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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군 Jan 05. 2024

예의 없는 사람

회식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든 부분은 사람이다. 업종 분야에 상관없이 우리는 사회라는 정글에 던져지면 더 이상 섬이 아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끊임없이 관계라는 다리를 형성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받는 상처와 미움은 가끔 우리를 눌러 안게 만든다. 나는 적어도 누군가의 아픔과 눈물이 아니기를 바라왔지만 그럼에도 삶은 때론 나에게 악역을 배정하기도 하였다.


일을 하는 동안 깨달은 것들과 배운 것들이 많다. 그중 하나는 세상은 사회는 조직이라는 것은 나쁜 놈들이 많다는 것이다. 눈뜨고 코베이고 뒤통수가 얼얼하게 만드는 이들은 너무나도 이것저것 장애물 처럼있다. 그 함정이라는 것들은 피할 수 없는 슬픈 현실이다. 나쁜 놈은 항상 나의 위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상에 좋은 상사는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것 같다.


나의 여정에 가끔은 정형적인 또 다른 답의 좋은 인연들도 있었지만 대체로 그리고 나의 끝에서 상사라는 존재는 상처와 눈물을 선사하였다. 그 시작의 처음을 더듬어보면 희미해졌만 가슴 한편이 쓰라린다. 아직도 물음표가 사그라들지 않는다. 그의 행동에는 왜가 무엇을 바라는 건지가 답이 정확하지 않는다.


그를 만난 것은 내가 매장을 들어오고 나서 꽤나 시간이 흐른 뒤였다. 뭔가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주변의 공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그 유형의 정확히 해당되는 인물들 중 하나였다. 점장이라고 소개를 하면서 마주하면서 인사를 하였지만 본체만체하였다. 그리고 사무실에 앉아 잠깐의 휴식시간 보내는 동안 말없이 위아래로 나를 스캔하더니 인상을 찌푸렸다. 기분이 상당히 불쾌함이 느껴지는 시선이었다.


나의 삶에서 배운 것들 중 많은 것들을 잊고 지키지 못하고 이루지 못하지만 적어도 하나는 기억하고 행하려 한다. 바로 사람에 대한 예의는 잊지 않고 지키려 한다. 어느 위치에 있더라도 사람에 대한 존중하고 하대하려 하지 않는다. 이와 상반되는 사람을 본다면 극도로 거리감을 두었다. 육감이라는 탐지기가 나에게 점장이라는 사람은 그런 유형에 해당된다고 강력히 신호를 보내주었다.


그렇게 불편한 첫 만남과 불쾌한 인상이 물음표에서 마침표로 마무리되는 것은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이었다. 회식이라는 보통의 직장인들이 회피하고 싶은 업무의 연장선을 마주하게 되었다. 아직도 어색함과 관계의 실타래가 견고하지 않은 나에게 험난한 과제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걱정이 되었던 것은 그 점장이라는 사람들도 이 자리에 참여한다는 것이었다.


회식은 오전 근무자가 끝난 시점인 7시부터 시작되었다. 인근 치킨집으로 향하였고 적당한 안주거리 할 거리들을 시켰고 술을 주문하였다. 조심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술이라는 것은 긴장을 풀어주는 수단이기도 하였지만 때론 무례함을 초래하는 도구라고 생각했다. 그러기에 절제해야 하고 조절해야 한다는 마음이 들었지만 사실 분위기가 나의 자발적 선택이라는 것이 힘들 것 같았다.


온기를 품고 있는 치킨이 테이블에 나왔고 함께 하얀 거품을 머금고 있는 맥주와 소주 한 병이 놓아졌다. 잔을 채워주면서 어색한 공기가 사 그라지기 위한 분주한 사람들의 노력들이 이루어졌다. 몇 번의 술잔의 마찰음에 조금은 재잘거리는 소음이 정적을 지우고 나 또한 매장 구성원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였다. 하지만 부점장과 C매니저는 여전히 긴장한 느낌이 가시지 않아 보였다.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그 이유를 공감하게 된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알게 되었다. 조용히 술잔에 차곡차곡 취기를 채워가던 점장은 툭 툭 이유 없는 비난을 하였다. 당시 내가 일하고 있던 매장은 매출이 그렇게는 좋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직원들이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본인들의 시간을 갈아 넣으면서 신경을 썼고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나에게도 그런 부분이 눈에 보였다.


