다.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된 걸까 싶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그 사회는 점점 더 우둔해진다.

우리 사회가 현재 어디를 지향하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한 사회의 수준과 단편은 그 나라의 정치의 모습에서 고스란히 나타난다. 나름 교향이 있었다고 자부했던 히틀러를 지지했던 그 당시 독일 국민들의 모습, 임진왜란이라는 풍전등화에도 당파 싸움에 갇혀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우리의 선조들, 어쩌면 사회 전체적으로 가라앉고 있음에도 무엇이 문제인지 상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조차 없는 지금의 우리들의 모습. 그래서 늘 읽고, 깊이 사유하고, 기민하게 사회를 바라봐야 한다. 물질적인 달콤한 풍요와 얄팍한 미디어에 취해져 있을 것이 아니라 성숙한 시민으로서 품위를 다시 갖춰야 한다. 다음 세대에게 "개근거지"나 "어느 아파트 출신"이라는 단어를 물려주는 것보다 훨씬 더 성숙하고, 품위 있는 사회를 물려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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