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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May 10. 2024

홋카이도 가족여행 에필로그

여행은 또 다른 여행을 꿈꾸게 한다

 이번 홋카이도 가족여행은 가족 식사 모임에서 아내의 한 마디에서 시작되었다. 나에게 홋카이도를 몇 번 갔는지 물어보며 무엇 때문에 홋카이도를 가는지 묻는 물음에 나는 한 번 가보면 왜 홋카이도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지 자연스럽게 안다고 말했다. 이 대화를 잠자코 듣고 있던 여행의 위해 태어나신 장모님께서 우리 가족 모두 가보자가 하시며 빠르게 추진되었다.  


 바로 그 자리에서 비행기 티켓을 예매하고, 대략적인 일정을 짰다. 처남댁이 숙소를 검색하고 예약하는 동안 매일의 이동 경로와 방문지를 찾으며 가족여행의 일정을 계획했다. 아직 어린아이들이 힘들지 않도록 어른들의 욕심만으로 무리하게 일정을 잡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만약 여행 중 아이가 아프다면 모든 여행의 일정은 수포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여행은 지금 내가 머물고 있는 풍경에서 떠나는 용기에서 시작한다. 낯선 말과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공간과 풍경으로 나를 매몰차게 밀어붙이는 행위에서 여행은 신선함과 새로움을 선물한다. 무엇을 보고 느끼기 위해 이곳에 왔는지 알 수 있다면 여행의 목적 절반은 달성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사진을 찍으려는 행위보다는 눈에 담기 위해 노력했고 홋카이도의 자연을 느끼려고 했다.

 온 세상이 눈 덮인 모습만 보았기에 홋카이도의 다채로운 모습 중 단 한 가지만 보고 홋카이도에 대한 평가를 내렸을지도 모를 지난 여행을 돌아보며 계절마다 색다른 모습을 하는 홋카이도의 진정한 매력을 하나씩 알아가는 중이다. 이번 여행은 한국의 이른 봄과 같은 시기로 지리적 위치에 따른 날씨와 계절의 차이를 체험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5월 초에 방문하는 홋카이도는 긴팔을 챙겨야 하고, 아사히카와나 비에이 같은 동북지역을 방문한다면 얇은 패딩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비 오는 날이나 밤이 되면 기온이 5월임에도 불구하고 영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산꼭대기에 아직 녹지 않은 채로 남아 있는 눈을 보며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매번 여행을 할 때마다 여행지에서 편지를 써서 아내와 아이에게 보내곤 했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편지를 쓰지 않았다. 대신 아내를 한 번 더 안아주고 아이 손을 한 번 더 잡아주며 나의 온기를 전하려고 노력했다. 먼 훗날 아내는 맑은 물이 빛나는 시코쓰 호수 앞에서 자신을 안아준 남편을, 아이는 비 내리는 자작나무 숲길을 손잡고 걸었던 아빠를 기억해 주면 좋겠다.


 여행에서 남는 것은 사진뿐이라는 말도 있지만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는 목도의 순간이 여행의 진정한 흔적이라고 생각한다. 그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그동안 혼자서 누렸던 미안함을 표현하기 위해 편지를 썼지만, 함께 했던 지금 순간을 모두의 기억 속에서 뇌리에 가득한 순간으로 채우기를 바랐기에 홋카이도의 자연을 더 많이 느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제 6월이 되면 초록빛으로 빛나는 홋카이도의 검은 대지가 형형색색의 허브와 꽃들로 채워질 것이다. 눈의 나라 홋카이도라는 별명이 무색할 정도로 순백의 하얀색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겠지만, 뜨거운 태양 아래 자작나무와 허브 이름 모를 들꽃이 피어난 홋카이도는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하며 나에게 손짓할 것이다.



  아내는 한 곳만 여행하는 나를 보고 이해할 수 없다고 했지만 홋카이도를 경험한 후 연신 ‘합격’이라는 표현으로 만족을 표출했을 정도로 나보다 더 많이 홋카이도를 좋아하는 것처럼 보였다. 추위를 많이 타는 아내가 온 세상이 하얀 눈으로 덮인 홋카이도를 보기 위해 겨울 홋카이도 여행을 하는 순간도 올 것이다. 그때 또다시 가족을 이끌고 눈 덮인 도로 위를 긴장하며 운전하겠지만 그 긴장감마저 추억으로 여기는 홋카이도 겨울 가족여행을 상상한다.


여행은 또 다른 여행을 꿈꾸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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