그럼에도 그들은 수많은 변수와 환경을 이겨낼 수는  없었다. 하지만 노력과 성실함은 귀감을 사기에 충분하였고 여타매장에서도 그런 부분에서 칭찬을 하였다. 작은 긍정적인 효과로 단골들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었고 어제보다는 오늘이 오늘보다는 내일이 천천히 앞으로 가고 있었다. 손가락질보다는 독려의 박수가 필요했다.


하지만 그 회식이라는 자리에서 매장의 최종 관리자라는 점장은 직원들에게 막말을 퍼부었다. 마치 너네들이 그따위로 일을 하니 그 정도밖에 못하는 거야 그냥 알아서 나가라는 식으로 비꼬았다. 그 화살이 나에게 돌아오기보다는 부점장과 매니저로 향해졌지만 너무나 화가 났다. 내가 함께 같은 공간에서 보고 겪었던 그들은 그런 비난을 받을 사람들이 아니었다.  쿵쾅쿵쾅 뛰는 가슴의 화를 애써 억누르려 하였다.


어느새 다들 고개를 푹 숙이고 정적만 흘렀다. 홀로 예의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떠드는 점장이라는 작자는 매장 직원들을 감정쓰레기통처럼 힐난했다. 그리고 더 취기가 축적되고서는 뜬금없이 나에게 화살이 돌아왔다. 나보고 패기 없어 보인다면 뭔 병신이야 하며 너 내가 장담한다 세 달도 못 버틸 거야 험담을 내뱉었다. 주먹이 쥐어지면서 그를 노려보려는 찰나에 C스탭이 테이블아래 내손을 붙잡았다.


그러면서 특유의 능청스러움으로 점장을 이끌고 담배를 피우러 갔다. 그가 떠난 자리에 나를 위로해 주는 부점장님이 미안하다는 말을 하며 위로를 해주었다. 매출이 나오는 매장에서 또 자신이 마음이 이성이 있는 매장에서는 그리 친한척하면서 농담을 던지지만 우리 매장은 그런 카테고리에 해당상황이 없어서 더 이런 상황이 된다고 하였다.


딱 30분만 참아주면 어떻게든 우리가 이 기분 더러운 회식 자리를 끝내주겠다고 하였다. 그 뒤로 다행히 C군이 점장을 담당으로 하면서 능청스럽게 비유를 맞춰주었고 어느새 몸을 주체 못 하는 상태가 되고 나서 자리가 파해졌다. C군이 끝까지 폭탄을 처리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어깨가 커 보이고 새삼 대단해 보였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다들 귓가에 씻겨지지 않는 더러운 소리들에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부점장님은 애써 웃음을 보이며 고생했다며 내 어깨를 두둘이면서 내일 안 나오면 안 된다고 농담을 해주었다. 그리고 우리 오늘 다들 제대로 안주도 못 먹었는데 달달한 아이스크림 하나 먹자면서 편의점에서 사람 숫자대로 사 왔다.



씁쓸한 하루의 마무리를 아이러니하게 달달한 아이스크림으로 한다니 웃프었다. 그래도 왠지 공동의 적이 생기니 더 딴딴해진 느낌이 들었다. 예의 없음을 규탄하면서 우리는 점장이 길을 걷다가 자빠져서 코가 깨져라는 소심한 미움의 이야기를 표출하면서 길을 걸었다. 괜스레 빛나는 달 빛이 후광처럼 비추 지면서 나보다 먼저 걸어간 그들의 깊이가 느껴졌다.


- 점장에 대한 예의 없음은 차후에도 적을 것 같다. 수많은 에피소드와 파도파도 나오는 악담은 내 생애 탑에 해당하는 빌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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