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주는 자유와 특권
직장인에게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날은 단연 휴가다.
휴가는 일 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날짜가 정해져 있기에 더 귀하고, 그래서 더 간절하다. 하지만 휴가만큼은 아니어도, 단 5일만 참으면 다시 돌아오는 주말 역시 직장인에게는 꽤 큰 의미를 지닌다.
‘대부분의 직장인이 주말만 바라보고 출근한다’는 말이 과장이 아닌 이유다.
주말을 앞둔 금요일 저녁은 유독 마음이 느슨해진다.
‘불타는 금요일’, 이른바 불금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것도 다음 날 출근에 대한 부담이 사라지는 순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늦게 잠자리에 들어도 되고, 다음 날 늦잠을 자도 된다. 이 단순한 선택의 자유가 바로 주말의 특권이다.
직장인은 아니지만, 학생인 아이가 주말을 맞이하는 모습을 바라보면 그 마음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금요일 저녁이면 아이는 평일 동안 하지 못했던 만들기 놀이를 하거나 좋아하는 영화를 고른다. 그리고 꼭 덧붙인다.
“내일은 늦잠 자야지.”
주말 아침, 평온하게 잠든 아이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얼마나 이 시간을 기다려왔는지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나 역시 아이처럼 주말을 손꼽아 기다린다. 늦게 자거나 늦잠을 잘 수 있어서라기보다는, 주말에만 가능한 장거리 달리기 훈련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출근 시간의 압박 속에서 쫓기듯 뛰는 새벽 달리기와 달리, 주말에는 비교적 여유로운 마음으로 거리를 늘릴 수 있다.
그래서 주말은 장거리 훈련을 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다.
다만, 주말 달리기에는 반드시 선행 조건이 하나 있다.
바로 가족 일정 확인이다. 예를 들어 토요일 오전 10시에 대구로 나들이를 가야 한다면 장거리 훈련을 위해서는 늦어도 새벽 6시 이전에는 집을 나서야 한다. 웜업과 쿨다운을 제외하더라도 달리기 훈련만 최소 2시간 30분 이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달리는 동안에도 마음이 온전히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다. 가족 일정을 지켜야 한다는 부담은 시간이 지날수록 나를 조여 온다. 시계를 자주 확인하고, 계획보다 빠르게 훈련을 정리한 적도 적지 않다. 모든 선택의 기준이 가족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훈련을 충분히 마치지 못했을 때의 아쉬움은 늘 남는다.
지난 주말에는 LSD 훈련에 집중했다. 원래 계획은 이틀 연속 하프 달리기 훈련을 하려고했지만 토요일에는 강풍주의보로 인해 18km에서 멈췄다. 대신 일요일에는 페이스를 조절하며 22km LSD 훈련을 완주할 수 있었다. 이틀 동안 총 40km를 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몸은 무거웠지만 마음만큼은 유독 뿌듯했다.
장소도 달랐고 기상 조건도 달랐지만 토요일 훈련을 통해 바람을 대하는 태도를 다시 배우게 되었다. 특히 바람과 페이스에 따라 체감 온도가 얼마나 크게 달라지는지를 몸으로 느끼며 무작정 버티는 것보다 상황을 빠르게 판단하고 결정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주말을 알차게 보냈다는 증거처럼 다리 통증을 안고 출근한 월요일 아침, 의외로 출근에 대한 부담은 평소보다 훨씬 가벼웠다. 가장 출근하기 싫은 요일이 월요일임에도 이번 주말을 잘 보냈다는 기억 덕분에 다음 주말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주말 40km 달리기의 효과는 몸에만 남지 않고, 출근을 대하는 태도까지 바꿔 놓는다. 그래서 이번 주말에도, 또 이 악물고 달릴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