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진양호에 취한 진주마라톤
지난 11월 제주 감귤 마라톤에서 입은 발목 부상으로 참가 신청만 해놓고 대회 자체를 잊고 있다가 가민 워치의 알림을 보고 일주일 전 진주 마라톤에 참가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제주 감귤 마라톤 때 발목에 통증을 느낀 터라 부단히런 리더이신 아주나이스님과 상담을 하며 참가하지 않는 방향으로 생각했지만 12월 양산 국제 마라톤과 기장 미역 마라톤 10K를 편하게 완주하여 발목 상태가 괜찮다고 느꼈다.
참가비도 아깝고 이동 거리도 부담되지만 25년 달리기 도전에 있어 유종의 미를 거두어야겠단 생각에 참가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하필 대회 전날 가족모임이 있어 거제도에서 1박을 해야 했기에 단단히 결심을 하고 대회에 나섰다.
출발 전까지만 해도 하프 반환점까지만 달려보고 발목 상태가 좋으면 풀코스에 도전하겠다고 생각하고 대회 주로에 대한 사전 공부도 하지 않은 채 부담 없이 참가했다. 처음으로 DNF(Did Not Finish) 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지 모르니
아무리 부담 없이 참가했지만 대회 시작 전부터 조금 꼬이기 시작했다. 지방에 흔하지 않은 풀코스 종목이 있는 대회에다 30년 넘게 유지되고 있어 수많은 러너가 참가했기에 주차 문제에 봉착했다.
집결지에서 2km 넘게 떨어진 곳에 주차하고 웜업을 한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달려갔는데 아뿔싸, 집결지인 노을 공원이 고지대에 있다는 것을 알고 시작하기 전부터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무엇 때문에 셔틀버스를 운행하는지 의아해했지만 노을공원으로 가는 길을 보곤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진주마라톤은 무조건 셔틀버스를 타야만 출발 전 멘털을 잡을 수 있기에 다음에는 반드시 셔틀버스를 이용할 것이다.
출발 5분 전 겨우 도착하여 급하게 웜업을 하고 출발 신호에 맞춰 달렸는데 초반에는 내리막길이라 부담 없이 달렸다. 아주 나이 스님의 지도대로 4시간 30분 페이스메이커를 찾아 그분 주위에 있으려고 노력했다.
제마 때와는 달리 절대 이 그룹을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페이스를 조절하며 달렸고 15km 지점까지는 문제없이 달렸다. 하지만 18km 지점에서 울퉁불퉁한 노면에서 왼쪽 발목이 꺾이며 페이스가 무너졌다.
스프레이를 뿌려가며 통증을 참고 페이스를 유지하려고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포기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페이스를 늦추고 천천히 달려 보았다. 천천히 달리니 참을 정도의 통증이라 이 악물고 끝까지 달렸고 결국 완주했다.
5시간 15분, JTBC 마라톤 때보다 더 늦게 들어왔지만 두 번째 마라톤 풀코스 경험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물론 기록만 볼 때 만족할 수는 없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부상을 제외하면 보급 전략이나 페이스 등이 나쁘지 않았기에 개인적으로 만족한 대회였다.
일단 진양호 주위를 달리는 주로가 너무 이쁘고 아름다웠다. 통증을 참느라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많지 않았지만 반환점을 돌아오는 길에는 춘천 마라톤보다 아름다운 경치에 취해 통증을 참을 수 있었다.
부상의 원인을 생각해 보다 동절기 대회에 처음으로 숏츠만 입고 출전한 것이 그 원인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대회 당일 바람이 많이 불어 체감온도가 낮았던 것이 떠올랐다. 동절기 대회에는 상대적으로 따뜻하다 할지라도 바람을 고려하여 방한 대책을 강구한 후 달려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도 있었는데 14km 지점 보급소에서 존경하는 선양소주 조웅래 회장님을 만났다. 5분 정도 가볍게 러닝 챗을 나누며 다시 뵐 수 없을지도 모르는 회장님과 사진을 찍으며 나보다 훨씬 연장자임에도 가볍고 즐겁게 달리시는 모습을 보면서 존경의 눈길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회장님께서 60이 넘으신 할머니 러너와의 대화를 나누시면서 나이를 뛰어넘으려면 다른 사람 신경 쓰지 말고 "자신의 속도로 달려라"라는 조언을 해주셔서 발목 통증이 있었지만 포기하는 대신 늦더라도 끝까지 달릴 수 있는 비결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운 좋게 당첨된 JTBC 마라톤을 시작으로 진주마라톤까지 25년 두 번의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며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치밀한 계획과 훈련으로 준비된 러너라면 어떤 상황 속에서도 충분히 완주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진주마라톤을 끝으로 25년 11번의 마라톤 대회 도전을 마무리하며 폴 코스 2회, 하프코스 2회의 흔적을 남겼다. 26년에도 부지런히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면서 나의 달리기 세계를 더욱 넓혀 갈 것이다. 발목 부상이 아쉽지만 부상마저도 배움의 기회로 삼고 더욱 성장하는 러너로 거듭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