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군 Dec 29. 2023

관계

구성원

관계라는 두 글자에 대한 고민은  사회라는 정글에 나와서는 더더욱이 깊어졌다. 가끔은 그로 인해 나를 괴롭게 만드는 일들이 많았다.  그래서 관계라는 두 글자에 접근하는 것이 상당히 조심스럽고 신중해진다. 시간을 거슬러 일을 시작한 시점으로 더듬어본다. 조직 안에는 직책이 있고 그 위치에 따라 업무 분야나 업무권한의 차이가 있다. 막 일을 시작한 시점인 나의 위치는 삼각피라미드의 제일 아래였다.


일에 대한 능숙도가 떨어진 상태에서 나는 주변을 신경을 많이 썼다. 물론 눈치를 보는 것 자체가 극대문자 I적인 성격의 영향도 있었다. 아무튼 내가 일하는 매장의 구성원을 이전 글에서도 언급하였지만 다시 말하자면 총 6명이었다. 제일 꼭대기에는 점장이라는 직책의 삼십 대 후반의 남성이었다. 이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많은 에피소드들이 있어 차후 쓰게 될 이야기들에 자주 언급될 사람이다. 이 사람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빌런이다.


안 좋은 부분들의 종합 선물세트이다. 말과 행동이 한결같이 밑에 사람을 무시하고 권위의식에 빠진 사람이었다. 그러기에 모두의 기피대상 1호였다. 다행히도 매장에 상주하지는 않았고 부산의 매장까지 같이 관리하여서  한 달에 4~5번 보는 정도였다. 그럼에도 임팩트는 어마 어마했다. 그가 나타나 휩쓸고 간 자리는 상처만이 가득했다.


다음으로 점장 밑에는 나를 이 자리에 있게 만들어준 서른이라는 나이가 어울리지 않는 동안의  부점장이었다.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유쾌한 분위기가 들고 조금 마음의 긴장감을 풀어지는 느낌의 캐릭터가 있다. 그런 유형의 사람이 부점장이었다.  항상 먼저 다가와 가벼운 농담들로 분위기를 풀어주었다. 개인적으로 일을 하면서 맺었던 관계들 속에 가장 좋았던 사람이었다.


작은 체구였지만 업무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강단이 있고 정확한 상황판단을 하였다. 하나의 사례를 들어보자면 소히 말하는 진상고객들이 방문하여 어려움을 겪어 던 적이 있다. 우리나라의 아주 잘못된 관념으로 손님이 왕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과하고 무례한 요구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거기에 직원이 대응하여 고객에 반박을 하는 것들을 회사들은 싫어한다. 그런 부분들을 알고 직원들을 더 옥죄어오며 멘털을 부서 버린다.


생전 누군가에게 이런 대우를 받아본 적이 없던 상황이었기에 당황스러웠고 눈물이 핑돌려했다. 하지만 어찌해야 할지 모르고 있을 때 부점장님이 먼저 나를 고객과 분리시키고 차분한 톤으로 과한 요구를 받아 줄 수없다는 부분을 안내드리고 상황을 타개해 나갔다. 언성은 바로 잦아들지는 않았지만 단호한 응대에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것을 파악했는지 문제는 해결되었다. 사실 그냥 편안하고 사람 좋은 사람으로만 생각했었는데 의외의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점장이 있었지만 사실상 매장의 중심은 부점장이었다.


또 다른 구성원으로 C매니저가 있었다. 면접을 볼 당시 마주했던 차가운 이미지의 인상이었다. 출근을 하고 업무를 하면서 알게 된 그녀는 첫인상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부점장과는 조금 상반된 이미지였다. 그녀의 말에는 뭔가 긴장을 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들었다. 그래서 왠지 C매니저 앞에 서면 실수가 반복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정작 그녀는 나의 미숙한 부분에 대해서 불만과 짜증을 낸 적은 없었다. 오히려 지속적으로 나에게 조금 다른 방법을 제시하였고 기다려 주었다. 이 매장을 떠나기 전까지 가장 가식 없이 나를 대해 주었고 신경 써준 사람이었다.


C매니저 이외의 매니저가 한 명 더 있었는데  J매니저었다. 이 매장을 오고 나서 점장을 제외한 제일 마지막으로 마주한 인물이었다. 나와 같은 나이였고 매장에서 사실 가장 어색한 사이의 사람이었다. 동갑이라는 부분이 걸리기도 하였지만 묘하게 거리감이 들었다. C매니저처럼 차갑지는 않았다. 오히려 적당한 농담도 하고 적당히 나긋한 부분도 많았다. 하지만 그녀와 나 사이의 적절한 거리감이 서로 있었다. 정확한 비유는 아니지만 예전 드라마의 밈으로 유명했던 대사가 '넌 학생이고 난 선생이야'라는 뉘앙스를 강하게 강조했다.


나이가 같다는 부분에서 그녀는 내가 자기의 밑이라는 위치를 각인시키고 싶었던 것 같다. 정작 나는 별 생각이 없었으나 J매니저는 적절한 거리에서 관계를 유지하려 하는 모습을 보고 불편함이 느껴졌다. 그렇게 적당히 가식적이며 감정과 나를 감추면서 소통을 하게 되었다. 이런 J매니저와의 사이로 웃픈 에피소드도 있었다. 차후에 이에 대한 이야기를 말해볼 시간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나와 같은 스탭이지만 약 2년에 가까운 시간을 이 매장에서 일을 했던 C군이 마지막으로 있었다. 이 친구를 매니저들이 배짱이라고 비유하는 이야기들을 자주 들었다. 처음 마주했던 그의 이미지에 나는 그 단어가 잘 어울리지 않았기에 의아했다. 다양한 업무 부분에서 능숙하게 하는 것들이 프로다웠고 나태한 부분이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일을 하면서 그 의미를 알게 되었다.


시간이  사람을 익숙하게 만들고 그리고 능숙함은 무료함을 만들어낸다. 그는 말년병장의 연차였고 전역만을 기다렸다. 그렇기에 투덜 되고 한 번에 지시를 따르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틈만 나면 어딘가에서 시간을 흘려보낼 거리들을 찾았다. 배짱이처럼 기타를 치면서 능글능글되는 모습들은 매니저들에 대해 목덜미를 잡혀 결국 챗바퀴로 돌아가는 모습이 가끔 웃기면서도 슬프기도 했다. 언젠가 나도 저런 모습이 되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구성원들로 인해 나는 사회 속 관계를 어떻게 맺고 유지해야 하는지 알게 되는 초석이 되었다. 그리고 나를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달려올 수 있게 만든 자양분이 되었다. 나의 첫 가지들이 뻗어져 나가서 꽃이 피고 지고 또다시 새싹을 피어남을 준 축복의 관계였다.

이전 03화 첫 출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